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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노쇼(No-show)는 NO! 예약 못 지킬 땐 전화해주세요!

노쇼(No Show)라고 들어보셨나요? 최현석 셰프가 본인의 SNS를 통해 노쇼 고객을 향해 "우리 레스토랑에는 거의 매일같이 노쇼가 난다. 예약은 분명한 약속이다. 우리는 음식을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테이블을 세팅하고 기다렸는데 당신들은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당신들은 우리 레스토랑에 오지 말아달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1인당 3만 원인 점심 코스 메뉴 40인분을 예약한 손님이 취소 전화 한 통 없이 나타나지 않아 120만 원가량의 손해를 봤습니다. 이처럼 무책임한 고객들 때문에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죠."


예약부도, 일명 ‘노쇼(No Show)’는 병원, 음식점 등에 예약을 해놓고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한 매체가 지난해 10월 전국 식당, 미용실, 병원, 고속버스, 공연장 등 5개 서비스 사업장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예약부도율은 평균 15%. 이 중 음식점 예약부도율은 20%에 달했는데요. 현대경제연구원은 노쇼 때문에 매년 서비스 사업자가 입는 매출 손실과 연관 제조업자의 매출 손실이 8조2800억 원에 이르고, 고용 손실은 연간 10만8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처럼 노쇼 공포에 떨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 등이 노쇼 근절에 발 벗고 나섰는데요. 한견표 한국소비자원장을 만나 예약부도 근절 캠페인의 배경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의식 선진화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공정위와 함께 예약부도 근절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예약은 약속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동영상, 포스터, 카드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비자 현장, 교육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한 원장은 우리 사회의 무책임한 소비문화를 예약부도 근절 캠페인의 배경으로 지적했습니다.



한국 서비스업 예약부도율, 선진국의 3~4배 

‘예약 안 지키는 한국인’ 국가 이미지 훼손 심각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예약부도율은 북미, 유럽의 4~5%에 비해 서너 배나 높습니다. 특히 5대 서비스업종(음식점,미용실, 병원, 고속버스, 소규모 공연장)의 예약부도로 생기는 매출 손실은 연간 4조5000억 원에 이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적 소비문화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공감하고 ‘소비자의식 선진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소비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실제로 2001년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식당, 병원, 항공사 등 71개 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예약부도율은 평균 15%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한견표 원장은 예약부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음식점을 꼽았습니다. 각종 모임이나 회식을 위해 식당을 예약한 후 사전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 비율이 20%에 달하는데, 음식점에서는 기껏 준비한 식재료를 버려야 함은 물론 다른 손님도 받지 못해 이중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병원이나 대리운전업계 등 기타 서비스업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병원에서는 수술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환자 때문에 수술용품을 폐기하는 경우가 생기고, 급한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합니다. 대리운전업계의 경우 기사 1명당 하루 평균 6명의 손님 차를 운전하는데 그중 1명이 예약부도를 내는 실정이니 예약부도율이 실로 심각합니다.


한국인의 무책임한 소비문화는 대학가와 공공기관, 심지어 해외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 원장은 이러한 문제가 국가 이미지 훼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태국에서는 한국 관광객이 ‘띵똥(정신 나간 사람)’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여러 곳을 중복 예약한 후 여행 날짜가 임박해서야 한 곳을 결정하고, 취소도 하지 않은 채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는 것이죠.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태국에서 한국은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퍼졌지만, 정작 관광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예약을 안 지키는 한국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약부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정착된 선진국 

“예약부도 근절 캠페인으로 비윤리적 소비문화 개선할 것”


예약부도는 특정 업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한 원장은 예약부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 사회적 분위기, 소비자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예약부도는 미시적으로는 사업자의 손실, 거시적으로는 사회적 비용 증가로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연간 10만8000여 명의 고용 기회 손실을 가져오고, 더 나아가 사회 불신으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의 책임 있는 소비행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5대 업종의 예약부도율을 1%포인트 낮출 때마다 5000여 명의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난 만큼, 지속적인 인식 개선이 이뤄진다면 고용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웃 나라 일본 등 예약부도율이 현저히 낮은 선진국의 소비문화도 참고할 만합니다.


“선진국은 일찍이 예약부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정착돼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예약을 지키지 않는 것은 가게 주인은 물론 다른 손님에게도 폐를 끼치는 ‘민폐’로 여겨지죠. 독일에서는 예약 손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5분 내로 다음 손님에게 자리를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미국에서는 1994년 카드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이름과 카드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경함에 따라 예약부도율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예약을 지키지 않는 것이 사회적 실례로 여겨지며, 예약을 지키지 않는 손님에 대해서는 받아주지 않는 등의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위는 백종원, 이연복 등 유명 셰프가 참여한 캠페인 동영상을 제작하고 포스터와 리플릿, 스티커를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서비스 현장에 배포했으며, 누리소통망(SNS)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공공시설 전광판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공모전과 세미나 개최, 소비자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죠. 더불어 예약부도 손실이 큰 외식업과 병원의 현장을 방문해 종사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예약부도 근절방안을 논의함으로써 서비스 현장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캠페인 덕분인지 예약부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강력한 노쇼 위약금 정책 등도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한 원장은 “민관과 산학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 다른 비합리적, 비윤리적 소비 분야로까지 의식 개선 캠페인이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예약부도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