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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더 탄탄해진 한국 금융, 세계 경제 위상 더 높아져

 

얼마전 캐나다와 무제한, 무기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또한 캐나다의 한국정책에 대한 캐나다의 신뢰를 볼 수 있지요. 이와관련하여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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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 11월 15일 기획재정부와의 긴밀한 협의 아래 캐나다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국제금융에서 스와프(swap)란 ‘서로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로 된 빚을 일본 엔화 빚으로 바꾸는 것이나 고정금리 빚을 변동금리 빚으로 바꾸는 것 등을 일컫는다. 전자는 표시통화를 바꾸는 것이므로 ‘통화스와프(currency swap)’라고 부르고, 후자는 이자율을 바꾸는 것이므로 ‘이자율스와프(interest rate swap)’라고 한다. 중앙은행 간에 맺어지는 통화스와프는 부채의 표시통화나 표시이자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긴급하게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에 신속히 중앙은행을 통해서 유동성을 조달하는 계약이므로 정확하게는 ‘중앙은행 유동성 스와프(central bank liquidity swap)’로 부르지만 통화스와프로 지칭해도 무방하다.

 

통화스와프는 한 나라에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일정 기간 동안 통화를 상대방 국가의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 나라의 통화를 잠시 동안 빌려가는 계약이다. 중앙은행 간 스와프는 전후 거래가 일어난다. 먼저 금융불안이 일어난 나라가 상대방 통화를 빌려가는 ‘전 거래’이고, 빌려간 자금을 나중에 반드시 되돌려 갚는 ‘후 거래’가 따른다. 빌린 자금은 당연히 공짜가 아니고 시장 금리를 반영해서 물어야 한다.

 

예컨대 캐나다에 달러 부족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 캐나다 중앙은행은 캐나다 달러를 한국은행에 맡기고 한국 원화를 빌린다. 이것이 전 거래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빌린 원화자금을 금융시장에 팔아서 외화자금을 조달해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그런 다음 일정 기간 뒤 금융불안이 가라앉으면 캐나다 중앙은행은 시장에서 원화를 사서 한국은행에 되갚고 미리 정한 시장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이것이 후 거래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한국은행은 원화를 캐나다 중앙은행에 맡기고 캐나다 달러를 빌린 다음에 그 캐나다 달러를 팔아서 필요한 외화자금을 조달한 뒤 나중에 이자를 포함해 빌린 캐나다 달러를 갚는다.

 

통상적으로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계약은 두 나라 중앙은행 사이에 쌍무 계약으로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처럼 여러 나라 중앙은행 사이에 다자간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전에도 여러 나라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10월 30일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RS)가 체결한 원화·미국 달러 간의 통화스와프다.

 

당시 우리나라는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외국 투자자금이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통에 환율은 달러당 1000원 남짓에서 1400원 이상으로 올랐고, 주가(KOSPI)는 5월 1850대에서 9월 한때 900대까지 폭락했다. 금리마저 불안하게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당시 정부는 긴급하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S)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6개월 만기로 약 300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그 후 만기는 계속 연장되다가 2010년 계약 만료 후에는 연장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의 안정 폭을 넓히기 위해 미국 이외에도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과 일본과의 협정은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으며 가장 큰 통화스와프 대상국인 중국과는 최근 계약이 연장되었다. 현재까지 중국(3600억 위안/62조 원),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호주(77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치앙마이 이니셔티브(384억 달러) 등 총 약 1222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발효 중에 있다.

 


     
이번에 한국과 캐나다 두 중앙은행이 체결한 통화스와프는 그동안 다른 나라와 맺은 스와프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통화스와프의 금액과 만료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계약을 ‘상설계약(standing agreement)’라고 하는데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캐나다가 한도는 물론 계약 만료기간도 따로 설정하지 않은 통화스와프 계약을 흔쾌히 맺은 것은 그만큼 상호간의 신뢰가 두텁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는 인구 수(3500만명) 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다소 작지만 경제 규모에서는 GDP 1조 5300억 달러(세계 10위)로 우리나라 1조 4100억 달러(세계 11위)보다 한 계단 앞선다. 게다가 석유, 천연가스, 목재, 광물자원 등 천연자원이 매우 풍부하고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해 있다. 또한 미국과 서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나라다. 그만큼 미국과 거의 하나처럼 움직이는 나라라는 의미다. 이런 강대국 캐나다와 무제한, 무기한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것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상징하며, 한국 정부 정책에 대한 캐나다의 신뢰가 전과 다르게 깊어졌다는 것을 표출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난해 촛불혁명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와 그 정책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신뢰가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로 나타났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나 정치적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는 나라와 무제한, 무기한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을 나라가 과연 있겠는가.     


   
이런 명분상의 의미 외에도 한국과 캐나다의 통화스와프는 우리나라에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췄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실질적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 우리나라는 빈번하게 크고 작은 금융위기에 시달려왔다. 1997년과 2008년의 대형 위기는 물론이고 2016년 봄의 브렉시트나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또는 북한의 핵실험 도발처럼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환율이나 주가, 금리는 크게 흔들리고 불안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대외적으로 불안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불안은 한국과 캐나다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로 한층 낮아졌다. 금융위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확률은 현저히 떨어졌다고 믿어도 된다. 다만 이런 환경을 틈타고 외환투기꾼들이 원화를 집중 매입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원화가 강세가 되는 일이 없도록 외환당국은 보다 면밀하게 외환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 감독해나가야 할 것이다.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