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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주민투표로 경비원 고용 지켜낸 주민들

어느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들을 문자로 해고한 논란, 어느 지방의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노예로 부리다는 글 등 아파트 갑진 논란이 지속적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주민투표로 경비원 고용을 지켜낸 주민들이 있습니다.


(사진=주민투표로 경비원 14명과 청소원 4명 전원 고용을 유지하기로 한 인천 진주2단지 아파트는 1월부터 월 218만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는다. (왼쪽부터) 김창규 경비원, 김찬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입주민 신영희 씨, 유성만 경비원, 박상남 관리사무소장│ⓒC영상미디어)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건 경비원들의 월급 인상을 의미합니다.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안건은 주민투표에 부쳐졌습니다. 찬성 23.5% 반대 58.2% ,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로 경비원 고용 유지를 이끈 인천 가좌동 진주2단지 이야기입니다.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에서 기사 원문 자세히 보기


지난해 7월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며 인천 가좌동 진주2단지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경비원들의 월급 인상의 안건은 10월, 주민투표에 부쳐졌습니다. 안건에는 기존 일곱 개의 초소를 네 개로 축소하고 그에 따른 경비원도 14명에서 7명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존 인력을 유지할 경우 세대별로 매월 5020~8560원의 관리비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반대로 초소를 통합하고 인력을 감축하면 초소 구축 비용이 발생하지만 입주민 부담은 없었습니다.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주민 부담도 1/2로 줄어


사실 이곳은 2년 전에도 경비원 감축을 두고 주민투표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근소한 차이로 기존 경비 인력을 유지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물며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마당에 낙관적인 결과를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경비원 14명, 청소원 4명은 직장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주민들은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는 점, 초소를 통합하면 경비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용 유지의 뜻을 전했습니다. 요즘같이 택배 등을 관리하는 업무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비용을 조금더 내더라도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공감대도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한 입주민은 “우리는 6000원씩 늘어나는 셈이지만 경비원은 일자리를 잃는 거잖아요. 외식 한 번씩 덜 하고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나갔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습니다.


진주2단지의 유대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닙니다. 경비원은 24시간 1일 맞교대 형태로 근무합니다. 수시로 순찰을 하고 주차관리, 분리수거 등 아파트 내 질서를 유지하고 주민의 편의를 확인합니다. 경비원은 성실하게 본연의 임무를 다했고 주민들도 이를 높이 샀습니다.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책이 발표된 시점은 이 아파트의 경비원 고용 유지가 결정된 후였습니다. 아파트 측은 1월 급여가 지급된 후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매월 218만 원의 안정자금이 지급돼 가구당 인상액이 79㎡ 2845원, 102㎡ 3660원, 135㎡ 4840원으로 조정됩니다.


처음 예상했던 관리비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김창규 경비원은 “월급이 26만 원 정도 오르게 됐어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으로 가계에 큰 보탬이 될 것 같아요. 이곳에서 벌써 6년째 일하고 있는데 건강하게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인력 감축에 앞서 주민 의견 꼭 물어봐야


진주2단지 아파트는 경비원·청소원의 해고나 휴게시간 확대 없이 일자리 안정자금과 관리비 인상으로 임금 인상분을 충당하기로 했지만 모든 아파트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편법을 사용한한 경우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진주2단지에서 눈에 띄는 점은 모든 과정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의사결정을 내린 점입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때문일까.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은 없었습니다. 김찬무 회장 역시 주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에서 ‘기꺼이 관리비를 더 낼 의사가 있는데 왜 해고부터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한 한주민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최저임금으로 고용 문제가 발생 시 아파트 대표가 단독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인천 가좌동 진주2단지처럼 함께 살아가는 주민의 의견을 물어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관계니까요.


정부에서 지원하는 최저임금 안착을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과 신청 방법도 꼭 확인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