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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북미정상회담, 비핵화 과정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시작점

많은 우여곡절 속에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은 크게 네 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는데,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노력,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한국전쟁 유해 송환이 그것이었습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앞으로가 더 중요함을 알리는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의 기고를 소개합니다.


북미정상회담

(사진=제26회 국무회의│ⓒ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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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먼저 비핵화 부분부터 살펴보자. 미국 정부가 그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였다. 그간 양국이 줄다리기를 해온 경과를 살펴보면 미국이 CVID를 요구하는 데 대한 대가로 북한은 단계적 제재 해제를 요구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분명하게 CVID의 가시적 성과가 있은 후에야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다. CVID 대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고 명시함으로써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 들어 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것보다 후퇴한 표현이었다.


비핵화 협상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회담장을 떠나겠다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국내 정치적인 여건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 즉, 현 국면에서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무마시킬 필요가 있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중간선거 승리가 필수적이다.


결국 CVID 여부는 불투명하게 되었다. 물론 향후 비핵화 이행단계에서 북미간 어떤 합의된 이행이 전개될지를 지켜보아야 한다. 핵탄두 및 ICBM 선반출을 올해 중으로 완성한다고 하면 매우 엄격한 검증 단계가 불필요할 수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성과는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이다. 이 부분은 오히려 비핵화 부분보다 중요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따라 북미관계가 새롭게 수립된다면, 이는 적대관계 청산과 함께 정상적인 관계를 넘어서서 관계를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미 간 신뢰가 회복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한반도의 지형 변화가 아닌 동북아 전체의 큰 변화이다.


중국은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해한다. 시진핑 주석은 북중관계를 동결시키면서 동시에 한중관계를 강화하려 했다. 즉, 한반도 전체를 중국의 완충지역화하려는 정책이었다.


아마 현 단계에서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며, 북중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열어두면서 북미관계 강화에 대한 견제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동성명에 들어 있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이 한미연합훈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밝혔던 입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미국의 비핵화 및 ICBM 제거 목적은 북한 장거리 핵미사일의 미국 본토 위협 제거라는 이유도 있지만, 동맹 디커플링을 막는다는 것도 존재한다.


이러한 동맹 디커플링에 대한 우려를 막기 위해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 상황은 비핵화 초기 단계부터 연합훈련을 중단함으로써 미국이 스스로 동맹 디커플링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한미연합훈련이 주한미군 감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면서 주한미군 감축 등에 대한 요구가 북한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 감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 핵 위협이 사라질 경우에 한미동맹이 어떤 목적과 공동의 위협을 가지고 새롭게 전환되어야 하는가이다.


한미동맹의 경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즉, 한반도, 지역, 글로벌 차원의 동맹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한미동맹의 목적은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에서 지역의 안정과 질서 유지로 바꿔야 하며, 한미 양국은 이에 대한 사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미국 폼페이오 장관이 추후에 실무협상을 재차 시작하고 북한 비핵화를 신속하게 시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구두로 약속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추후 실무협상 및 북한 비핵화 단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북미정상회담

(사진=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그 자체로 보면 성공적인 결과물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긴 비핵화 과정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시작점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제 한국이 단순한 중재자가 아닌 더욱 적극적인 참여자로 역할이 변경돼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