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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가족여행 가기 좋은 호젓한 고택 3곳

꽃샘추위가 끝나고 나면 봄을 기다리며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봄에 가면 좋을 호젓한 고택을 소개해드릴까해요. 바람은 살짝 차지만 주변에서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하는 봄나물들과 나무에 피는 꽃눈들을 즐기다보면 시간이 멈춘듯 아름다운 고택에 도착하게 됩니다. 도심의 건물 사이로 부는 바람이 아니라 탁 트인 들판과 낮은 산 그리고 강가에서 부는 바람은 차갑기 보단 봄내음을 간직한 듯한 느낌입니다.


한옥은 그 품 안에 머물 때 진짜 값어치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듯 보는 것과 직접 하루를 묵어보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 보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다가오는 봄에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방문하기 좋은 고택을 추천해드립니다.


고택여행



  논산 명재(윤증)고택


논산시 노성면의 중심가에서 샛길로 빠져들면 먼발치 노성산이 보이는 곳에 1709년에 지어진 명재(윤증)고택이 자리하고 있어요. 명재(明齋) 윤증(1629~1714)은 백의정승이라 불린 학문이 높고 청렴한 학자였습니다. 숙종은 한 차례도 벼슬을 한 적이 없는 그에게 우의정을 내릴 정도였는데요.


여느 사대부 가옥과 달리 솟을대문이나 울타리가 없이 사랑채는 곧장 마을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서쪽에는 노성향교가 있고 동쪽은 사당을 지나 장독대 끝자락의 도서관, 노서서재가 자리잡고 있어요. 고택은 그 가운데서 주변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한옥은 직접 들어와서 겪어봐야 진짜 가치를 느낄 수 있는데 명재 고택은 사랑채 누마루의 들창을 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와이드스크린의 절묘한 화각이 일품인데요. 남쪽으로 난 창으로는 교촌리 일대가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계룡산 암봉도 보여요. 서쪽 창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꽉 들어차고 마당과 연못의 전경도 눈에 듭니다. 거기에 남향이라 짧은 겨울해도 깊숙이 스며 따스한 느낌이에요. 창가에 팔을 걸치면 이번에는 아래쪽 기단 위에 석가산(石假山)이 뾰족한 금강산을 연출합니다.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본 신선이 된 듯하답니다.


고택



안채에 들어서면 우선 너른 마루가 눈에 띕니다. 여덟 칸의 마루는 고택의 규모나 마당에 비해 넓고 기둥이 높지 않아 수평으로 평온해 보여요. 창문을 열면 보이는 뒤뜰에는 대숲 아래 장독대가 시선을 사로잡지요. 넓은 장독대가 고요하면서도 무언가 풍성한 느낌이라 또 한참을 머물 수밖에 없답니다.


명재고택의 매혹은 옛 한옥의 정취에 걸음이 닿는 외부의 공간의 여유로운 쉼터도 한몫합니다. 힐링 캠프가 따로 없을 정도에요. 숙박을 위해 지어진 초가의 곁엔 우리 전통 방식의 방지원도(方池圓島) 연못도 있습니다. 네모난 연못 가운데 둥근 섬을 조성했는데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북쪽에 있어요. 명재고택에서 이어지는 동선이니 꼭 한번 들러보세요. 5월에는 사랑채 앞마당에서 고택음악회도 열리니 참고하세요!



문의 :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 306 (041-8224-6515, www.myeongjae.com)



  춘천 김정은 가옥

고택



강원도 지방은 고택이 많지 않아요. 늘 정치의 변방이었던데다, 한국전쟁을 지나며 많은 수의 한옥이 허물어졌어요. 그래서천혜의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묵어갈만한 고택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고 귀합니다. 춘천에는 현재 세 곳의 전통 가옥이 남아 있어요. 100년 남짓한 고택인데요. 한적한 시골 마을 정족리에 위치합니다. 정족천이 흐르고 주변을 얕은 골짜기가 둘러싸고 있는데 오가는 버스는 드물고 남춘천역에서 가까운데 버스에서 내려 20분 남짓을 걸어 이동해야 해요.


춘천에서 유일한 한옥체험업소 1호 김정은 가옥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68호로 앞으로는 작은 실개천이 있고 뒤쪽으로는 야트막한 야산이 있어요. 그리 높은 산세나 거센 강줄기를 자랑하지 않지만 소박하나마 배산임수의 지형이지요.


기와집으로 지은 김정은 가옥은 화천에 있던 집을 이전했습니다. 한때는 5대가 같이 살았는데 식구만 해도 20명이 넘는 대가족이었어요. 집 앞에 서면 삼문의 형식을 갖춘 대문이 맞이하고, 주변으로는 담을 곱게 둘렀어요.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길게 늘어선 사랑채와 장방형의 사랑마당이 소박한 아름다움 공간입니다.


안채로 들어오면 대청마루 앞으로 약 3미터가량 뻗어 나온 차양이 눈에 띕니다. 한옥의 처마 밖으로 차양을 낸 구조는 강원도에서 강릉의 선교장과 김정은 가옥이 유일해요. 그 풍광이 기존의 한옥과는 조금 다른 멋과 운치를 연출하지요. 안채는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건넌방이, 동쪽에는 윗방과 안방, 부엌이 차례로 자리합니다. 작지만 멋스러운 한옥입니다.


고택


김정은 가옥은 이름 난 종택은 아니에요. 사대부나 권문세가도 아니고요. 대대손손 대를 이어 살고 있지도 않아요. 하지만 고택에 머무는 사람은 한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마련이지요. 지금은 한옥을 특별히 사랑하는 구자완(46)씨 부부가 김정은 가옥을 지키고 다듬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택에는 혼자 누리기에 아까운 것이 너무도 많아 집이 가진 역사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한옥 체험 공간을 마련했어요.


하룻밤을 묵어가며 쉴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 때나 편히 찾아 한옥의 참맛을 체험할 수 있어요. 그 방편의 하나가 한옥 카페입니다. 김정은 가옥은 평상시에도 카페 형식으로 내방객을 맞는데요.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안주인이 손수 만든 우리 먹을거리를 냅니다. 차 한 잔의 여유에 기대 한옥의 마당을 훑고 가는 햇볕과 그림자의 기울기를 따라 마음을 놓아보아도 좋을 곳입니다.


문의 :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정족리 643(010-2582-2923 http://blog.naver.com/jawana)



  경북 예천 사괴당고택과 우천재

고택



마치 미로를 그리듯 마을 곳곳을 지나는 골목이 유명한 금당실마을은 흉년, 전염병, 전쟁 등의 화를 피할 수 있는 10곳의 마을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사괴당(四槐堂)고택은 민속자료 제179호로 원주 변씨 변응녕(1518∼1586)이 터를 잡고 집을 지었습니다.


고택의 동쪽 바깥으로는 길게 이어지는 돌담이 눈길을 끌지만, 그 가운데 솟은 2층의 초가 대문채도 흥미롭습니다. 가운데 대문간이 있고 남쪽에 문간방이, 북쪽에 창고가 각각 한 칸씩 붙어 있습니다. 사괴당고택의 본채는 안채만 덩그러니 남았어요. 원래는 안채 앞쪽에 ‘ㄴ자’ 형의 사랑채가 위치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터만 남아 안마당이 굉장히 넓어요. 예전에는 연못과 정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옛 연못의 주변으로 네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 해 사괴당(四槐堂)이라 불리었어요. 이제는 모두 고사하고 한 그루만 남았어요. 정월 대보름에 마을 제사를 지내는 나무에요.


안채는 ‘ㄷ’자형으로 남향의 집이고 80센티미터 남짓한 높이의 기단 위에 팔작지붕을 이었어요. 3칸의 안방과 대청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날개 모양인데 서쪽에는 부엌과 방이 있어요. 동쪽에는 마루방과 온돌방이 위치하고요. 안대청에서 뒤뜰로 난 문을 열면 약초밭인데 그 사이로 봄에는 들꽃들이 피어 아름다워요.


사괴당고택에 역시 원주 변씨의 후손들이 기거하지는 않고 이원희(56)씨 부부가 2년째 살며 고택 숙박의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괴당고택에서 용문면사무소 옆길로 걸음을 옮기면 곧 우천재(愚泉齋)가 나옵니다. 사괴당고택과 더불어 하룻밤묵기 좋은 고택인데요. 우천재는 함양 박씨의 대표적인 고택으로 1681년 건축된 이후 몇 차례 보수를 거쳐, 현재 건물은 1870년에 건축되어 현재 박정호(48)씨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우천재라는 이름은 박씨가 증조부의 호를 따서 지은 것인데요. 스스로를 낮추어 부른 ‘어리석은 샘’이라는 의미에요. 집도 이름을 닮아 깊고 넓은 도량이 스미는사람 냄새나는 곳이에요.


고택


우천재는 남서향의 긴 장방향으로 대문채에서 북동쪽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본채로 향하게 됩니다. 마당은 제법 넓어 남쪽에는 우물이 있고 그 곁으로 장독대가 위치해요. 장독대는 보통 안채에 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너른 바깥마당을 활용했네요. 사랑채는 정면 6칸의 건물로 낮은 기단 위에 모습이 단정하고, 동쪽으로는 곳간채가 붙어있어요. 그 사이로 난 중문을 통해 연결된 안채는 2단의 기단 위에 정면 5칸, 측면 2칸의 건물로 현대식 창틀을 설치했답니다.


사괴당고택이나 우천재도 마찬가지로, 초가 대문에 텃밭을 있고 집집이 우물을 두었습니다. 반가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고, 얼핏 양반의 고택같지만 서민적이고 검박한 풍모를 자랑합니다. 근처에는 천연기념물 제469호 송림도 볼만한데요. 약 800미터 길이의 소나무 방풍림이에요. 하루 묵으면서 마을곳곳의 여유로움을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문의 : 사괴당고택_경북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 430 (010-3600-7325)

        우천재_경북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 468 (010-3234-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