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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전국 오일장 여행3선

장에서 장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고 에너지가 넘치는 장터에서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기운을 얻기도 하며, 볼거리&먹을거리가 넘치기에 신나게 장구경을 할 수도 있죠. 특히나 시골장터에는 넉넉한 인심과 구수한 입심을 보고 듣는 재미도 있죠. 


그래서 오늘은 볼거리, 먹을걸리가 가득한 전국 오일장 여행 3선을 준비했답니다.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 문득 떠나고 싶을 때는 팔딱이는 활어회처럼 생명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시골장터 어떠세요. 아마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기운을 한 움큼 받아가실 수 있을거에요. 




하나. 푸르름과 싱싱함을 넝쿨째 느낄 수 있는 구례 오일장


땅에 심는 씨앗용의 씨생강, 가시가 오돌도돌 난 향긋한 산두릅, 줄기까지 그대로 붙은 탱글탱글 실한 토종 양파, 미나리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다발로 쌓인 미나리 묶음, 비슷한듯 색도 맛도 제각각인 쌈채소 모종, 봄을 알리는 각종 씨앗과 묘목들. 시장 입구에서부터 봄을 넝쿨째 느끼게 하는 구례 오일장의 장거리들입니다. 


전라도의 장이 다르고 강원도 장이 다르고 바닷가 장이 다르고 산골의 장이 또 다르듯이 구례 오일장 또한 그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요. 구례 오일장은 예부터 지리산과 섬진강을 벗삼은 덕에 농축산물은 물론 산나물과 약초, 민물고기가 풍성했고 황금갯벌을 두른 순천과도 멀지 않아 갯것들이나 바다의 각종 생물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구례 오일장


구례 오일장은 3·8일 장으로, 지리산권에서 가장 큰 장인데요. 고속버스터미널, 구청 등과 가까운 구례읍에 위치해 구례 읍내장이라고도 불리며, 장은 크게 어물전(가동)과 잡화전(나동), 채소전(다동)과 싸전(라동)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국밥집이나 팥죽집, 지물포와 잡화점 등이 즐비하며, 어물전과 채소전은 역시 난전이 인기인데요. 애초 구매 목록에 들어 있지 않았어도 그 싱싱하고 탱탱한 모습을 보면 ‘한 봉다리’ 안 사고 지나갈 수가 없게 만든답니다. 


구례 오일장


오일장에 가면 어릴 적 먹던 눈깔사탕도, 씨앗 대신 싹이 난 씨생강을 심어 재배한 생강도 있어요. 또 장날에 맛볼 수 있는 고소한 주전부리인 번데기도, 갓 만들어 따끈따끈 보들보들한 손두부도 맛볼 수 있답니다. 


여행수첩

가는 길

용산역에서는 구례구역으로 가는 열차가 많아요. 새벽과 오후에 KTX신천이 각각 1편씩 있고 새마을호, 무궁화호가 1-2시간 간격으로 있어요. 첫차는 오전 5시 20분, 막차는 오후 10시 45분에 있어 새벽 열차를 타고 달려볼 수도 있어요. 지리산 등산객도 편하게 이용하기 좋은데요.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를 타면 버스에 비해 30분에서 1시간쯤 더 걸리지만 호남선과 전라선을 두루 타고 내려오는 데다 도시락을 까먹고 덜컹이는 레일 소리를 들으며 갈 수 있어 기차 여행의 매력을 한 껏 느낄 수 있어요. 


먹을 곳

가야식당 장어탕·물회 전문점,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061-782-6161)

동아식당 가오리찜·족탕,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204-2 (061-782-5474)

부부식당 다슬기수제비,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298-34 (061-782-9113)


잠잘 곳 

곡전재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476-3 (061-781-8080)

지리산 한화리조트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32-2 (061-782-2171)

구례둘레길 게스트하우스 전남 구례군 광의면 수월리 41-8 (061-782-0203)



둘. 동해생물 & 태백산물로 넘실대는 흥겨운 북평오일장


제대로 5일장, 200년 전보다 지금이 더 흥겨운 북평장은 오래된 장이에요. 기록만 살펴봐도 200년이 넘었는데요. 바다를 낀 지역답게 어시장은 기본이고 소를 팔던 우시장과 정선에서 길러 만든 삼베를 팔던 장으로도 유명했답니다. 


삼척과 강릉 사이에 위치한 동해시에서 열리는 큰 장인 북평 오일장은 삼척과 묵호항에서 넘어온 갯것들은 물론 태백과 정선 등지에서 올라온 산나물과 약초로도 장거리가 넘쳐납니다. 인근 바다와 산에서 나는 온갖 산물들이 5일에 한 번씩 이곳 북평장으로 몰려들기 때문이죠. 영동지방에서 가장 큰 장이었고 전국 3대 장에도 꼽히는 대단한 장, 그 북평장이 현재에도 여전히 사람들과 물산으로 넘실대는 흥겨운 장터로 살아남아 있답니다. 


북평 오일장


북평동과 구미동에 걸쳐 펼쳐져 있는 북평오일장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장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넓게 포진해 있는데요. 그만큼 먹을거리도 다채롭답니다. 갖은 제철 채소와 약초가 좌판을 가득 채우고, 굼벵이와 지네를 비롯해 신기한 약초에 마음을 빼앗길 즈음 대왕문어와 오징어를 비롯한 각종 생선들이 판을 칩니다. 구둑구둑하게 말려 매달린 커다란 가오리에 넋을 잃고 있자니 갓 튀겨낸 어묵이며 호떡, 번데기가 코와 입을 유혹하는 곳 입니다. 


출출한 무렵이면 메밀전병과 메밀부치기를 막걸리와 함께 파는 천막들이 늘어서 있는데요. 팥소를 안에 넣지 않고 통팥을 반죽에 섞은 이색적인 수수부꾸미도 있고, 잔치국수와 묵사발도 함께 판답니다. 


북평 오일장


북평오일장에서는 굳이 돈을 내고 사먹지 않아도 거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 많답니다. 마트도 아닌데 이처럼 시식이 많은 장도 드물 텐데요. 한 소쿠리에 1만원 하는 비싼 표고버섯도 듬성듬성 썰어 기름장에 맛을 보여주고 미역부각이니 방금 터진 뻥튀기도 무료시식입니다. 짭조름하게 말린 문어도 한웅큼 씹어보고 향긋한 사과도 한쪽 베어물며, 콩고물 가득 묻은 인절미 한 덩이, 상큼한 딸기 한 알도 맛볼 수 있는 이 곳은 바로 북평 오일장입니다. 


한편, 정월대보름 전날 마을 사람들이 원님이 될 사람을 정해 가마에 태우고 섶다리였던 북평다리를 건너며 길놀이를 하면 백성들이 그 뒤를 따르는 놀이로 일종의 다리밟기이기도 한 동해만의 민속놀이인 '원님놀이' 도 북평 오일장에서 펼쳐지곤 합니다. 오래된 시장이란 오래된 것들을 가득 품고 있는 법이죠. 200년 전통이 있는 북평 오일장에서는 오래된 풍습을 이어내려가기도 하고 잔치가 있는 양 한바탕 어울려 놀기도 한답니다. 


여행수첩

가는 길

청량리에서 동해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6회 운행. 첫차는 오전 7시 7분으로 약 두 시간 간격으로 있다가 오후가 되면 열차가 끊기고 막차가 밤 11시 25분에 있어요. 동해까지는 5시간 정도 걸리며 요금은 1만 8,400원이에요. 


먹을 곳

두꺼비집 소머리국밥·돼지국밥·수육 강원도 동해시 구미동 496-3 (033-521-5283)

대성집 소머리국밥 강원도 동해시 구미동 503 (033-521-5450)


잠잘 곳

등대불빛아래펜션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 2-433 (033-533-0033)

묵호등대펜션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 2-224 (033-531-6777)



셋. 이색적인 강원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강원도 평창올림픽시장


평창올림픽시장은 해방 이후 5일장으로 형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답니다. 상설로도 운영되지만 재래시장은 역시 장날이 제맛이죠. 5·10일 장인데 장날에는 때에 따라 당나귀를 타고 시장을 도는 체험도 할 수 있고 마당극이 펼쳐지기도 한답니다. 시장 곳곳의 좌판에는 태백산맥의 정기를 듬뿍 받고 자란 고랭지 채소와 강원도의 개성 있는 특산물이 무시로 펼쳐져 있습니다. 골목 골목을 스칠 때마다 소소하지만 정스러운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만날 수 있어요. 

평창올림픽시장


기온차가 심한 대륙성 기후인 평창에는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고랭지 환경에서 자란 식재료가 많은데요. 여름에는 강원도 대표 농산물인 감자와 옥수수가, 가을엔 버섯과 메밀, 겨울에는 황태가 유명합니다. 1970년대부터는 강원도 특산물인 메밀부치기를 팔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인기며, 푸짐한 산채정식은 물론 미각을 자극하는 메밀막국수도 있어요.


평창올림픽시장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은 크게 세 종류인데요. 그 중에서도 첫째로 꼽히는 것은 메밀부치기와 콧등치기 국수, 메밀차 등의 메밀음식이고 둘째는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올챙이국수입니다. 셋째로 수수부꾸미와 옥수수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죠. 


평창올림픽시장


이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메밀부치기와 콧등치기 국수는 강원도 메밀로 만든 특산품인데요. 메밀전인 메밀부치기는 일반 밀가루로 만든 것보다 담백하고 고소한데요. 배춧잎을 넓게 펼친 메밀부치기도 맛있지만 매콤한 김치소를 넣어 돌돌 만 메밀전병도 막걸리 한잔 생각나게 하는 좋은 안주이자 삼삼한 간식입니다. 

이름도 재미있는 콧등치기 국수도 메밀로 만듭니다. 콧등치기 국수는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올챙이국수와는 달리 100% 메밀로 면발을 굵게 만든 까닭에 그 면발이 뻣뻣하고 거칠죠. 후루룩 먹다보면 면발이 콧등을 ‘툭’ 치고 넘어간답니다.^^


평창올림픽시장

두번째로 꼭 먹어봐야 할 것은 올챙이국수인데요. 올챙이국수는 짧고 굵게 끊어지는 그 모양이 마치 올챙이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산간지방에서 많이 나는 옥수수를 가루 내어 만들었기 때문에 색이 노랗고 국수 자체의 맛은 무미한 편이기에, 흔히 국수에 올려주는 김치와 양념맛으로 먹게 되죠.


다음으로는 수수부꾸미를 먹어봐야 합니다. 은은하고 담백한 수수전의 맛과 그 안에 든 팥소의 궁합이 환상적이며, 다른 메밀전들과 함께 옥수수막걸리에 곁들여도 좋고 시장 구경하면서 길거리 간식 삼아 먹어도 맛있답니다.

여행수첩

가는 길

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 → 신갈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 새말IC → 새말교차로 → 서동로 → 평창중앙로 → 평창올림픽 시장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 → 평창버스터미널& → 도보 5분& → 평창올림픽시장


먹을 곳 

경원이네 메밀부치기 전문점 메밀부치, 평창군 평창읍 하리47 (033-333-6449)

메밀나라 메밀전병, 평창군 평창읍 평창시장 1길 13 033-333-1446

두메산골 백반 평창군 평창읍 평창시장 2길 2 (033-333-5168)


잠잘 곳

700빌리지 평창군 평창읍 고길천 3길 160-5 (033-334-5600, www.700village.co.kr)

평창가을동화펜션 평창군 평창읍 매화길 189-59 (010-6215-8427, www.homespension.co.kr)

평창클럽밸리 평창군 평창읍 뇌운계곡로 590-33 (033-334-5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