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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인공위성 망원경으로 우주의 신비를 푼다~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이 본격적인 실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공위성 2대를 우주에 띄워 망원경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인데요. 인류 최초로 시도하는 이 실험을 추진하는 사람은 세계적 과학자나 유명한 공학자가 아닙니다. 호기로운 한국의 이공계 대학원생 김재혁씨인데요. 그의 실험 결과에 따라 지구인은 태양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광활한 우주의 역사를 살피기 시작하다!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지동설로 유명합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증명한 일화가 유명하죠. 그러나 과학자들 사이에서 그는 망원경을 개량한 것으로 더 유명합니다. 광학을 이론적으로 정립해 망원경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과학자이지요. 또한 갈릴레이는 목성의 위성과 달의 반점, 태양의 흑점을 자신이 만든 망원경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물리학계에서 최고로 가치 있는 증명 방식은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입니다. 우주의 신비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망원경을 만든 갈릴레오가 과학자들에게 더 존경받는 이유죠.


지금까지 인류가 고안한 가장 뛰어난 망원경은 우주망원경입니다. 허블 망원경처럼 인공위성에 망원경을 실어 우주공간으로 보낸 뒤 먼 우주를 직접 촬영하는 방식이에요. 우주망원경은 초신성의 멋진 폭발 장면을 촬영해 인류에 유용한 지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더욱 높은 해상도로 더 먼 우주를 보고 싶어하고 있어요.



김재혁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 중인 젊은 갈릴레오가 있습니다.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 김재혁(30) 박사과정 연구원이에요.


망원경은 볼록렌즈와 오목렌즈 사이 경통의 길이에 따라 성능이 달라집니다. 경통이 길수록 더 먼 거리에 있는 물체의 고해상도 상을 볼 수 있죠. 우주망원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주망원경을 무한정 크게 만들 수는 없어요. 인공위성이 망원경의 무게와 크기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분리형 우주망원경입니다. 볼록렌즈와 오목렌즈 역할을 하는 두 개의 인공위성을 각기 멀리 위치시켜 거대한 우주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에요.


이는 아직 이론에 불과합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세계유수의 대형 연구기관도 실제로 분리형 우주망원경이 가능한지 실험해보지 못했어요. 김 연구원은 작은 분리형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수천억 원 규모 대형 망원경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미리 실험으로 검증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미션 ‘카니발(CANYVAL,CubeSat Astronomy by NASA and Yonsei using Virtual Telescope Alignment)’이에요.


카니발


김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의 큐브 위성(1,000입방센티미터 단위의 소형 위성) 경연대회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출했습니다. 대학 내에서 공모전 공고를 내고 2년 동안 위성을 만들 지원자 12명을 모았어요. 2012년 12월 7일 1차 경연에 이어 지난 2월 15일 2차 최종경연을 통과한 3팀 중 1팀으로 뽑혔습니다. 

 


  어떻게 경연에 뛰어들었나?


“외국 대학처럼 학부생과 함께 원하는 연구를 하는 그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경연을 위해 큐브 위성으로 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임무를 뽑아봤다. 그 중 연세대의 강점인 편대비행(2대 이상의 위성이 나란히 비행)을 활용할 수 있고, NASA에서도 실제로 고려 중인 미션이 분리형 우주망원경이었다. 기존 우주망원경보다 1,000배 높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는 미션이다. 천문물리학계에서도 대형급 분리형 우주망원경을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올 분야로 기대한다. 실제로 위성 경연에서 당선되자 일이 점점 커졌다. 세계적으로 큰 연구집단으로부터 연락이 와 직접 협력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미션의 구체적 내용은?


“고도 300~500킬로미터 우주공간에서 2대의 위성이 적은 오차로 나란히 비행해 태양에서 오는 엑스선을 9.2분간 촬영하면 된다. 하루에 2회 태양을 찍을 기회가 있는데 1회 이상 성공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위성이 미세하게 추진력을 내 정밀하게 비행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한 대는 큐브 경연대회에서 받은 예산으로 만들고, 다른 하나는 MIT와 NASA의 협력을 받아 만든다. 이번 실험에 성공하면 NASA가 우리 데이터를 분석해 대형 분리형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린다. 마침 NASA에 파견됐던 지도교수님이 NASA와 협약하는 데 도움을 주셨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


“중학교 때 고등학교 ‘물리2’를 공부하면서 과학에 관심을 가졌다. 천체물리학이 현대물리학의 집합체라는 말을 듣고 천문학으로 진로를 정했다. 훌륭한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 신기했다. 중학생 때도 분리형 우주망원경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이 일을 하게 돼 감개무량하다. 대학에 와서는 우주공학이 가장 어렵고 남들이 잘 못하는 분야라고 해서 내가 하겠다고 나섰다. 천문학은 당장은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해보자 해서 우주공학 중에서 궤도결정, 비전 센서를 이용한 랑데부 및 도킹, 편대비행 등을 세부전공으로 정했다.”

 


  어떤 과학자가 되고 싶나?


“칼 세이건(1934~96, 미국의 천체물리학자로 과학 대중화의 선구자)처럼 되고 싶다.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써 과학을 대중과 연결하는 링크 역할을 하고 싶다. 한국인들은 아직 과학에 관심이 적다.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과학잡지를 사서 보고 초신성 등에 대한 토론을 일상적으로 나눈다. 예술에 대한 국민의 안목이 깊어지면서 예술을 즐기기 시작한 것처럼 과학을 보는 안목도 생겨야 한다. 이를 키워주는 일을 하고 싶다. 이공계는 아직 암흑기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도 의학전문대학원 등으로 몰려간다. 부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수가 너무 많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과학을 하는 사람이 생겨야 한다. 과학을 하면 장가도 잘 가고 돈도 잘 버는 시대가 돼야 한다. 과학을 하는 나는 아직 미혼이다.(웃음) 이제 혼자 골방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는 의미가 없다.”


 

  위성을 제작하는 데 어려운 점은?


“자금이나 인력 등은 이미 확보해 어렵지 않다. 다만 연구공간이 부족하다. 위성을 제작할 공간과 여러 기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를 놓을 공간이 부족하다. 정밀한 기계이기 때문에 부품을 보관할 청정실도 필요하다. 지금의 연구공간은 해외 위성 제작 시설 중 최소한의 기준보다 좁다. 지금 공간의 딱 3배 넓이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총장님께서 이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1억7,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1년 안에 위성을 만들고 2015년에는 항우연을 통해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