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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무서운 10대'라는 말을 요즘처럼 절감할 때가 없었던 것 같은데요. 고등학생들이 유흥비 마련을 위해 중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하고,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매매를 시킨 중학생들이 붙잡히기도 합니다. 청소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진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청소년 범죄를 가까이서 지켜본 소년전문법관에게 청소년 비행이 발생하는 배경과 우리의 가정과 학교가 담당해야할 역할 등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학교폭력



"이제 곧 퇴소를 해요. 여기서 나가면 검정고시 공부부터 해야겠죠? 판사님이 아니었다면 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말 감사해요."


서울가정법원 배인구(45) 부장판사는 2주 전 기분 좋은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절도로 감호위탁 처분을 받은 후 살레시오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마자렐로센터에서 생활 중인 여중생 성미(가명)로부터 온 편지였는데요.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에는 얼마전 뮤지컬을 봤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답장을 주셔서 행복했다는 등의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배인구 판사


올해로 판사 경력 18년째인 배인구 판사는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1년 동안 소년부 부장판사에 부임해 다양한 비행청소년들과 마주했습니다. 현재는 더 이상 소년재판을 맡고 있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그때 만난 아이들과 이렇게 소식을 나누고 있어요.


배 판사는 고등학생 딸과 아들을 두고 있는 엄마로서 상처 많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가슴이 아플 때가 참 많습니다. 여느 때보다 학교폭력이 심각했던 지난해 그 역시 학교폭력과 관련한 사건을 여러 차례 맡았는데요. 그는 "처음부터 나쁜 의도로 범행을 저지르는 아이들은 없다."며 "청소년 비행이 끊이지 않는 건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아이들에게 그만큼 애정을 쏟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5월 8일 어버이날, 서울가정법원에서 온화한 미소의 배인구 판사를 만났습니다.

 

  지난 한 해 소년재판을 맡으며 느낀 바가 참 많았을 것 같습니다.


소년재판을 하다 보면 가슴이 먹먹할 때가 참 많습니다. 이 아이가 저 피해자한테는 가해자이지만, 과연 진짜 가해자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법정에 선 아이들 중에는 제가 생각해도 집에 들어가기 너무 싫을 것 같은 가정환경을 가진 아이나 알코올중독자 아버지한테 학대를 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과연 집에 다시 들어가라고 말하는 게 어른으로서 맞는 조언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지난 한 해 아이들과 마주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비행을 중단하고, 사회에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지난해 하반기 학교폭력에 가담해 법정에 섰던 학생들을 데리고 부모 동행 캠프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싶어도 한 번 내밀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으면 부모 자식 사이라도 다시 손을 내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안학교에 다니던 한 여학생도 마찬가지 경우였습니다. 캠프 시작할 때만 해도 부모와 같이 있는 것조차 어려워할 만큼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메밀꽃이 예쁘게 핀 평창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엄마와 계속해서 만나고 소통하면서 아이의 마음이 점점 녹았습니다. 캠프 마지막 날 저녁 때쯤 돼서는 '학교에 다시 가면 파마하고 염색 중 한 가지는 하고 싶은데 뭘하면 좋을 것 같냐'고 저에게 묻더군요. 마음을 연 것이지요. 캠프에 다녀와서 법정에서 다시 봤을 때는 예전에 알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밝은 얼굴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상처가 치유돼가는 모습을 보면 삭막했던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청소년 비행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요?


비행을 유발하는 동기는 대부분이 부모입니다. 이건 세계적으로 공통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안을 때 둘 사이에는 교감능력은 물론 치유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스킨십이 잦으면 그만큼 아이와 부모 사이가 견고해져요. 부모로부터 고립을 경험한 아이들은 가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되고, 그래서 가출이 일어나는 겁니다.

 

배인구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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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라는 울타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지난해 여러 문헌들을 공부하던 중 하와이에서 진행된 한 연구결과에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한 열악한 섬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의 일생을 추적한 연구였는데, 환경만 따지고 본다면 모두 낙오자가 됐어야 하지만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는 기적적으로 훌륭하게 자란 이들도 있었습니다.


왜 그런가 살폈더니, 그 아이들 뒤에는 그들을 믿고 바라봐주던 한 사람의 어른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물론 교사들도 이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서울가정법원은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에 한해 청소년 참여재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 제도를 참 많이 활용했는데 참여인단(배심원)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법정에 선 친구가 비행을 중단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지 함께 고민했던 그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하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피해를 입은 학생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네가 얼마나 아팠는지 내가 알고 있어'라고 말해주라고 조언합니다. 그 문제를 바로 교사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은 선생님한테 말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아이들만 괴롭힙니다. 만약 주변 친구들이 피해 학생의 힘이 돼주고 교사와의 다리를 잇는 역할을 해준다면 학교폭력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꽃'입니다. 어떤 꽃은 봄에 피고 어떤 꽃은 여름에 핍니다. 꽃이 피는 시기라고 생각을 안 할 때 피는 꽃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다 저마다 꽃씨가 있습니다.


다만 어느 시기에 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이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꽃씨 하나씩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같이 피어야 할 시기에 같이 피우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루에도 몇 건씩 학교폭력, 비행청소년에 대한 뉴스를 들을 수 있는데요. 경기도만 해도 학교폭력이 전년도 대비 2.2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데요. 가해학생에게 징벌만으로 끝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랑을 나눠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징벌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학교2013'이라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학교의 현실을 알려주었는데요. '학교2013' 출연진들이 말하는 학교 폭력과 그 대책에 대해서도 함께 들어보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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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