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빡빡한 계획과 목적을 추구하던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 아무런 계획 없이 기차타고 떠나는 여행을 어떨까요. 특히나 요즘처럼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주위에 맑은내가 날 것만 같은 5월 날씨에는 그저 별일 없는 여행을 떠나더라도 지친삶의 활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차타고 떠나면 좋은 여행지 3곳을 소개할까해요.
첫 번째 여행. 강 따라 이어진 철길이 머무는 곳 춘천역
춘천의 봄 풍경은 산과 호수가 모두 청록색 빛으로 수채화처럼 물들어 호수 속에 풍덩빠지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특히 초봄에는 하얀 안개가 산에 어려 안개꽃을 연출하니 발걸음도 가볍게 데이트를 즐기듯 춘천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답니다.
거기에 춘천하면 닭갈비의 본고장으로 유명한데요. 춘천시내로 이동하면 춘천의 명물 닭갈비 골목을 만나볼 수 있어요. 이 중에서도 명물닭갈비는 원산지 표시 자율시행 음식점으로 국산 재료만 사용하는데요. 주인이 개발한 표고버섯닭갈비와 치즈닭갈비, 삼겹살닭갈비, 느타리버섯닭갈비 등의 메뉴가 다른 집과 차별화된 메뉴랍니다.
춘천이 데이트코스로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감성적인 기차를 타고 닭갈비라는 춘천의 명물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죠. 여기에 더해, 호반의 도시 춘천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아요. 춘천댄 가는 길목과 의안댐 주변에 특히 많으니 카페에 들어가서 애인, 친구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더욱이 경춘선 전철은 주말에 자전거를 싣고 탈 수 있는데요. 춘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느끼고 싶다면 호반 하이킹이 좋은데요. 자전거길의 하이라이트인 의암댐에서 춘천댐으로 이어지는 호반길은 놓치기 아까운 아름다운 코스인데요. 미루나무가 가득 담긴 한 척의 배처럼 호숫가에 둥실 떠 있는 중도를 곁눈질하며 달리는 호반길은 여유가 있답니다.
여행수첩
찾아가는 길
-경춘선 춘천행 첫차는 상봉역에서 평일 오전 5시 10분, 휴일 오전 5시 45분에 출발
-상봉행 막차는 오후 11시 춘천역에서 출발
-전철역 약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소요시간은 급행의 경우 1시간, 완황은 1시간 20분 정도
-교통카드 요금은 2천6백원
먹을 곳
-통나무닭갈비 : 춘천의 닭갈비 맛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집으로, 소양호 가는 길목에 자리잡아 여행객들이 특히 많아 찾아요. 소양호 가는 길 (일명 콧구멍 다리 지나 좌측)에 위치하고 있어요. (033-241-5999)
잠잘 곳
-춘천시내에서 숙박하려면 세종호텔이나 중도, 위도의 방갈로를 이용할 수 있어요. 세종호텔은 춘천에서 제일 먼저 문을 연 호텔로 호텔 전면의 객실에서 의암호와 춘천 시내가 내다보입니다. 세종호텔(033-252-1191)은 강원도청 옆에 있으며, 2인 조식을 포함해 비수기 패키지는 8만원 정도입니다.
두 번째 여행. 아담하고 다정한 시골역사가 있는 곳 경북 군위 화본역
하루에 단 여섯 번만 기차가 서는 역이 있습니다. 바로 화본역인데요. 청량리행 열차 1번, 강릉행 열차 2번, 이렇게 상행 3회와 부전행(부산) 열차 1번, 동대구행 열차 2번, 이렇게 하행 3회의 열차가 화본역에 잠시 멈추어 섰다 가는 곳입니다. 청량리에서 화본으로 가는 열차는 하루에 딱 한 번, 오전 8시 25분에 있어요.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 고즈넉한 시골역사의 모습이에요. 1936년에 지어진 작은 시골역사는 아담하고 다정한데요. 2011년에 산뜻한 모습으로 리모델링을 마친 역사의 모습은 아주 옛것 그대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신축 역사의 모습이 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화본역의 아기자기함이 정겹지 않을 수 없답니다. 거기다 난로가 놓인 대합실과 철길을 그대로 넘어 기차를 탈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기차역이기도 하구요.
화본마을은 역을 중심으로 길다랗게 늘어서 있는데요. 마을을 관통하는 유일한 도로가 가장 번화한 거리이지만, 하루종일 오가는 사람 몇 마주치기 어렵습니다. 이곳의 정식 주소는 경상북도 군위군 성산면 화본리로 화본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마을이면서 성산면의 소재지 역할도 합니다.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기차 여행, 시골마을 여행이지만 완행선을 골라 타고 작은 마을을 찾아들어가 무시로 지나는 창밖의 풍경과 사람들을 스쳐 보내며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보고 들으려 할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되는 것처럼 지난 시간들을 곱씹어 보는 것만으로 그것들이 조금쯤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
이번 여행은 오로지 그대로의 나를 위한 여행이다. 미래를 위해 투자되어야 하는 시간으로서의 지금이 아니라, 내일의 노동력을 준비하기 위한 충전으로서의 여행이 아니라 내 존재 그 자체에 순수하게 바치는 쉼‘ ’의 시간이다. 별일 없는 특별한 시간이다.
여행수첩
기차
-서울에서 화본까지 바로 가는 기차가 하루 1회 오전 8시 25분에 있어요. 영주나 안동에서 갈아타고 올 경우 하루 2대의 기차가 더 있답니다. 영주 (9:24 ,12:20) 안동(10:25, 13:14)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신갈분기점에서 원주 방면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탑니다. 다시 만종분기점에서 대구 방면의 중앙고속도로를 탑니다. 군위 IC로 나와 919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우보역을 지나 화본역에 도착합니다.
식당
-밀성반점 중식, 경북 군위군 산선명 화본리 (054-382-0906)
-삼산정 한식, 경북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05 (054-383-5532)
-화본식당 한식, 경북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08 (054-382-3983)
관사 및 민박문의 054-382-3391 (화본마을 운영사무실)
군위군 문화관광과 054-380-6915
화본역 054-382-7788
세 번째 여행. 수많은 청춘을 실어 나른 곳 양평 중앙선 간이역
람들이 한동안 관심 가졌던 간이역들은 청량리를 출발해 춘천으로 향하는 경춘선의 간이역들이었죠.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던 화랑대역이나 경강역, 백양리역이나 김유정역 등이 있는데요. 중앙선인 판대역은 양평과 원주의 경계 지점에 있어요. 서울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는 이곳 판대역을 지나 강릉으로 또는 안동으로 향합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둔역에 지금도 두 명의 역무원이 하루 3교대를 하며 역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는 가을쯤 덕소와 원주 사이의 중앙선 복선전철화공사가 완료되면 구둔역은 기차를 새 철로와 새 역사에 내어줄 것입니다. 그나마 언제라도 찾아오면 이 어여쁜 역사가 여행자를 맞아줄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게됩니다.
한낮 잠시라도 볕이 따뜻하다면 기차 레일 위를 달려보는 것은 좋은데요. 용문면사무소 인근 용문역과 원덕역 사이 폐철로를 이용한 3.2킬로미터 구간이 레일바이크 체험장으로 꾸며졌습니다. 철길 건널목과 터널, 시골마을과 작은 개울을 지나는 왕복 6.4킬로미터의 거리를 다녀오는 데 1시간 정도 소요되며 아침 9시부터 1시간 30분 간격으로 1일 7회 운영됩니다.
자전거 마니아라면 중앙선 자전거길 라이딩을 즐겨 봐도 좋아요. 지난해 10월 양평을 지나는 중앙선 양정역에서 아신역까지 남한강 줄기 따라 뻗어 있는 18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경치 좋은 폐철로 구간이 자전거 도로로 변신해 개통됐어요. 낡은 철교가 나무 데크 깔린 멋진 자전거길로 변했고 어두컴컴한 터널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단장되었어요. 몇 개의 운치 있는 간이역들을 둘러보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아보면서 봄향기를 맡는다면 너무나 멋질 것 같아요. :)
여행수첩
찾아가는 길
-판대역, 구둔역, 석불역 모두 양평군 내에 있어요. 구둔역은 기차가 정차하기 때문에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하차할 수 있어요.
-자동차를 이용하려면 양평읍내에서 6번 국도를 이용해 용문까지 간 다음 지평면 방향으로 가면 석불역에 닿을 수 있고 그곳에서 4.8킬로미터 떨어진 구둔마을 내 구둔역이 있어요.
먹을 곳
-중앙식당(031-773-3422)는 용문산이 길러낸 산채와 전통 장으로 만들어낸 밥상을 맛볼 수 있어요. 산채정식과 곤드레산채비빔밥이 맛있답니다.
-광이원(031-771-8800)은 로컬푸드 전문점으로 용문산 입구에 위치해있고, 자작한 국물이 있는 강된장인 '뽁작장'을 겯들인 정식을 추천합니다.
잠잘 곳
-단월면 산음리의 산음자연휴양림 (031-774-8133)
-옥천면 신복리의 중미산자연휴양림 (031-771-7166)
-설매재 자연휴양림 (031-774-6959)
-양평읍 백안리의 용문산자연휴양림 (031-775-4005)
휴양림관련 문의 :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1588-3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