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운 올여름, 입맛도 체력도 앗아가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열대야현상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일쑤입니다. 하지만, 낮보다 즐거운 도시의 밤을 즐기며 이열치열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더위에 지쳐 잠을 못 이루는 당신에게 자연이 선물하는 밤 풍경과 도시가 선사하는 밤 나들이를 소개합니다.
◈ 한여름 밤의 궁궐 여행
고궁이 3~4년 전부터 밤에도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고궁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입니다. 문화재청은 1년에 네 차례 야간 특별관람을 진행하는데, 3회 차인 현재는 8월 19일까지 야간에 고궁을 개방합니다. 관람 시간은 경복궁과 창경궁 모두 오후 7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입니다.
한여름 밤, 궁궐로 여행을 떠나려면 먼저 인터넷으로 야간 특별관람 티켓을 예매해야 합니다. 가격은 경복궁 3000원, 창경궁 1000원입니다. 인터넷 예매 후 잔여분을 현장 판매용으로 내놓기 때문에 현장에서 표를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예매에 실패했다고 좌절하지는 마세요. 입장 당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간다면 무료 관람이 가능합니다.
경복궁의 야간 특별관람은 하루 2700명만이 입장 가능합니다. 덕분에 경복궁은 번잡하지 않습니다. 야간 입장객은 일부 권역만 관람이 가능해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습니다. 코스는 광화문과 근정전, 강녕전, 교태전, 경회루 권역입니다. 해설사의 설명 없이 자유 관람으로 이뤄집니다.
◈ 문 하나를 두고 과거와 현대가 교차
한여름 밤에 떠나는 경복궁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여름밤이 주는 ‘특별한 분위기’입니다. 사위가 어두워지고 경관 조명이 켜지면 크고 작은 주변 빌딩이 모습을 감춥니다. 그러면 신비롭고 운치 가득한 경복궁이 보입니다. 한국의 멋과 조용히 만나는 순간입니다. 고궁은 오래, 자세히 봐야 합니다.
멀리서, 가까이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다시 앞에서 그렇게 각도를 달리해 근정전을 바라봅니다. 곳곳에 걸린 청사초롱이 근정전의 처마와 지붕의 곡선을 한층 부드럽게 만듭니다. 높이 솟은 유리 빌딩과는 전혀 다른 매력입니다. 옛 건축이 갖고 있는 신비로움에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강녕전으로 이동하면 한여름이지만 시원한 기운을 담은 바람이 궁궐 내부로 스며듭니다. 푸른빛의 조명이 견고하게 시간을 머금은 강녕전의 외부를 휘감습니다.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의 백미는 단연 경회루입니다. 낮에는 대형 연못 가운데 두둥실 떠 있는 2개의 누각만 보이지만, 어둠이 낮게 깔리고 조명이 켜지면 누각과 수목이 연못 위로 번지는 장면이 보입니다.
이런 장관은 창경궁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관람 구역은 홍화문, 명정전, 통명전, 춘당지, 대온실 권역입니다. 창경궁을 방문했으면 1909년 건립된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대온실과 연못 안에 인공 섬이 놓인 춘당지를 꼭 들러야 합니다. 백등이 설치된 대온실은 대낮인 듯 환합니다.
◈ 경복궁•창경궁 야간 특별관람 •관람 기간
어둠이 내리고 조명이 켜진 고궁엔 조선 오백 년 고도의 정취가 가득합니다. 한여름 밤의 궁궐 여행이 끝나면 잠시 꿈을 꾼 듯합니다. 문화의 거리엔 밤늦은 시간까지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빛나는 네온사인으로 흥겹습니다. 길을 거닐며 살랑이는 밤바람에 내 몸을 휘감던 더위를 실려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