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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최저임금, 왜 대폭 올려야만 하나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6.4%로 인상되면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최저임금의 대폭 상승으로 인해 다양한 여론을 보이고 있는데요. 최저임금 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때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함께 봐야할 것입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말하는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위클리 공감이 전해드립니다.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에서 기사 원문 자세히 보기

 

 

 

 

올해 들어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시간당 7530)을 놓고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언론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예년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을 때 이러한 부작용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우 부담 증가가 클 수 있음은 자주 논의되었고 정부도 크게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가파른 인상폭을 결정한 것은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를 압도할 만큼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이든 부정적 효과와 긍정적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기 마련인데 긍정적 효과가 더욱 큰 경우라면 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부정적 효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보완책이 추가돼야 하는 것이 정책 집행의 원칙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이러한 원칙 내에서 현재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판단된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는 양극화 해소뿐 아니라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소비 활성화, 그로 인한 경제성장이다. 그럼으로써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저임금에 기대는 후진적 경제 운영 방식을 극복하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IMF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하면서 우리 사회는 전례 없이 과도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대기업은 과거에는 고용 확대를 암묵적이나마 사회적 책임으로 여겼지만 신자유주의적 체제하에서는 수익성을 위해서 대놓고 고용을 줄이고 저임금의 외주노동이나 비정규노동을 사용하는 것이 용인됐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장 규율이라는 미명하에 적절한 규제를 미루는 동안 대··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 심화됐고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경제 상황이 매우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이 한국경제의 전체적인 분배 상태를 악화시켰고 한국경제는 수출이라는 하나의 엔진으로만 기대는 경제, 내수는 부진하고 가계부채가 확대되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임금소득만으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도나도 부동산 투기를 통해 한몫 잡으려다 보니 생산적인 투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와 과열로 고통 받는 경제구조가 됐다. 특히 이런 상황은 청년층을 좌절시켜 결혼 기피, 해외 탈출 등의 현상을 낳았다. 결국 분배 상태를 바로잡는 정책이 아니고서는 한국경제가 현재 당면한 위기를 돌파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등장했다. 지난 대선에서 비록 달성 시점은 달랐지만 원내정당의 후보들은 모두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한 바 있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들의 주요 공약이었던 이유는 현재와 같은 저임금 체제로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결론에 국민과 정치권이 동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의 후보들까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 찬성했던 것은,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서 유독 저임금 노동 체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임금근로자 전체의 약 25%로서 OECD 국가들 중 거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최저임금 제도가 만능 처방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이 운용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상황 개선에 일정 정도 이바지한 제도다.

 

최저임금 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때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함께 봐야 할 것이다. 부정적인 사례에 집중해서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일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과거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한 많은 국내외 선행 연구들은 그 효과를 종합적으로 파악해보면 영세한 부문에서 일자리 감소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감소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2015년에 최초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던 독일의 경우, 그 효과를 분석한 연구도 고용 감소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부분적으로 일자리 감소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하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는 임금 인상 효과가 더욱 클 것이기 때문에 특히 서민층의 가계소득이 증대해서 오히려 자영업자들의 매출액 증대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에 대해서도 이를 완화해주는 직접적 대응 정책을 이미 마련한 상태다.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 3조 원을 확보했고, 고용보험에 들어오기만 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한 4대 보험료 지원, 이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현재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당면한 위기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다. 사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을 괴롭히는 가장 무거운 부담은 인건비가 아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78월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는 모두 569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674만 명)21.3%에 달하는데 이 중 직원이 한 명도 없는 나 홀로 사장4137000명으로 10명 중 7명꼴이다. 즉 자영업자의 3분의 2 이상이 피고용인이 없는 상태여서 인건비가 제일 부담스러운 것이라 하기 어렵다. 실제로 자영업 비용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15~20% 수준이라고 한다. 결국 인건비보다는 그만큼 높은 상가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관련 비용이 부담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인건비는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한 여지가 있지만 상가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관련 비용은 조절이 불가능하다 보니 인건비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과 동시에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이러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 재벌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건물주가 그 부담을 함께 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드라이브를 거는 것,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환산보증금 적용 대상 등 상가임차인 보호 등의 대책을 내놓은 것,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공급 원가가 상승하는 경우 납품업체가 대형유통업체에 대해 납품 가격을 증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유통 분야 표준거래계약서를 발표한 것, ▲국회가 원재료 상승의 경우에만 부여하던 하도급 대금 조정 신청을 노무비 상승 등의 경우에도 가능하게 한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들이 이러한 부담 공유를 위한 정책 사례들이다. 즉, 정부와 국회가 노동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대책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더욱 근본적인 상가임차인 보호 강화, 본사와 가맹점, 대리점 간 상생 강화, 중소기업, 하도급 분야의 불공정 행위 전담부서 신설 등이 추가로 시행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국회에서의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정책들을 동시에 시행함으로써 영세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정세은충남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