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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화가는 단연 김환기입니다. 얼마 전 그랜드 하얏트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 ‘제25회 세일’에서 김환기 작가의 붉은색 전면점화 ‘3-Ⅱ-72 #220’이 85억 3000만 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3-Ⅱ-72 #220’이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가 최고 기록을 갱신한 것입니다.


김환기

(사진=김환기 전이 열리는 대구미술관 2, 3 전시관. ‘환기블루’로 대표되는 선명한 파란색이 눈에 띈다.│ⓒC영상미디어)


김환기 작품이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구미술관에서 열리는 ‘김환기 대규모 기획전’에 가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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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는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선구자이며 한국 미술의 국제화를 이끌어낸 장본인입니다. 우리나라 서양화가 1세대 중 한 명인 김환기는 추상화에 항아리, 달 등 동양적 요소를 결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냈습니다. ‘환기블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환기블루는 그가 그린 작품 대부분이 푸른색 색조를 띠고 있어 생긴 말입니다.


활동을 시작한 1930년대부터 세상을 떠난 1970년대까지 평생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고 자신의 철학과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환기

(사진=김환기 전을 찾은 관람객들.│ⓒC영상미디어)


작품을 통해 그의 철학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김환기 대규모 기획전’이 대구 수성구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제껏 진행된 김환기 전시 중 최대 규모입니다. 전시는 작가의 예술 세계에 영향을 준 도쿄, 파리, 뉴욕 시대로 구분해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순서대로 살펴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작품은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는 붉은색 점화 ‘1-Ⅶ-71 #207’입니다. 홍콩 경매에 낙찰된 ‘3-Ⅱ-72 #220’처럼 환기블루가 아닌 붉은 점면이 캔버스를 가득 채웠습니다. 작가의 구상 작품 중 최고가로 낙찰된 ‘항아리와 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김광섭 시인의 시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연작 중 가장 크기가 큰 ‘10-Ⅷ-70 #185’도 공개됩니다.


추상화에 한국적 서정성을 녹여낸 독창적 작품 세계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파트가 ‘일본 동경 시대와 서울 시대’입니다. 1936년에 그린 ‘집’을 보면 원근법을 없애고 배경의 색채를 노란색으로 통일해 집을 평면적으로 그리면서 추상화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도쿄 시대와 서울 시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작가가 끊임없이 시도한 구상화 속에서도 바다, 항아리, 여인 등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낸 추상화가 대부분입니다. 빨강, 초록, 노랑, 파랑, 검정 등 우리 고유의 오방색을 사용해 화려한 색감을 기반으로 한국 고유의 정서를 밀도 있게 그려냈습니다.


김환기

김환기


‘파리 시대와 서울 시대’에서도 항아리, 십장생, 매화 등을 동양적인 곡선과 전통을 소재로 한 구상화가 이어집니다. 다만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작업하다 보니 작가가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파리에서 그는 부인 김향안 여사에게 항상 “내 위치가 세계의 어디에 있나”를 물으면서 파리에 머물렀다고 전해집니다. 파리에서 김환기는 풍경화를 많이 남겼습니다. ‘산월’, ‘달 두 개’, ‘여름 달밤’ 등 고국에서 봤던 자연을 푸른색으로 일관되게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뉴욕 시대’는 우리가 잘 아는, 화면 가득 끝없이 펼쳐진 점화가 완성된 시기입니다. 신문지에 그린 작품인 ‘26-Ⅰ-68’을 보면 밤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을 그렸지만 같은 해 다른 작품에서는 형태가 사라지고 화면을 색면이나 점으로 덮기 시작합니다. 1970년 이후부터 김환기가 세상을 떠나는 1974년까지 작품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집니다. 또한 선이나 점으로만 그린 점화도 절정을 이룹니다. 뉴욕 시대 끄트머리에는 농담이 다른 파란색 화면이 차례대로 걸려 있는 일명 ‘파란 방’이 있습니다. ‘환기블루’로 불리는 푸른 색채의 전면점화로 구성된 공간에는 작가가 평생에 걸쳐 탐구했던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세계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김환기

(사진=김환기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공부할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관.│ⓒC영상미디어)


전시장에는 김환기의 작품뿐 아니라 그의 생애와 철학을 알 수 있는 아카이브 파트도 따로 마련됐습니다. 작가의 연보와 사진, 표지화, 판화, 팸플릿, 도록, 서적뿐 아니라 그가 직접 썼던 안료와 공구 등 유품들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시장 한쪽에 김환기의 일기 중 한 부분을 발췌한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고국의 자연과 교감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 김환기. 그의 철학과 예술 여정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관에서 8월 19일까지 열립니다.


‘김환기 대규모 기획전’


기간 8월 19일까지

장소 대구 수성구 대구미술관

요금 성인 1000원, 청소년(14~25세)·대학생·군인(하사 이하)·예술인(패스카드 소지자) 700원, 초등학생(8~13세) 700원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휴관 매주 월요일

문의 053-803-7900




Posted by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