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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세계로 도전하는 젊음. 벤츠 디자이너 이일환의 글로벌 성공기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인적자원은 풍부한 나라. 손재주가 뛰어나고 감성이 풍부한 민족. 군면과 성실을 중요한 미덕으로 인정하는 문화. 우리나라와 국민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인데요. 재능이 넘치는 한국인에게 한반도는 좁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글로벌 한국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작은 벽에 포기하지 말라고. 당당하게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고. 한국 최고가 세계 일류임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글로벌 영 코리안들을 소개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기업이자 첫손 꼽힐 만한 브랜드파워를 자랑합니다. 유서 깊은 자동차기업 벤츠의 디자인은 독일 본사와 미국 캘리포니아 두 곳에서 주도하는데요. 지금 미국의 벤츠 어드밴스드 디자인스튜디오를 이끄는 동양인 최초이자 벤츠 역대 최연소 센터장은 한국인 이일환씨입니다.


자신과 싸움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이대로 사라지는 것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이일환(40) 벤츠 어드밴스드 디자인스튜디오 센터장은 2002년 벤츠에 입사했습니다. 유수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이너라는 기쁨은 잠시였는데요. 입사 후 4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E클래스를 비롯한 벤츠의 주요 모델 디자인 경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이죠. 이 센터장은 “그만두기 전까지 기회는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항상 필기도구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나 식사할 때, 심지어 샤워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림을 그렸습니다. 계속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도전했습니다. 힘들게 버티던 중 기회가 왔습니다.


2006년 9월 벤츠는 2세대 CLS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벤츠 디자이너가 모두 참여하는 경쟁이었죠. 1차 심사를 통과한 디자인은 50장. 여기에 이 센터장의 작품도 들어있었습니다. 심사를 거칠 때마다 탈락하는 디자이너가 나왔어요. 6개월이 지날 무렵 남은 팀은 3곳뿐이었습니다.


최종 심사는 벤츠 독일본사 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강단 바로 앞에는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앉아 있었지요. 제가 제 작품의 디자인 개념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았어요. 이사진의 심사투표 결과 제 디자인이 최종 선택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죠.


벤츠 CLS

벤츠 CLS350


그가 디자인한 CLS는 벤츠 내에서도 호평받았습니다. 이어 벤츠의 SUV 모델인 M클래스에도 그의 디자인이 채택됐죠. 이후 그는 차세대 벤츠 디자인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후 이 센터장이 제안한 디자인은 2009년 제네바모터쇼에서 발표한 벤츠의 컨셉트카 F800으로 형상화됐어요.



  벤츠 DNA 찾아낸 후 미래 디자인 추구 


그는 2010년 LA모터쇼에서 화제가 된 바이오메 컨셉트카 디자인에도 참여했습니다. 2012년 LA모터쇼에서 주목받은 벤츠의 컨셉트카 G포스도 그의 영향을 받은 모델이죠. 컨셉트카는 브랜드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그가 벤츠의 다음 세대 디자인을 그려나간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입니다.


그는 벤츠의 디자인을 전통·혁신·미래 세 요소의 집합체라고 해석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먼저 벤츠의 지난 모델들을 꼼꼼히 살피며 고유의 DNA를 찾아 나섰습니다. 전통의 틀 안에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벤츠 디자인의 핵심이죠. 그의 이런 노력과 열정은 마침 혁신적 변화를 원하던 벤츠 경영진의 생각과 맞아떨어졌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전통을 재해석한 그의 작품을 이사회에서 평가한 배경입니다.


그가 올린 이 같은 성과는 벤츠 본사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0년 4월 벤츠 본사는 그를 임원급인 어드밴스드 스튜디오의 최고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동양인 최초이자 벤츠 역대 최연소 센터장에 오른 것이죠. 그 성공 배경을 묻자 그는 "좋아하는 일에 죽도록 매달렸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차가 너무 좋았어요. 크레용이나 볼펜을 손에 잡으면 벽이든 마루든 가리지 않고 자동차를 그렸습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이니 다섯 살 정도였을 것입니다. 사각형 상자 모양에 바퀴를 그려 넣은 자동차 그림을 들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자랑한 기억도 있습니다. 몇 시간씩 자동차만 그리며 놀고는 했거든요. 어려서부터 ‘나는 자동차를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인생의 확고한 목표가 있던 셈이지요.


그는 중·고교 시절 착실히 유학을 준비했습니다. 디자인과 영어공부를 병행했죠. 미국 대학입학시험도 따로 준비했습니다. 힘들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꼭 가야 할 길이기에 참고 견뎠죠.


그는 미국 동부에 있는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 입학했습니다. 이곳에서 디자인의 기초를 닦은 그는 2년 후 미국 최고의 자동차 디자인스쿨인 패서디나아트스쿨(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에 입학했어요.


디자인은 끈기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사람들이 노력하며 버티는 것은 잘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재능의 한계를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디자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지요. 다만 더 정성을 들인 디자인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더 고민하고,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그린 그림이 있어요. 그만큼 자신을 희생했다는 뜻이지요. 이런 열정이야말로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더 고민하고, 더 시간 쓴 그림만 성공


그는 패서디나아트스쿨에서 자동차 디자인 전공자 가운데 주목받는 학생 중 한 명이었어요. 졸업을 앞두고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폴크스바겐 디자인센터에서 인턴 생활을 했죠. 학교로 돌아온 그에게 여러 자동차회사에서 입사제의가 왔고 선택했습니다.


그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스스로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기회가 온다는 것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뿐입니다.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죠. 꿈을 크게 갖고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잃지 마세요. 노력하는 이에게 기회는 반드시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