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쁜 소식을 하나 들고왔어요. 바로 정유미 감독의 <연애놀이>라는 작품이 자그레브 영화제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첫 수상을 한 것입니다. 크로아티아에서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일본 히로시마, 캐나다 오타와, 프랑스 안시 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손꼽힐 정도로 명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지난 6월 제 24회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온 <연애놀이>의 정유미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연애놀이>라는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창작자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어요.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하시죠? 바로 시작할게요. ^^
자그레브 영화제 한국인 첫 그랑프리 정유미 감독을 만나다
정유미(33) 감독은 전작인 <먼지아이>가 좋은 평가와 성과를 거둬 <연애놀이>를 만들면서는 부담이 컸다며 완성하고 나서도 작품에 대한 평가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자그레브 애니메이션 영화제라는 중요한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으며 위안을 얻었다며 "애니메이션 작가로서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작품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에 아주 기뻤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정유미 감독의 작품,<연애놀이>는 성숙하지 못한 연애의 모습을 어린 시절 친구들과 했던 소꿉놀이에 빗대 은유적으로 표현한 15분 분량의 작품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09년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사업' 공모작으로 선정됐던 이 작품은 "굉장히 인상적이고 시니컬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2천만원의 제작지원금을 받아 지난 2010년 완성됐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기.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사업
지원 내용
콘텐츠산업의 근간인 우수 창작인력 발굴 및 향후 업계를 리드할 스타급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자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
지원 금액
지원 규모 : 5편, 총 130백만원 (편당 20백만원~30백만원 차등지원)
시행 회수 : 연 1회 공모 (2014년은 지원기간 마감 (2014.3.10-3.14))
추진 기간 : 15개월 (지원계약 체결일로부터)
과제물 조건 : 작품소개서 (국영문), 완성작품 (HD포맷 이상), 대표이미지 10컷 이내, 1분 내외 편집동영상
지원 내용 : 제작비 지원 (총 사업비의 75%이내 제한), 서울산업통상진흥원 기술지원실 이용료 50%할인
신청 방법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서울애니메이션센터 http://www.ani.seoul.kr/ > 제작/마케팅 지원
<먼지아이>, <연애놀이>작품으로 살펴보는 정유미 감독의 작품관
"연애를 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게 되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연애를 통해 어린 시절 제게 결핍돼 있는 것들을 상대방을 통해 채우려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연애의 힘든 과정을 통해 둘 다 어른이 되면 상대방에게 결핍된 것을 채워주는 존재로서 성장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연애를 했지만 한 단계 성장해서 어른의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둘 다 어른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죠. 이런 면을 어린아이들의 놀이에 빗대 표현하면 잘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제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풀어냈죠."
정유미 감독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작품성을 인정받았어요 전작 <먼지아이>로 2009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은 바 있으며, 이 영화제 상영 이후 70여 개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각종 상을 받기도 했었죠. 이 작품을 본 박찬욱 감독은 "단편이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작품"이라고 호평하기도 했었답니다.
또한 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그렸던 손그림 5천장 중에서 고른 그림을 묶은 그림책으로 올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리가치상 뉴호라이즌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뉴호라이즌 부문은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한국 작가가 그림책 분야 대상을 받은 것은 최초입니다.
<연애놀이>는 모두 1년 6개월에 걸쳐 완성됐습니다. 각본, 작화(그림을 그림), 편집 등 1차 완성까지 1년이 조금 넘게 걸렸으며, 다시 수정 작업을 거쳐 최종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는 6개월이 더 걸렸습니다. 정유미 감독이 그린 그림만 해도 4천여 장에 달합니다.
정유미 감독은 "1차 완성본을 만든 이후 6개월간의 수정작업 과정이 아주 힘들었다"며 "에피소드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 형식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이 긴 시간동안 창작자로서 겪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모든 창작자는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감당해야 해요. 그러지 못하면 창작 대신 직장생활을 하는 게 맞아요. 불안한 생각이 들 때마다 길게 보지 않고 짧게 보려고 노력했어요. 길게 보면 두려움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매일매일의 작업에 집중 해 나갔죠"
더불어 정유미 감독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가 더욱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습니다. "애니메이션에도 아주 다양한 장르가
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특성상 길게 보고
장기적이며 지속적으로 제작지원을 해 줬으면 해요."
정유미 감독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고 싶다면 감독의 개인홈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정유미 감독은 현재 대중목욕탕을 배경으로 목욕하는 여자들이 등장
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고해요. 목욕하는 과정 중에 자신의 내면 자아를 만나면서 그 아이를 씻겨주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보통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정유미 감독의 다음 작품이 너무나 기대됩니다. 더불어, 모든 예술인들이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제도가 마련되어 이들의 앞길을 환하게 비춰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