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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지중해 요리 전문가, 나카가와 히데코 씨의 요리교실 '구르메 러브쿠헨'

나가카와 히데코


좋은 요리란 무엇일까요? 맛과 향, 음식을 담는 모양 등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할 텐데요. 무엇보다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여기 작지만 소박한 밥상으로 식탁에 좋은 에너지를 채우는 요리교실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한국인 남편을 따라 귀화한 요리사 나카가와 히데코 씨가 운영하는 '구르메 러브쿠헨'입니다.

나가카와 히데코 씨는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2008년부터 요리교실 '구르메 러브쿠헨'을 운영하며 레시피를 나누고 있습니다. 수강생들 중에는 평범한 주부는 물론, 기업회장, 소설가, 건축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요. 히데코 씨 역시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과 스페인에서 생활하다 한국 유학생활 중 만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귀화한, 평범하지만은 않은 아줌마입니다. 언제나 요리를 배우려는 수강생들로 북적이는 히데코 씨의 자택에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지중해 요리_나카가와 히데코



▒ 한국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공부한 최초의 일본인 수강생이었다고 들었다. 한식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었나?

“결혼 후 한동안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음식도, 문화도 달라 사소한 일로 부딪치곤 했다. 나도 맛있는 된장찌개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다녔는데 어쩌다 보니 궁중요리의 기초부터 한국 전통과자 코스까지 배우게 됐다. 주말마다 가족들을 불러모아 연구원에서 배운 요리를 복습할 만큼 열심히 했지만 결국은 시어머니가 가장 좋은 선생님이셨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웃음). 한식에서 ‘엄마 손맛’은 공부로는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 요리사로 바라본 한식의 매력과 세계화 가능성은?

“개인적으로 한정식을 좋아한다. 정갈하고 건강한 한식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사찰음식에 관심이 많아져서 관련 수업도 듣고 있다. 한국에서 산 지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내가 모르는 나물이 많다. 아직도 ‘한식의 세계화’라고 하면 외국인 입맛에 맞추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있는 그대로의 한식, 한국인의 밥상을 소개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일본의 초밥도 처음 외국에 선보였을 때는 생선을 날로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일본 음식이 되지 않았나? 한식이 가진 고유의 맛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기자, 번역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정작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은 없다고 알고 있다.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프랑스 요리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덕분에 당시로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도 많이 맛봤다. 그 나라 음식이 곧 문화라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다. 여러가지 일을 해 봤지만 요리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었다. 한국 유학시절 연희동에서 하숙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며 기쁨을 느꼈다. 요리학교에서 정식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여러 문화에서 체득한 나만의 레시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삶을 살고 싶었다.”

▒ 지난달 <지중해 요리>라는 책을 펴냈다.

“요리교실 수강생 중에 편집자가 있었는데 출판 제안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최근 유럽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늘면서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국가에 친숙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졌다. 지중해 음식과 한식은 아주 다른 듯하지만 신선한 채소와 생선, 조개, 오징어 등 해산물을 주재료로 담백하게 만드는 ‘웰빙푸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지중해 요리에서 많이 쓰는) 홍합과 같은 해산물은 일본에서는 구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다. 한국 마트에서 산 식재료만으로도 얼마든지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식당을 열 수도 있는데 요리수업만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한때 대학에서 일본어 강의를 했을 만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한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만드는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을 쏟는 일이 중요한데 식당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식재료도 아낌없이 쓰는 편인데 수익이 먼저 생각날 것 같다(웃음). 요리사로 산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은 사람이 맛있다고 즐거워할 때나 요리교실에서 배운 음식을 집에서 만들었더니 가족들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좋다.”

▒ 히데코 씨가 생각하는 좋은 음식은 어떤 것인가?

“일단 맛있어야 한다. 맛있게 만들기 위해 나 역시 외식도 자주 하고, 다양한 것을 접하려 애쓴다. 한국에서는 이제껏 서양 음식이라고 하면 주로 이탈리아 음식으로 인식돼 온 듯하다.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의 음식에 대해 알게됐으면 좋겠다.”

히데코 씨의 요리교실에서는 한식 뿐 아니라 지중해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언제나 떨리는 마음으로 수강생들의 '맛있다'는 말을 기다린다는 그녀. 맛있는 음식과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히데코 씨의 요리교실에 앞으로도 행복하고 맛있는 에너지가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



[이미지 출처 : Theen M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