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은 누군가에게는 ‘모기철’로 인식되곤 합니다. 극성스러운 모기에 그것도 한두 해가 아니라 매년 여름 시달려본 사람이라면 모기라는 단어가 반쯤은 ‘공포’와 동의어입니다.
병리 곤충학자 등에 따르면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같은 환경이라면 모기에 잘 물리고 안 물리고는 태생적으로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학자들은 성인 기준 10명에 1, 2명꼴로 모기에게 유달리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혈액형에 따른 모기 물림의 빈도 차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실험에 따르면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은 모기를 불러들일 상대적 확률이 83% 남짓으로, 가장 낮은 A형 4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B형은 대략 O형과 A형의 중간(57%)이었고, AB형(48%)은 A형에 비해 근소하게 높았지만 사실상 차이가 없었습니다.
먼 곳에 떨어진 모기를 불러들이는 으뜸 요인이 ‘냄새’라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 몸에서는 냄새가 납니다. 한 예로 인간의 후각으로는 무취의 화학물질로 분류되는 이산화탄소(CO2)를 모기는 멀리서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한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똑같은 사람이라도 운동을 하고 난 뒤 땀을 흘리거나 잦은 호흡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 난다면 모기를 불러들일 확률은 높아집니다.
또 이산화탄소 이외에 땀 냄새 같은 일반적인 체취도 모기를 유인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됩니다. 체취도 십중팔구는 타고난다는 점에서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태생적으로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체취의 십중팔구는 땀 냄새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땀 냄새의 대부분은 피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에 의해 결정됩니다. 땀 냄새는 땀에 들어 있는 각종 성분을 ‘먹고’ 난 박테리아의 배설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땀 냄새는 박테리아 특유의 배설물 냄새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기는 다양한 종류의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피부를 상대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 종류보다는 한둘 혹은 두세 종류의 박테리아가 밀집돼 있는 부위를 더 선호합니다. 모기가 인체 부위 가운데 발등이나 발목 주변을 집중 공격하는 건 이런 박테리아 서식 특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손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목이나 발등 부위에는 박테리아의 숫자는 많지만 종류가 적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모기에 잘 물리고 안 물리고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대략 85%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O형이 아니더라도 체온이 높고, 콜레스테롤 대사가 활발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사람은 모기의 공격 목표가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환경 요인의 기여가 적다 하더라도 ‘진인사, 대천명’은 모기 대처에도 여전히 유용한 경구입니다.
특히 임산부처럼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사람이거나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모기철’에는 몸을 깨끗이 씻고, 신체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 좋습니다. 또 멀리서는 냄새를 맡고 왔다 하더라도 가까이서는 목표물 공격에 시력을 활용하는 게 모기인 만큼, 여름철에는 검은색이나 빨간색 등 모기 눈에 잘 띄는 진한 색깔의 옷은 피하는 게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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