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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문화에서 벗어나 '개취(개인의 취향)'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덕후’부터 ‘취향 저격’까지. 자신의 개성적인 취향이 중시되는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동네 서점도 변신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책만 파는 서점에서 탈피하여 퇴근길에 맥주 한 잔 즐길 수도 있는 곳부터 특정 분야의 서적만을 파는 서점까지. 더 나아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소수 공동체 모임 공간으로도 동네 책방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술 파는 책방 ‘퇴근길 책 한잔’


우리동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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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5번 출구 근처(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퇴근길 책 한잔’. 정인성(30) 씨는 직접 제작한 독립출판물을 납품하러 왔다가 이 책방의 단골이 됐습니다. 책도 책이거니와 올 때마다 술 한잔 하며 책방 운영자 김종현(33) 씨와 수다를 떨며 친구가 된 것입니다. 그에게 이곳은 이야기가 필요할 때 찾아오는 ‘사랑방’입니다. 정 씨는 “여타 동네 책방이 책을 파는 것에만 중점을 둔 데 비해, 이곳은 술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소통이 중심이 돼 남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퇴근길 책 한잔’은 ‘한잔’이라는 표현이 암시하는 대로 술을 파는 독특한 책방입니다. 책과 술은 언뜻 부적절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혼자 술 한잔 하고 싶은 밤, 책 한 권 읽고 싶은 날의 기분을 생각해보면 둘의 간극은 크지 않습니다. 16.5㎡(5평) 남짓한 책방 안에는 대여섯 명이 앉아 맥주 한잔, 와인 한잔에 ‘책 한잔’을 더할 수 있을 만한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습니다. 독서는 혼자 즐기는 일이지만, 여기에 술이 더해지니 이를 매개로 책방지기, 마주 앉은 손님과 말동무가 되기도 쉽습니다.


나머지 공간을 차지하는 책의 종류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서부터 <귀엽고 야하고 쓸데없는 그림책>, <시다발>까지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습니다. 운영자 김 씨가 좋아하는 책들과 일반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독립출판물들입니다. 누리소통망(SNS)을 보고 처음 이곳을 방문했다는 허유진(23) 씨는 “지식보다는 생활이나 감정 위주로 기술된 책, 주인의 주관에 따라 선정된 책들로 꾸려진 이곳이 대형서점보다 좀 더 감성적이고 인간적이라고 느껴진다”며 “공감이 필요할 때 또 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책방지기 김종현 씨는 “책방은 마이너한 나의 취향을 기반으로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훨씬 잘 통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이곳을 단순한 책방이 아닌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소규모 모임을 기획해 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그간 ‘자발적 거지’를 모토로 사표 쓰기, 돈 없이 여행하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김 씨는 “사회가 정한 기준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모임을 찾는다”며 “선뜻 찾아오긴 어려워도 일단 오면 누구나 마음속에 묵혀둔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고 털어놨습니다. 책방 안은 작가 지망생의 시, 독립영화 감독의 영화 스틸 컷, 그림을 좋아하는 이의 스케치 등 이곳을 스쳐간 이들의 흔적으로 장식돼 있습니다.


가이드북 없는 여행서 책방 ‘일단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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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 지도 서비스


‘퇴근길 책 한잔’에서 모퉁이 한 개만 돌면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책방 ‘일단 멈춤’. 이곳 역시 ‘주인장 마음대로’가 운영 방침입니다. 운영자 송은정(31) 씨는 여행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대로 여행 관련 책들로만 책방을 꾸렸습니다. 그중에서도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볼 수 있는 인기도서나 가이드북이 아닌, 에세이 중심의 몇몇 여행책만이 송 씨의 취향 레이더를 통과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본 오키나와에 가야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책방에 온다면 100% 낭패”라고 귀띔했습니다. 여행 관련 책을 다루는 곳이지만 특정 목적이 아닌 ‘여행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콘셉트이기 때문입니다. 떠나온 여행지를 그리워하는 사람, 막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 단순한 여행책 마니아 등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지각색입니다. 공간 자체의 재미를 찾아 책방을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카메라, 엽서, 양초와 전 주인의 흔적이라는 콘크리트 침대 등의 소품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드높입니다.


구석진 골목에 자리 잡은 이 책방은 애초에 ‘대중’의 맘에 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관광지가 된 염리동 소금길 구석에 숨어 있어 찾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미로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 건 약간의 의도된 바이지만 말입니다. 책방지기 마음대로 책방 문을 열고 닫아도 될 만큼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애써 찾아온 사람들은 반드시 책을 구입하고 또 여러 권을 사간다는 게 송 씨의 설명입니다.


350여 종의 독립출판물을 함께 판매하는 이곳에서 때마침 직접 만든 그림책을 가지고 방문한 문나리(25) 씨를 만났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문 씨는 “웹툰이 만화 시장의 대세지만 ‘꿈인간’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다룬 내 책은 출판에 더 적합해 직접 책을 만들었다”며 “많지 않지만 독립출판물 등 소수 취향을 즐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또 책을 낼 것이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동네 서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씨는 자신의 명함에 책방지기와 기자의 얼굴을 그려 건넸습니다. 개성 강한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날 수 있는 건 책방 여행이 주는 덤입니다.


동네 서점 지도 서비스


독립출판 관련 앱 개발업체 ‘퍼니플랜’이 구글맵을 이용해 만든 ‘동네 서점 지도(goo.gl/b4iM7Q)’ 서비스는 전국 60여 개 동네 서점 위치와 정보를 제공합니다. 독립잡지와 아트북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전국의 독립출판 서점을 확인할 수 있고, 이용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동네 서점 정보를 직접 입력할 수도 있으니 많은 애용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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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