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신정민은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수염 전쟁>, <친절한 돼지 씨>, <이야기 삼키는 교실>, <툭> 등의 책을 냈습니다. 민화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고래가 있는 민화展’ 등을 열었습니다. 신 작가의 고래 우화 '운동을 하기로 한 날'을 소개합니다.
01
사람들은 운동을 해요.
필요해서 하기도 하고, 재미삼아 하기도 해요.
고래는 자기 몸을 보며 생각했어요.
‘나도 운동을 할 필요가 있어. 땅 위에 사는 그 누구보다도 살이 많으니까.’
‘나도 운동을 하고 싶어. 그러면 기분이 훨씬 좋아지겠지?’
02
고래는 줄넘기를 했어요.
쿵! 쾅! 쿵! 쾅!
줄을 넘을 때마다 발에 툭툭 걸렸어요.
땅이 들썩들썩해서 창 밖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랐어요.
“줄넘기는 도저히 안 되겠어.”
고래는 어린이들과 축구를 해보았어요.
뒤뚱뒤뚱 걷다가 꽈당!
또 이리저리 공에 얻어맞기만 할 뿐이었어요.
“휴, 축구는 절대로 안 되겠어.”
03
고래는 마을의 작은 공원에 있는 운동 기구를 타 보기로 했어요.
커다란 바퀴처럼 생긴 운전대를 두 팔로 잡고 돌려보았어요.
“으아아, 내 팔은 너무 짧아서 안 돼.”
울퉁불퉁한 봉에 등을 대고 문질러보았어요.
“이히히히, 간지러워 못 참겠어.”
고래는 코가 등에 달라붙어 있어서
“엣취!” 재채기도 나왔어요.
04
동그란 발판 위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몸 비틀기를 해보았어요.
“윽!” “억!” “으윽!”
몸이 너무 두툼해서 잘 되지가 않았어요.
억지로 힘을 주다 그만 쿵! 나동그라지고 말았어요.
“그나마 이게 제일 낫군.”
고래는 물구나무서기를 해보았어요.
하지만 머리가 너무 큰 데다 온몸의 피가 얼굴로만 다 몰렸어요.
이러다간 살이 얼굴에 모여 올챙이처럼 머리만 뚱뚱해질 것 같았어요.
05
“휴, 나한테 꼭 맞는 운동을 찾기란 정말 어렵군.”
고래는 한참을 걸으며 생각했어요.
‘참 이상하지? 난 왜 걷다 보면 곰곰이 생각하게 될까?’
어쩌면 그 반대일지 몰라요.
‘참 이상하지? 난 왜 곰곰이 생각할 때면 걷게 될까?’
그렇게 걷다 보니, 마냥 걷기만 하는 것도
참 좋은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누구한테나 좋은 운동도 있는 거로군.”
06
지쳐서 집에 돌아온 고래는 털썩 주저앉았어요.
눈을 살짝 감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어요.
몸 안으로 숨이 들어오고, 몸 밖으로 숨이 나갔어요.
고래는 그걸 한참 지켜보며 생각했어요.
‘왠지 아까 커졌던 머리가 다시 작아지는 느낌이야.
게다가 숨이 들락날락하는 게 참 재미있는걸.’
고래는 이제부터 매일 조금씩 걷고,
이렇게 가만히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숨 들이쉬고 내쉬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