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땡큐(thank you) 간섭 노땡큐(no thank you). 혼자선 쓸쓸한 우리집 그래, 너와 나, 우리 사인, 룸메 룸메이트~"
최근 발표된 노래 '룸메이트'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방송사에서도 <셰어하우스>, <룸메이트> 등 공동주거 프로젝트 예능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고있죠. 이는 셰어하우스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어요.
1990년대 미국 NBC의 <프렌즈>, 국내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과 같은 드라마에서 보았던 청춘들이 함께 살면서 경험을 공유하던 상상 속 공간이 "셰어하우스"로 현실화된 것이죠. 오늘은 셰어하우스 국내 첫 브랜드 '우주'의 김정헌(32)대표를 만나, 셰어하우스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그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셰어하우스 : 여러 명의 입주자가 한 집에 사는 공동주택. 침실은 따로 쓰고 거실이나 욕실, 부엌 등은 함께 사용)
"(취재차) 셰어하우스 구경 좀 하고 싶은데요."
"비어 있는 방이 없어서 어렵겠습니다."
셰어하우스의 높은 인기로 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 놓치고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우주' 사무실로 갔습니다. 이 곳에 '콘셉트 셰어하우스'로 1년 만에 13호점 입주를 앞두고 있는 김정헌 대표를 만났답니다.
'집우(宇) 집주(住)'의 합성어,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집', '유니버스'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우주'는 요즘 최고 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약 1,500명이 입주 대기 신청을 걸어놓은 상태"라며 "지금도 계속 집을 셰어하우스로 내놓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하는 김 대표 뒤로 보이는 칠판에는 한 달 일정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우주의 월세는 평균 40만원 안팎. 전기세·수도세 등의 공과 금은 입주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하게 되며 보통 1인당 3만~5만원이 듭니다. 보증금은 월세 두 달 치이고 계약이 끝나면 돌려주게 되는데요. "이마저도 더 저렴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김 대표는 말합니다.
Q셰어하우스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
김정헌 대표가 셰어하우스 사업에 뛰어든 것은 서강대 경영학과 학생이었을 때입니다. 공동 창업자인 후배가 부산에서 올라와 신촌의 좁은 자취방에서 지내며 "월세, 식비, 교통비로 한 달이 빠듯하다" 는 하소연을 한 게 사업 구상의 밑거름이 됐어요.
"우리나라 20대를 보면 주거환경이 대부분 원룸의 자취 형태인데다 집값은 천정 부지라 괜찮은 집을 구하기 힘들어요. 잠자는 것 외에는 다른 활 동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좁죠. 관심사나 일상을 친구들과 공유 하는 문화가 없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Q사업을 시작하면서 어려웠던 점
"시장조사를 위해 3개월이 넘는 시간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어요. 집주인들에게 50번도 넘게 퇴짜를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냥 이 사업은 어떻게든 되겠다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김정헌 대표는 공동주거 문화가 발달한 일본을 직접 찾는 등 선진국 사례도 조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1호점은 '창업가 하우스'라 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3호점까지는 직접 인테리어에도 관여하고 일일이 저희 손을 거쳐 탄생해 애착이 남다르죠."
셰어하우스 룸메이트 수는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1명 정도로 옹기종기 모여 살다 보니 입주자들 간 갈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조건으로 하우스 매니저가 간 단한 면접도 보고요, 민원이 생기면 직접 가서 갈등 조정도 합니다. 간혹 정해진 입주 가이드라인을 지나치게 지키지 않는 입주자가 있으면 퇴거 조치도 합니다."
Q현재의 목표
앞으로는 해외 진출도 구상 중입니다. 김 대표는 "외국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유학업이나 여행업, 부동산 개발업과 같은 형태로 진화할 수 있어요. 합리적인 비용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인연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어요."
1호점 창업가 하우스
7호점 요리 하우스
12호점 취업준비생 하우스
쿠키나 빵을 구울 수 있는 조리 기구가 마련된 '디저트 하우스' 나 대형 스크린과 누울 수 있는 소파가 있는 '영화 하우스'는 가장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입주 열기가 뜨겁답니다. 그는 "학연·지연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본 사람들이 친해지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라며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는 공통된 관심사를 토대로 입주 하우스를 꾸미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공동의 취미와 공동의 생활을 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는 시트콤 같은 룸메이트 생활이 이제 '2030'세대의 버킷 리스트가 될 것 같아요.
전국적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임대 전문업체는 30여 군데로 늘어났으며, 개인 사업자까지 합치면 셰어하우스 규모는 내년쯤에는 5천 여 실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셰어하우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비교적 장기간 함께 살면서 안정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목적입니다.
셰어하우스가 우리나라 젊은층의 첫 공동주거 형태는 아닙니다. <응답하라 1994>에서처럼 하숙집이 먼저였지만, 2000 년대 이후 하숙집은 원룸 형태의 주거공간에 의해 밀려나기 시작했죠. 하숙집은 원룸보다 사생활이 덜 보장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룸은 안전에 취약했고 개인의 자유분방한 생활은 영양불균형과 위생상태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요구들이 모여 확장된 것이 셰어하우스다. 거실, 주방, 화장실을 나눠 쓰고 개인의 공간인 방은 따로 있는 주거시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거주자들이 함께 공부할 수도 있고 취미생활도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일본에서는 노년층들에게도 셰어하우스가 떠오르고 있다. 넓은 집에서 홀로 사는 노년기에도 정서적 유대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스위스에는 은퇴한 노부부
여러 쌍이 각자 투룸(침실 2개) 공간에서 생활하다 공용 거실 등에 모이는 셰어하우스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더불어 주거공간만 공유하는 건 아닙니다. 개인이 가진 차량을 공유하
는 집카(zipcar)도 인기인데요. 승용차가 없지만 가끔 이용할 일이 생기는 젊은층 사이에서 회원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비용이 저렴이 부담이 적기 때문이죠. ^^ 이렇듯 자원을 나누고 공유하는 셰어문화는 국내의 새로운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