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낮 서울 서대문 독도체험관 앞. 몽공, 일본, 중국인을 비롯해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인도 등 20여 개국에서 온 40여 명의 외국인들이 모여서 유창한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10월 17일부터 2박 3일간 떠날 울릉도와 독도 답사를 떠나는 '외국인을 위한 동북아 역사 아카데미' 학생들입니다. 흡사 '비정상회담(JTBC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을 연상케 하는 낯선 분위기가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외국인 학생들도 처음 가보는 울릉도와 독도 답사에 설레는 듯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의 첫 독도 방문기
동해까지 4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달려 대관령 양떼목장을 들러 초원을 감상한 것도 잠시, 동이 틀 무렵부터 시작된 다음날 일정은 매우 빠듯했습니다. 처음 배를 타본 외국인 학생들은 멀미약을 찾기도 하고 반대로 러시아에서 온 크루펜니코바 율리아(29) 씨와 아꿀로바 씨는 "속초에서 러시아까지 17시간 승선을 해 봤다"며 의기양양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파도는 잔잔했고, 3시간 반 정도 지나 모두 곤히 잠든 사이 배는 어느새 울릉도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울릉도의 풍경을 즐길 겨를도 없이 학생들은 곧바로 최종 목적지인 독도에 가기위해 서둘러야 했습니다. 2시간의 항해가 다시 시작되자 방글라데시에서 온 파하드 압둘리(23)씨는 배 안이 지루한지 "우리 얼마나 더 가요?"라는 질문에 "한 시간"이라 답했더니 "항시강(한 시간)?"이라며 손가락에 끼운 꼬깔콘(세모꼴 모양으로 손가락에 끼워 먹을 수 있다)을 입에 넣다 말았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의 동해 끝자락 체험은 이렇게 빠듯한 일정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스무 시간을 넘는 탑승 시간에도 독도의 풍경은 학생들에게 적잖은 여운을 남겨준 모양입니다. 자신을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이라고 소개한 손 에드워드(26)씨는 "할아버지한테 한국에 대해서 정말 많이 들어왔는데 그보다 더 예쁘고 아름답다"며 감탄했는데요. 3주 후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그는 "돌아가서도 한국역사 공부를 더 열심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독도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낯선 나라의 친구들이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운데요. 그들의 관점에서 본 독도의 풍경과 감상은 어땠을까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와 일년 째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중인 마리나 마테르노브스카야 씨의 독도 답사기를 통해 외국인의 눈으로 본 울릉도와 독도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
마리나 마테르노브스카야 씨의 독도답사기
외국인을 위해 준비된 동북아역사아카데미 답사가 드디어 2014년 10월 17일 서울에서 출발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동해~울릉도~독도 코스로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재미있는 한국 역사현장 탐방에 우리는 설렘이 가득했다. 우리는 먼저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에 머물렀다. 목장에서 양떼들과 기분 좋게 사진을 찍고 양떼에게 먹이 주는 체험까지 했다.
동해에 도착하니 저녁 무렵이 되었다. 우리는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울릉도를 여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야간 자유시간에 동해 밤 바닷가를 산책하려고 나갔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따뜻하고 공기가 훈훈했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하늘에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잘 보였다. 별들이 수놓은 아름다운 밤하늘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서울의 밤하늘은 까맣기만 했는데 여기에서 하늘을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별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6시간 뱃길 달려 고작 20분 체류 너무 아쉬워
다음날 울릉도로 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났다. 이른 아침이라 어젯밤과 달리 바닷바람이 시원해서 기분까지 상쾌했다. 우리 외국인들이 거의 다 처음으로 배를 타니까 출발하기 전에 멀미약을 먹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우리는 멀미약을 한 병씩 손에 들고 "안전한 도착을 위하여!"라고 소리치며 건배하고 원샷으로 마셨다. 술 말고 약을 원샷한적은 이날이 처음이었는데 엄청 쓴 약을 한번에 먹으니까 조금은 쓴맛을 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묵호항에서 배가 드디어 출발하기 시작했다. 창문을 내다보니 바다가 잔잔해서 좋은 예감이 들었다. 울릉도까지 4시간이 소요되고 점심을 먹은 후 바로 독도로 출발했다. 울릉도나 독도의 여행날씨에 좌우된다고 들었다. 그날 우리에게 베풀어진 날씨운은 정말 좋은 편이었다.
독도까지는 87킬로미터로 2시간이 걸렸다. 짙푸른 바다 위로 반짝거리는 햇살을 보며 항해가 끝날 무렵 창밖으로 대한민국 가장 동쪽에 있는 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독도였다. 고작 20분간의 체류시간으로 너무 짧았기 때문에 우리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아름다운 독도와 한반도의 가장 유명한 바위를 기념촬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없기 때문에 인증샷을 꼭 찍어야만 했다.
수업이나 대중매체에서 독도에 대한 소식을 많이 듣긴 하지만 직접 와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이 한번쯤 꼭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한다면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동쪽 끝이자 땅끝'인 독도라고 말할 것이다. 독도에 가봐야 하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나 '예스(yes)'라고 답하고 꼭 가보길 바란다. 나는 누구나 이곳에서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리가 타고 왔던 배는 20분 정박 후 울릉도로 돌아왔다. 다음 날, 울릉도 답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관광지를 보기 위해 시작한 버스투어는 약 4시간 정도 걸렸다. 거북이와 흡사한 바위, 너와집, 화려한 낭떠러지(절벽)그리고 아름답고 멋진 평화로운 바다…. 자연스러운 울릉도의 멋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르고 눈을 감으면 바람이 싫고(싣고) 왔던 향긋했던 냄새까지,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무언가로 인해서 무척 감동적이었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매혹 느껴
이것은 꼭 개인적으로 느껴봐야 한다. 아무리 배편으로 가는 길이 어려워도 숨막힐 듯한 풍경을 내 눈앞에 또다시 펼치고 싶고 한편으로는 울릉도의 포근함을 느끼러 다시 가보고 싶다. 또 울릉도는 오징어와 함께 호박엿으로 유명하다. 울릉도에 왔으므로 특산물 한 가지는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호박엿 광장(호박엿 공장)에 갔을 때 친구들이 호박엿, 호박젤리, 호박빵을 많이 사는 것을 보고 나는 우리 친구가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울릉도에 못 가봤을 친구들을 위해서 호박젤리를 조금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쉬움이 가득 남아 있었다. 나는 카메라로 동해 바람이 조각한 바위와 자연이 만들어낸 조화로운 풍경을 더 가득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마냥 아쉬웠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친구들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울릉도의 평화로운 바다가 아른거렸다. 곧 방학을 할 것이다. 나는 버스 안에서 겨울방학에 다시 한 번 꼭 울릉도와 독도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때는 조금 긴 여행으로 독도와 울릉도에서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광역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매혹을 최초로 느끼게 해 주었다. 도시의 복잡함에 지치고 그것으로부터 도망쳐서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는 아늑한 곳은 바로 울릉도와 독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