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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설경을 즐겨라! 숲으로 떠나는 여행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가장 친근한 나무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한살이에서 소나무는 떼려야 뗄 수 없지요. 세계적으로 희귀한 나무인 구상나무 역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기에 특별합니다. 소나무와 구상나무를 200% 즐기기 위해서는 어디로 떠나야 할까요? 삼척 금강소나무 숲, 그리고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숲을 소개합니다.

    삼척 준경묘 금강소나무 숲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나무가 울창한 산기슭에서 태어나, 평생토록 소나무 장작불로 지은 밥을 먹고 살다가, 소나무로 만든 꽃상여를 타고 이승을 하직했습니다.

지금도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 둘 중 하나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힙니다. 소나무는 크게 육송과 해송으로 나뉩니다. 그중에서도 줄기가 붉어서 ‘적송’으로도 불리는 육송이 상대적으로 더 흔합니다. 적송 가운데서도 곧게 잘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는 특별히 ‘금강소나무’, 또는 ‘춘양목’이라 일컫습니다.

울진 소광리, 봉화 서벽리 등을 비롯한 몇 곳에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있지만, 숲 전체가 금강소나무 순림(純林)을 이루는곳은 삼척 준경묘가 거의 유일합니다.
 

겨울숲여행 설경


강원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의 첩첩산중에 위치한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의 묘역입니다. 준경묘에 가려면 활기리 마을에서 조붓한 산길을 2km쯤 걸어야 합니다. 초입에는 800m가량의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오르막의 경사가 제법 급한 편입니다.

눈 쌓인 겨울철에는 아이젠과 등산 스틱을 챙겨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르막의 정점에서 준경묘까지 약 1.2km의 구간은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오솔길입니다.

    준경묘를 에워싼 잘생긴 토종 소나무들

마을을 출발한 지 30~40분쯤 지날 즈음이면 갑자기 시야가 훤해지는 곳에 이릅니다. 준경묘 묘역에 들어선 것입니다. 준경묘를 에워싼 소나무들의 자태가 범상치 않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소나무들마다 하나같이 구부러지거나 뒤틀린 데가 없이 곧고 미끈하게 뻗었습니다. 대단히 키도 큽니다. 고개를 한껏 젖힌 채 올려다봐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으로 친다면, 훤칠하게 잘생긴 헌헌장부(軒軒丈夫)들이 한자리에 다 모인 듯합니다.

2001년 5월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체 높은 소나무인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과 전통 혼례를 올려 일약 유명해진 ‘정이품송의 두 번째 부인송’도 이곳에 있습니다. 근래에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복원할 때도 이곳의 금강소나무들이 중요한 재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조선 왕실 소유 임야 고즈넉한 정취

준경묘 일대에 이처럼 잘생긴 토종 소나무들이 살아남게 된 것은 사람들의 손을 거의 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일반 백성들은 감히 발조차도 들여놓지 못하던 왕실 소유의 임야였고, 근래에는 전주이씨 대종친회의 문중림으로 관리됨으로써 무분별한 벌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오늘날에도 워낙 외진 두메산골이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합니다. 언제 가도 청량하고 고즈넉한 정취는 변함이 없습니다. 소나무 숲 특유의 그윽한 향기와 청징한 기운이 온몸 구석구석까지 파고듭니다. 세파에 찌든 때가 말끔하게 씻기는 느낌입니다.

준경묘는 활기리에서 10여km쯤 떨어진 대이리군립공원(033-541-7600)과 묶어서 여행하기에 좋습니다. 우리나라 석회동굴의 백미로 꼽히는 대금굴이 바로 그 곳에 있습니다. 대금굴은 우리나라 모든 석회동굴의 아름다움이 총망라 된 듯합니다. 종유석, 석순, 석회화단구, 베이컨시트, 동굴진주, 휴석 등 석회동굴 특유의 2차 생성물이 다양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대금굴 내부 지하호수


입장 인원이 하루 720명으로 제한된 대금굴은 인터넷 사이트(samcheok.mainticket.co.kr)에서 예약해야 관람할수 있습니다. 내친 김에 대금굴과 인접한 환선굴도 둘러볼 만합니다. 대금굴은 아기자기한 반면에 환선굴은 웅장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덕항산 중턱의 환선굴 입구까지 쉽게 오르내릴수있습니다.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숲

한라산은 제주도의 얼굴입니다. 먼발치서 바라만 봐도 아름답고 듬직합니다. 하지만 그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려면 아무래도 직접 올라보는 게 좋습니다. 현재 한라산 등산 코스는 영실, 어리목,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등 5곳이 개방돼 있습니다. 그중 성판악, 관음사 코스만 한라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 한라산의 풍성한 설경과 우리나라 특산 식물인 구상나무 숲을 감상하기에는 총 8.4㎞의 영실~ 윗세오름대피소~어리목 코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숲


영실(064-747-9950) 방면의 등산로는 해발 1280m 지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 길의 초반에는 제주도에 흔치 않은 적송 고목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늘어서 있습니다. 이 적송 숲은 지난 2002년 ‘제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해발 1400m 지점부터는 가파른 비탈길이 한동안 이어집니다. 잠시 멈춰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한라산의 너른 품에 안긴 오름들이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영실 기암의 너머에는 서귀포 해안과 망망대해가 빤히 내려다보이고, 위쪽에는 동화속의 풍경 같은 구상나무 숲 터널이 이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상나무 숲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나무입니다. ‘ Abies Koreana Wilson’이라는 학명이 말해주듯,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로는‘Korean fir’, 즉‘한국 전나무’라 불립니다.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긴 하지만, 어디서나 구상나무를 쉽게 볼 수 있는것은 아닙니다.

자생하는 구상나무를 보려면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의 해발 1000m이상 고지대에 올라가야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상나무 숲은 한라산에 있습니다. 지리산이나 덕유산의 구상나무 숲은 별로 크지 않지만, 한라산에는 2640만㎡(800여만 평) 규모의 광활한 숲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구상나무야말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나무인 셈입니다. 구상나무는 아무리 모진 바람과 눈 속에서도 푸른 기상을 잃지 않습니다.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가장 기품 있고 당당해 보이는 때도 이맘때 쯤의 한겨울입니다. 눈에 묻힌 겨울철에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구상나무 특유의 진한 향기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듭니다.

영실기암 위쪽의 구상나무 숲을 빠져나오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입니다. 고산평원인 ‘선작지왓’에 들어선 것입니다. 선작지왓 평원의 저편에는 한라산 백록담을 품은 화구벽이 우뚝합니다.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가에는 물맛 좋기로 소문난 노루샘이 있습니다.

    영실, 어리목 코스의 종점 윗세오름대피소

눈에 묻힌 샘터를 지나면 영실, 어리목 코스의 종점인 윗세오름대피소가 지척입니다. 영실휴게소에서 3.7㎞쯤 떨어진 윗세오름대피소에서는 따끈한 즉석라면이나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시 쉬어갈 수 있습니다.

이 대피소에서 4.7㎞ 거리의 어리목(064-713-9950)으로 하산하는 길에서도 구상나무 숲을 지나게 됩니다. 하지만 영실 코스의 구상나무 숲처럼 감동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아래쪽 활엽수림의 눈꽃이 더 장관을 이룹니다.

한라산의 5개 등산 코스 중에서 겨울철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은 성판악(064-725-9950) 코스입니다. 9.6km 떨어진 정상까지는 4시간 30분쯤 소요됩니다. 코스 길이는 8.7km의 관음사(064-756-9950) 코스보다 길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성판악 코스를 이용해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대개 관음사 코스로 하산합니다. 이 하산 길에서도 대규모의 구상나무 숲을 지나게 됩니다. 특히 왕관릉 일대에 빼곡한 구상나무는 마치 흰색 위장복을 입고 도열한 병사들처럼 늠름합니다.

한라산은 당일 산행만 가능합니다.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아침 일찍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각 코스별로 산행 시작 시간과 통과 시간, 하산 시간 등이 정해져 있어 정해진 시간 이후에는 무조건 출입이 통제됩니다.

더욱이 한라산은 기후변화가 심한 산입니다. 겨울철에는 아이젠, 스패츠, 등산 스틱, 바람막이 재킷과 다운재킷, 두툼한 장갑과 방한모, 고열량의 간식등을 꼭 챙겨가야 됩니다.

미끈한 토종 소나무를 보면 눈과 마음이 호강하고, 한폭의 그림같은 설경을 바라보면 얼룩진 마음이 하얗게 지워질까요.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여행 아닐까 싶습니다. 진짜 여행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 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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