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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가장 험악한 대진에 직면하다
“숨이 턱 막히는 강팀들, 16강 진출은 이변 있어야 가능?”


지난 12월 2일 0시(한국시각)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에서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 파비오 칸나바로가 포트 4에 속한 마지막 두 팀, 한국과 일본의 이름이 담긴 볼을 추첨할 때 아마도 많은 축구팬이 촉각을 곤두세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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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뽑히는 팀이 독일·스웨덴·멕시코 등 월드컵 역사가 자랑하는 강자들이 속한 ‘죽음의 조’ F조에 편성될 처지였고, 후에 뽑힐 팀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H조(폴란드·콜롬비아·세네갈)에 들어갈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부디 일본’이기를 바라는 이들이 무척이나 많았을 듯하다. 하지만 칸나바로의 손에 들린 팀은 한국이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도전사상 가장 험악한 대진 중 하나를 받아들이게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이번 조 추첨식 결과에 따라 오는

2018년 6월 18일 밤 9시 니즈니 노브고르드 스타디움에서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을 상대하며,

 6월 24일 0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북중미의 맹주 멕시코와 격돌한다.

그리고 6월 27일 밤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디펜딩 챔프’ 독일과 마지막 조별 리그 경기를 치른다.

 

 

힘들지만 솟아날 구멍은 분명 있다


어쩌면 숨이 턱 막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이 맞붙을 상대 팀들은 모두 한국 이상으로 월드컵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긴 강자들이다. 독일이야 말할 것도 없고 오랜만에 월드컵 본선에 얼굴을 비친 스웨덴도 4강 이상 성적을 낸 적이 두 차례나 된다. 멕시코는 아예 1994 미국월드컵부터 6회 연속 16강 진출을 이뤄내고 있다. FIFA 랭킹 등 객관적 수치 기록은 물론, 주관적 관점에서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이들보다 강하다고 여길 구석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비관적인 걸까? 한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의 16강행 통과 확률을 고작 18%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우리의 눈뿐만 아니라 제3자의 눈에도 한국의 생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혹평이라기보다는 냉엄한 현실에 가깝다.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도전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스포츠에서는 무조건이라는 전제가 없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무조건 조 최하위라는 평가를 받던 팀이 월드컵 우승 이력을 가진 이탈리아·잉글랜드·우루과이를 따돌리고 조 1위로 16강행에 성공한 적이 있지 않은가. 도저히 솟아날 구멍이 없어 보이던 코스타리카가 해낸 일을 한국이 못해낼 이유는 없다. 축구에선 모든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흔히 ‘이변’이라 표현하는 기적을 원한다면, 그 기적이 어쩌다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당시 코스타리카는 내적으로 스리백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갈고 닦고, 외적으로는 가장 까다롭다고 평가했을 3라운드 이탈리아전에 앞서 최대치의 승점을 벌어놓자는 큰 틀의 전략 설계를 통해 기적을 만들었다.

 

 

이변을 꿈꾼다면 자세부터 바로잡아야

 

 


신태용호 역시 이변을 꿈꾼다면 마찬가지 자세를 취해야 한다. 내적으로는, 이제 팀이 더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11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외풍으로 어수선하던 팀 분위기를 겨우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내·외부에서 받을 충격파를 최소화하고, 팀을 남은 준비 기간에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당장 신태용호는 12월 8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출전하는데, 일본·중국·북한 등 축구적으로나 국제 정세적으로나 경쟁을 벌이는 팀을 상대할 라이벌전 시리즈인 이 대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다시 위기에 빠질 공산이 매우 크다. 요컨대 신 감독은 실험과 실전에 모두 성공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팀과 맞붙었을 때 수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게 드러났는데, 이번 E-1 챔피언십에서는 어느 정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바로 이 대회에 출전할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에서 주전 수비 라인을 구성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수비 조직력의 완성도는 상당히 중요한데, 객관적 전력상 본선에서 만날 세 팀에 크게 떨어지는 한국 처지에서는 수비 조직력이 전술의 밑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선에서 공격적으로 맞불을 놓든, 철저히 역습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든 우수한 전력을 가진 상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버티는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힘을 늦어도 내년 5월경까지는 만들어놓아야 한다.


조별 리그 전체를 풀어가는 전략도 뒤따라야 한다. 많은 축구 지도자들이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 앞서 차라리 우승을 넘보는 최강팀과 한 조에 섞이는 게 16강 진출에 수월하다는 조언을 한다. 생뚱맞게 무슨 말이냐 싶을 테지만, 일리가 있다. 어느 한 팀이 조별 리그에서 3승을 챙기며 일찌감치 1위로 치고 나간 후 나머지 세 팀이 2위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엇비슷한 전력의 네 팀이 물고 물리는 구도보다 수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0 남아공월드컵 때 허정무호가 그랬다. 아르헨티나에 1-4로 참패했지만, 나머지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둬 조 2위 자격으로 16강행에 오른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도리어 일본이 자리한 H조에 들어가지 않은 게 나을 수 있다. 폴란드가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일본을 포함한 나머지 세 팀을 완전히 압도하는 팀이라고는 볼 수 없다. 반면 한국이 속한 G조의 최강 독일은 월드컵 32개 팀을 통틀어서도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강자 중 강자다. 조별 리그 세 경기 역시 3승을 할 만한 능력을 지닌 팀이다. 이 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조별 리그 통과 전략을 짤 때, 독일을 배제하는 게 좋다. 스웨덴·멕시코전에서 승부를 걸어 승리를 비롯한 최대치의 승점을 벌어 조별 리그 순위 경쟁을 끌어가야 한다. 이 두 경기에서 하나라도 실패하면 16강행은 요원하다고 봐야 한다. 가장 승리하기 힘든 독일전에서 무언가 결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 연출될수록 생존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독일전이 조별 리그에서 가장 마지막 경기라는 점은, 신태용호로서는 정말 다행스럽다. 남아공월드컵 당시 허정무호의 사례를 들자면, 아르헨티나를 두 번째 경기 상대로 만나 1-4로 참패를 당한 후 그 여파가 나이지리아전까지 이어졌다. 박주영과 이정수가 골을 넣으며 분전했어도 선수들은 어떻게든 비겨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린 채 경기를 치렀다.
 

이번 대회에서 만약 스웨덴·멕시코전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최상의 경우 ‘최강자’ 독일과 조별 리그 3라운드의 결과와 상관없이 16강행에 교두보를 놓을 수 있다. 물론 이런 희망 찬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시나리오일 뿐이다. 이 전제가 이뤄지려면 신태용호가 본선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낼 만큼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남은 기간의 준비가 대단히 중요하다.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일 수 없다.

 

 

김태석 | 베스트일레븐 기자 

 

 

 

 

 

 

 

 

Posted by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