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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신임 한국문학번역원장 된 시인 김사인 인터뷰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외교부' 역할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입니다. 지난 3월 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학번역원장에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시인인 김사인(62) 씨를 임명했습니다. 순수 한국문학 전공자가 이 자리를 맡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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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 전공자로서, 작가로서 번역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포부를 말할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번역원은 정부의 위임을 받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죠. 한국문학, 한국어 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기관이기도 하고요. 자칫 번역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기능적인 측면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해외 번역과 출판뿐 아니라 한국문학과 한국어 콘텐츠 전체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한국어 콘텐츠의 총괄적인 외교 업무를 하는 것이 번역원의 임무이자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전하는 김사인 원장은 본인의 임기 동안 번역원의 임무를 적극적으로 재규정해보겠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한국문학 전공자답게 김 원장은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문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상기할 때라고 했습니다. 이 물음에 대한 고민을 일정 수준에서 병행해나가지 않으면 우리 번역 출판이 양적으로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단발성 문학 상품으로 해외에서 소비되고, 한국문화 총체에 대한 이미지나 개념을 형성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공간적으로 한반도 광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문학 이외에 북한문학, 해외 동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범한국어 문학까지 번역원의 사업 속에 넣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그간 제약되어 있던 한국문학 콘텐츠의 다양성과 다층성 쪽으로 풀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시인이기도 한 김 원장은 작가들이 유능한 에이전시와 결합하지 않고는 세계문학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의역과 오역 등 번역을 둘러싼 작가적인 고민도 당연히 깊은 편입니다.


김 원장은 한국문학이 해외시장과 성공적인 접속을 이룰 수 있도록 에이전시 네트워크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특히 민간 출판사들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번역원의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올해 사업 중 자랑하고 싶은 사업은 미국 코넬대출판부와 함께 진행하는 앤솔로지 출간사업입니다. 100년 동안 한국문학의 시대별 주요 작품을 30여 편 추려서 세권으로 출간할 계획입니다. 이 텍스트가 출간되면 영어권에 서 한국 현대문학의 큰 윤곽에 대한 상상을 해보는 성과가 생기는 거죠. 김동리, 황순원, 김승옥, 조정래, 박민규, 편혜영 등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과 작품들로 엮었습니다.”


김 원장은 이런 성과물이 전임 원장들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생긴 결실이라고 공을 돌렸습니다. 그런 작업을 꾸준히 해왔기에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조금씩 저변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10년째 운영되고 있는 교육기관인 번역아카데미가 국내외 번역상을 이끌면서 수준을 끌 어올릴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영어) 편혜영, <홀>│ⓒ한국문학번역원)

(사진=(영어) 배수아, <올빼미의 없음>│ⓒ한국문학번역원)

(사진=(일본어) 한강, <희랍어 시간>│ⓒ한국문학번역원)

(사진=(스페인어) 황석영, <낯익은 세상>│ⓒ한국문학번역원)


격년으로 진행하던 서울국제작가축제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습니다. 앞으로는 매년 시행으로 활성화해서 세계적인 수준의 문학축제를 만들고 싶다면서 포부를 전했습니다. 작가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독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볼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 원장은 국문학 전공자를 현장에 투입한 뜻을 잘 생각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번역원을 만들어보겠다며 의욕을 내비쳤습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2년 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며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앞으로 한강처럼 다양한 작가의 한국문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하며 한국문학번역원 '문학 외교'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