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의 섬이자 4계절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천혜의 섬 제주, 그곳에는 4·3사건이라는 아픈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54년 9월 21일까지, 무려 7년 7개월동안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했습니다.
(사진=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헌화 분향을 하고 있다.│ⓒ청와대)
그리고 지난 4월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추념식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 헌화·분향, 국민의례, 순국선열·호국영령·4·3 영령에 대한 묵념, 추념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진상규명·명예회복 계속해나가겠다”
이날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4·3 생존 희생자와 유족, 도민,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원, 각계 인사 등 1만 5000여 명이 참석해 4·3 영령을 추모했습니다.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저는 오늘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께 사과했다”며 “4·3의 아픔을 기억하고 알려준 분이 있어 4·3은 깨어났다.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제주 4·3 70주년 추념일인 3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청와대)
또한 “유족들과 생존 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고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고,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며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한다”며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나가자”며 “그것이 오늘 제주의 오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행방불명인 표석 및 위패봉안실을 방문
문 대통령은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왔고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라며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며,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행방불명인 표석 및 위패봉안실을 방문해 표석에 동백꽃을 올리고 위패봉안실에서는 술 한 잔을 올림으로써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이어 추념식 최초로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함께 헌화 및 분향을 진행했습니다.
(사진=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헌화 분향을 하고 있다.│ⓒ청와대)
앞서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4·3 미해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고, 특별법 개정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 국가 입장이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 답을 찾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350여 명이 희생된 북촌 사건을 소재로 한 ‘순이 삼촌’으로 전국에 4·3사건을 알린 소설가 현기영이 추모글을 낭독했습니다.
또 제주에 이주해 사는 가수 이효리가 작곡가 김형석의 피아노 연주에 추모시를 낭독했고, 가수 이은미는 ‘찔레꽃’을 불러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행사 말미에는 4·3 유족 50명으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이 제주도립·시립합창단과 함께 4·3의 아픔을 그린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처음으로 합창했습니다.
식이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1분간 제주도 전역에서는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 사이렌이 울려 퍼졌습니다.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도민들이 4·3 영령을 추념할 수 있게 배려하는 취지로,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습니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서울 광화문, 부산, 광주 등 전국 20여 개 도시에서 분향소를 운영합니다. 정부는 4·3이 발발한 4월 3일을 2014년 국가기념일인 ‘제주4·3희생자추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국가의례로 추념식을 봉행하고 있습니다.
제주 4·3사건은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이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다짐대로 4·3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통해 4·3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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