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나눔에 대한 이야기가 늘 화두가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나눔을 실천하는 위대한 분들도 있고 소소한 나눔으로 행복을 전하는 이들도 매우 많습니다.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었기에 천이나 만으로 부푸는 것이 참된 수학! 끊임없는 나눔만이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남긴 분은 바로 사제 겸 외과의사로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교육·의료활동을 펼친 고(故) 이태석 신부(1962~2010)님입니다.
신부님만큼 대단한 헌신을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에서 이웃을 위해 무엇인가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뇌사자에게 장기를 기증할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그 모든 것 역시 훌륭한 나눔 실천입니다.
새 생명 살리는 생명나눔
2007년 12월 25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복싱 경기장에서는 세계 챔피언 방어전이 한창이었습니다. 35세의 노장 복서는 열 살 어린 도전자를 상대로 세계 챔피언 방어전을 치르고 있었지요. 노장 선수는 뛰어난 기량을 보이며 경기의 흐름을 이끌어갔어요. 그러다 경기 종료 10초를 앞두고 노장 복서가 상대편 선수의 주먹에 맞은 채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12라운드 판정승을 거뒀지만 선수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의식불명 및 뇌사 판정을 받았고 장기를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어요. ‘영원한 챔프’로 불리는 고(故) 최요삼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최요삼 선수를 비롯한 장기기증인들을 기억하기 위한 '지금도 곁에 있어요' 행사가 12월 8일 서울 신촌의 현대백화점 제이드홀에서 열렸어요. 이 행사에는 뇌사 판정을 받은 후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유가족과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 등 300여 명이 참석했는데요.
질병관리본부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유가족들을 예우하고 장기기증인들을 기억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날 행사는 최요삼 선수의 이야기를 담은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됐어요. 각막·신장·간·심장 등의 장기를 6명에게 선물로 주고 떠난 최요삼 선수는 커다란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나의 여행은 6명의 새로운 여행이 되었습니다”라는 멘트가 장내에 흘러나오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최요삼 선수 외에도 많은 분들이 소중한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람들에게 잊혀질 때, 그때가 사람이 진짜 죽음을 맞이할 때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많은 이들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그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뇌사기증
뇌혈관질환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뇌사상태에 이르렀을 때 기증
● 기증 가능한 장기 : 신장, 간장, 심장, 폐, 췌장, 췌도, 소장, 안구, 골수
※ 소장과 동시 이식하는 경우 위장, 십이지장, 대장, 비장
● 기증 가능한 인체조직 :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건, 혈관, 심장판막
● 뇌사 장기기증 절차 : 장기이식등록기관에 기증희망등록 → 장기기증희망등록증 발급 → 사고·재해로 인한 뇌사상태 → 가족의 기증동의 → 뇌사판정 및 기증(이식) → 새생명 탄생
사후기증
심장사(심정지 후 사망) 후 기증
● 기증 가능한 장기 : 안구
● 기증 가능한 인체조직 :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건, 혈관, 심장판막
● 사후 안구기증 절차 : 가족 동의 후 의료기관 또는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로 연락 → 적출 의료기관에서 기증자 발생 장소로 출동, 안구적출 (사망 후 12시간 이내)
생존시 기증
살아있는 자로서 만 19세 이상인 장기기증자가 부부·직계존비속·형제자매 또는 4촌 이내의 친족간, 타인간을 이식 대상자로 선정하여 기증
● 기증 가능한 장기 : 신장, 간장, 췌장, 췌도, 소장, 골수
장기기증 희망등록 안내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홈페이지(www.konos.go.kr)에 접속하여 본인 인증을 거친 후 등록하시거나
02-2628-3602로 전화주시면 신청서와 회신용봉투를 보내드립니다. 또한 직접 방문등록도 가능합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이 완료되면 우편으로 장기기증희망등록증과 신분증용 스티커, 차량용 스티커를 발송해 드립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증] ☞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본인이 장래에 뇌사 또는 사망할 때 장기 등을 기증하겠다는 의사표시이며 실제 기증 시점에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기증할 수 있습니다.
연탄은행의 온기나눔
하얀 우비와 노란 조끼를 입은 남녀노소 28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이들은 이날 연탄을 기증하러 온 한국중부발전 직원들인데요. 손수레 두 대가 등장하자 남자 직원들이 조심스레 연탄을 옮겨 실었습니다. 비가 와도 연탄 배달은 가능했어요. 연탄 수십 장을 손수레에 실은 다음 그 위에 비닐을 덮어 비에 젖지 않게 보호했고요. 이어 목장갑 위에 비닐장갑을 덧낀 여성들은 지게로 연탄을 실어 나를 채비를 끝냈습니다.
중계동 ‘104번지’에 있다 해서 ‘백사마을’이란 별칭이 붙은 이곳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려요. 오랜 세월 동안 경사진 불암산 자락을 따라 낡은 집들이 하나둘씩 생긴 곳인데요. 재개발이 확정됐지만 아직 연탄을 때며 겨울을 나는 가구가 대다수죠. 집밖으로 다 타고 하얗게 남은 연탄재 더미가 군데군데 쌓여 있네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해마다 기업·기관·개인 등으로부터 연탄을 기증받아 백사마을처럼 연탄이 필요한 곳에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 외에도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연탄 나눔 행진이 이어집니다. 서울연탄은행은 올해 총 300만 장의 연탄 나눔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많은 숫자이지만 지난 해 달성한 450만장보다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연탄은행 임지영 사회복지사는 “불경기로 예년보다 금전적인 후원은 줄었지만 와서 배달만이라도 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주말에는 하루 최대 7개 팀이 다녀갈 만큼 연탄 나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 꼭 필요한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독거노인 돌보는 유창순할머니의 봉사나눔
서울 난곡동 유창순할머니는 24년간 쉼 없이 가정봉사원으로 독거노인 돌봤습니다. 친정집 찾은 딸마냥 냉장고와 화장실 문을 열어보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밀린 빨래도 하고, 집 청소에 목욕 봉사도 해 드립니다. 아프면 남편 임영환(79) 씨가 직접 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모시고요. 주민센터나 복지관 갈 일이 있을 때도 동행합니다.
할머니의 하루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봉사로 빠듯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남편과 손주 셋의 아침밥부터 챙긴 후 낮에는 어머니 네 분을 모십니다. 한 분은 친정어머니, 나머지 세 분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생판 남인데요. 이 분들은 동네 독거노인들입니다. 다들 20년 이상 알고 지내면서 이제 자식보다 더 가깝지요. 유 할머니가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뛰어든 것은 1975년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하면서부터 입니다.
신림3동 부녀회원들과 신림동, 봉천동 판자촌을 돌아다니며 나무를 심고 어려운 이웃의 집안일을 도왔어요. 1978년 남부소방서 의용소방대 부녀반장, 1991년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청소년선도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지요. 그리고 지난 1989년 봉천동 관악노인복지관이 처음 개관할 때부터 가정봉사원으로 독거노인 돌보는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걷는 게 불편해 그만뒀지만, 2005년까지는 일주일에 5일씩 아침저녁으로 신림동과 봉천동 일대 독거노인 60여 가구를 돌며 도시락과 밑반찬 배달도 했어요.
관절염이 심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빼먹거나 미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한결같이 봉사하며 살아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2013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했습니다. 아직도 힘 닿는 데까지 어려운 이웃을 보살필 생각이라는 할머니를 보며 반성하게 됩니다.
방방곡곡 신나는 예술여행하는 창작국악그룹 '아나야'의 문화나눔
‘신나는 예술여행’은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이들과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나누는 사업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2004년부터 시작돼 문화 인프라시설이 약한 소외지역 주민과 군부대, 교정시설, 장애인, 노령층 등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종류도 문학·시각예술·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 등 다양하다. 재원은 복권기금에서 지원하고 있고요.
아나야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신나는 예술여행’에 참여 했어요. 문화나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아는 공연 팀들이 소개해 준 것이 계기가 됐지요. 2010년부터 2011년까지는 다문화가정, 2012년에는 농·산·어촌, 그리고 올해는 교정시설을 찾아다니며 공연했어요. 2013년은 각지의 교정시설에서 수감자를 대상으로 문화나눔을 했고요. 아나야의 민소윤 대표는 “음악을 더 듣고 싶은데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며 내년에도 꼭 와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다”며 “요즘도 편지를 주고 받고 있는데 이런 것이 문화나눔이 주는 보람”이라고 말합니다.
경남 통영의 유일한 극단 벅수골 역시 문화나눔에 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문화나눔을 시작해 올해 벌써 8년을 채운 이 극단은 통영지역 섬마을인 사랑도, 욕지도, 한산도 등 마을을 구석구석 순회했답니다.각 지역 사회복지센터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나눔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극단 단원들의 재능 기부 덕분으로 말이죠.
대학생 과외봉사 미담장학회의 재능기부
미담장학회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경제 여건에 관계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육기부 단체입니다. 2009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네트워크로 설립됐어요. KAIST, UNIST, 부산대학교, 전남대학교, 경북대학교, 금오공과대학교, 제주대학교 등 국립대를 중심으로 전국 대학생들이 활동합니다.
2012년 기준으로 연간 대학생 400명이 3,300여 명의 청소년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지요. 저소득·취약 계층 문제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은 주말마다 가르치는 ‘미담장학회 봉사단’ ‘방과후 학교’ ‘멘토와 멘티가 함께하는 운동회’ ‘봉사글짓기 공모전’ ‘청소년 문화축제’ ‘찾아가는 멘토링 교실’ ‘이공계 멘토링 캠프’ 등이 있습니다.
김인호 사무총장(경북대 기계공학 3년)은 “미담(美談)이란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라며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의지만 있으면 마음껏 찾아와 공부할 수 있는 열려 있는 교실을 꿈꾸며 만든 곳”이라고 강조합니다. 체계적인 수업 커리큘럼도 자랑거리입니다.
4분기로 나누는 각 학기제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10주 완성의 코스로 각 과목과 시간을 신청할 수 있어요. 멘토들도 면접을 봐야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엄선된’ 선생님들이고 시험 강의를 거쳐 통과해야만 멘토 자격을 얻을 수 있어요. 미담장학회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방송공사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어요. 올해 3월 대전광역시 예비 사회적기업으로도 지정받았답니다.
저작권 기증, 노하우 공개 등 지식나눔
신체 일부나 물질적인 뭔가를 기증하는 것만이 나눔의 전부는 아닙니다. 최근 들어 김 작가처럼 ‘지식나눔’이 열풍이죠. 지식나눔은 문화·예술이나 과학·산업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지식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사회공헌활동을 말해요. 이 가운데 저작권 기증은 지식재산권자 등이 자신이 가진 권리(저작권)를 국가에 기증해 일반인이 이를 자유로이 이용하게 하는 나눔입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애국가 또한 고(故) 안익태 선생의 유족이 기증한 대표적인 저작권 기증 사례 중 하나죠. 김중만 작가의 경우는 내년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66주년인 점을 기념, 한국적 이미지를 담은 자신의 작품 66점을 직접 선정해 기증했어요.
기증된 작품은 저작권 자유이용 공유저작물 사이트 ‘공유마당(gongu.copyright.or.kr)’에 연말까지 모두 수록됩니다. 사이트에 접속한 모든 국민들이 비상업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1인창조기업 등에서 해외 수출이나 관광홍보용 자료 발간, 교육자료 제작 등에 사용할 수 있어요.
단, 상업적인 경우에는 심사를 거쳐야 해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공유마당’은 소설·수필 등의 어문 자료, 사진·미술 등의 이미지 자료,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까지 총 21만여 건의 자유이용 공유 저작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 외에도 교사와 학생들이 학습 목적으로 이용하는 등 연간 100만건 이상이 활용될 만큼 반응이 좋답니다.
동전모아 기부하는 진정군 씨의 절약나눔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폐품이나 동전을 모아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나눔을 무려 20년 가까이 실천해 오고 있는 진정군씨. 진 씨가 동전 모으기로 나눔을 시작한 것은 1995년 6월 12일, 프랑스에서 한·일 월드컵 개최 확정 소식이 날아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부터 매일 10원 더하기 저축을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10원, 다음날은 20원 하는 식으로 매일 10원씩을 더해 저축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2,002일째 되던 2002년 3월 7일 진 씨는 그동안 모은 2,150만원을 출금해 한국복지재단을 통해 10세 어린이 100명에게 20만원씩 지원했습니다. 이후에도 그의 10원 더하기 저축은 계속돼 2003년 8월 강서구 자원봉사센터에 1천만원을 전달했어요.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부터는 항공사에 근무하던 아들이 1달러를 건네준 것을 계기로 매일 1달러씩을 모으기 시 작해 1,004일 동안 모은 1,004달러를 2000년 11월 30일 유진벨재단을 통해 ‘북한 아동결핵환자 돕기’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고향이 함경도인 그는 북한이 경의선 계획을 발표한 2000년 8월 1일부터 1원 더하기 저축을 시작, 2012년 7월 12일 3천일간 모은 448만1,932원을 통일 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고, 지금도 역시 다른 기부를 위해 10원 더하기 저축을 하고 있답니다.
나누는 것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면 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나눔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거예요. 올해는 재능기부나 지식기부 등의 단어가 다양하게 회자되었는데요. 지금 할 수 있는 한가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부담을 느낄 정도보다는 조금 희생하고 나누면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을 느껴볼 수 있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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