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헬렌 켈러, 루즈벨트 대통령처럼 장애를 딛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많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희망을 얻고, 이들의 이야기를 교훈삼아 새롭게 정진하곤 하죠.
해외의 저명한 인사가 아니더라도 국내에도 장애를 극복해 희망을 발견한 사람이 있답니다. 바로 국내 첫 시각장애인 변호사 김재왕 씨인데요. 장애인의 권익신장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는 명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장애인들의 요구가 당연한 권리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는 김재왕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언제나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재왕(36) 변호사는 '미소남'으로 통합니다. 그의 프로필 소개 문구 역시 "귀를 쫑긋 세우는 미소남, 장애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입니다. 2012년 3월 제 1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현재 '희망을 만드는 법'이라는 공익단체에서 활동중인 김재왕 변호사는 국내 사법사상 첫 시각장애인 변호사입니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김재왕 변호사는 어려서부터 보이지 않았던
오른쪽 눈에 이어 2003년부터는 왼쪽 눈에도 문제가 생겼고, 결국 그는 바깥쪽 시신경이 대부분 죽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점점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하면서 2009년에는 시력을 아예 잃게 됐습니다.
그는 "처음에 판정을 받았을 때는 막막했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안보인다고 생각하니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예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정말 고민이 됐어요."
그때 김 변호사가 도전한 일이 '로스쿨 입학'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4년 동안 상담원으로 일했던 경험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상담을 하는 일도 의미가 있었지만 조금 더 적극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컴퓨터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스크린 리더기)을 이용해
공부한 끝에 서울대학교 2009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특별전형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로스쿨에 입학하고 나서도 그의 노력을 계속됐습니다.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로스쿨에 다니던 3년 동안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죠. 그는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에 많은 요구
를 해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교재를 소리로 변환한 음성 파일부터 시험을 컴퓨터로 보는
것 등등 제가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끊임
없이 이야기했어요. 학교에서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라
면 공부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시각장애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고요."
김 변호사는 공부하면서 한계에 부딪칠 때도 많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장애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는 꿈을
이뤄야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김 변호사는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장애인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스크린 도어가 없는 승강장 부근 선로에 추락한 시각장애인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일부 승소했습니다. 또한 2012년에는 대통령선거 방송의 수화통역 화면을 더 크게 해 달라며 청각장애인
단체가 지상파 방송3사를 상대로 낸 임시조치 신청을 대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17대 대선 방송의 수화통역 화면보다 30% 이상 큰 크기의 화면을 방송하라"며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최근 장애인들이 고속버스를 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그는 소송을 통해 세상을 바꾸기를 꿈꿉니다. "비록 개인을 당사자로 하는 소송이지만 그 소송의 결과를
통해 사회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 소송 과정에서 장애차별 문제를 이야기할 수도 있죠. 제가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
이기도 하고요."
그는 변론을 준비하는 데도 다른 변호사들보다 많은 공을 들입니다. 일단 방대한 양의 서면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문서를 스캔
하고, 이를 문자 파일로 변환해 음성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혹시 오류가 발생하거나 사진이 포함된 경우에는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오히려 이런 불편함을
겪을 때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꿈꾸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요구가 부당한 요구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데요. 그러면서 "장애인들이 일일이 필요한 것을 요구하기 전에 장애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미리 물어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국내 1호 시각장애인 변호사로 거듭난 김재왕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분명 장애가 나타날거에요. 장애에 순응하기 보다는 장애를 극복하고, 목표를 성취해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한 만족이나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