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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공감에서 추천하는 여름휴가 여행지 3곳

여러분의 기억 속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여름휴가지는 어디인가요? 혹은 가보고 싶은 여름휴가 여행지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6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 여름휴가 여행지를 고르며, 여행계획을 세우며 설레임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


오늘은 '내 마음 속 여름' 이라는 주제로 최불암 씨, 정여울 씨, 하일성 씨, 황혜영 씨의 여름휴가 추억이야기를 들어볼텐데요. 아마 이들이 전하는 여행지의 아름다운 경치가 여러분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것 같아요. 


여름휴가 여행지



 배우 최불암씨가 전하는 내 마음 속의 여름 : 홀로 찾은 '새벽 우포늪'


글·최불암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지금 전국의 유명 먹을 거리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덕분에 많은 곳을 다니기도 하지만 나 혼자 이곳저곳을 다니는 시간들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보고 느끼는 그 순간만큼은 명예도 부귀도 필요치 않다. 어찌 보면 내가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경북 창녕에 있는 우포늪을 다녀왔다. 이곳은 그야말로 자연의 생태가 그대로 담겨 있는 장소다.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우포늪의 경치는 장관이었다. 국내 최대의 자연늪인 이곳은 자그마치 면적이 127만 8,285평방미터에 달한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드넓은 늪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봄이 가고 여름을 맞고 있는 수많은 물풀이 수줍게 고개를 들며 내미는 듯한 모습이었다.


우포늪


우포늪은 국내 최대 규모로 천연의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어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생태계 보전지역 중 생태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1998년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 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이곳은 조용히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장소다. 주변 자연과 식물을 보다 보면 마음의 치유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포늪을 걷다 보면 오토바이를 타는 환경지킴이 주영학(64) 씨도 만날 수 있다. 그는 20년 가까이 날마다 이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우포늪 구석구석을 누비며 쓰레기를 치우고 다닌다. 양수장에서 일했던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뛰어놀며 자랐다는 그는 우포 늪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환경지킴이 역할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포늪


그에게 우포늪의 8대 비경을 들을 수 있었다. 해질 무렵 기러기의 비상, 고니의 사랑,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장대 나룻배, 가 시연꽃과 왕수림, 그리고 새벽 물안개와 일출이 그것이다. 그가 최고로 치는 것은 새벽의 우포늪이다. 실제로 그랬다. 고요히 바라보고 있으면 잡념도 번뇌도 모두 사라지고 마음이 깨끗해졌 다. 새벽의 우포늪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남쪽이지만 덥지도 않고 침묵 속에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였다.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땅도 물도 아닌 늪. 국내 온갖 풀, 나무, 곤충, 물고기, 새들과 자연의 신비로움이 발걸 음을 멈추게 하는 그곳,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가 전하는 내 마음 속의 여름 : 시간의 발자취가 봉인된 곳, 군산

글·정여울
충동의 빛을 따라가는 여행만큼 매혹적인 여행이 있을까. 준비도 필요 없다. 계획은 더더욱 필요 없다. 그저 무작정 떠나고 싶은 마음, 그것이면 충분하다. 한밤중에도 ‘우리 바다 보러 가자!’ 하는 마음의 소리에 ‘그래, 좋아!’ 하며 무턱대고 따라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20대 시절 못해 본 그것. 충동, 혹은 거의 발작에 가까운 여행의 열망에 아무 계산 없이 따라보는 것을 나는 이제 와서 처음으로 해 봤다.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곳이 바로 군산이었다.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식민지 시대의 건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폭풍검색 끝에 알아낸 것은 그곳이 적산가옥이라는 것이었다. ‘히로쓰 가옥’이라고도 불리는 이 고즈넉한 옛집은 단번에 마음 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이제는 열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군산의 오래된 철길마을의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마음을 결정해 버렸다.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만 챙겨 10분 만에 출발 준비를 완료했다. 굼뜨기 이를 데 없는 내가 뭔가를 이렇게 빨리 해 낸 적은 처음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군산에 도착해 있었다.


군산


히로쓰 가옥으로 걸어가는 길에서부터 군산은 내게 천천히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일단 고층건물이 없어서 탁 트인 시야가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혔다.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옛스러운 골목길은 정갈하면서도 고즈넉했다. 시간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간직된 장소들의 특징은 ‘장소란 사람을 품어 안는 것’이라는 본래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한국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라는 동국사, 근대문 화유산박물관, 군산 근대문화유산 거리, 빵이 나오는 시간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성당’ 빵집, 모든 것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 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하루 만에 다 구경할 수 있다는 것도 군산 여행의 큰 장점이었다.


군산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경암동 철길마을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곳을 마지막 여행지로 콕 점찍어 놓았다. 가장 멋진 곳은 왠지 아련한 피날레를 위해 남겨놓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철길마을은 기대했던 것만큼 기다란 철길을 보존하고 있지 못했 다. 여기저기 잡동사니가 버려져 있었으며 사진에서 본 것보다 훨씬 좁고 잡초도 무성했다. 하지만 군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이제 그 철길마을을 조용히 걸었던 기억이 될 것 같았다.


기차는 다닐 수 없지만 수없는 사람들이 이 철길마을에 와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서로를 모른다 해도,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해도, 우리 마음속에 담겨 있는 ‘먼 곳을 향한 그리움’의 원초적 풍경은 지극히 닮아 있기 때문 이 아닐까. 군산 철길마을에 기차는 없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담한 협궤열차가 사람 사는 골목길을 유유히 달리던 그 시절을 향한 우리들의 버릴 수 없는 노스탤지어가 있다.


 야구해설가 하일성 씨가 전하는 내 마음 속의 여름 : 첫 가족여행의 추억, 제주도

글·하일성
제대로 된 가족여행은 큰딸이 초등학교 6학년, 작은딸이 초등 학교 5학년이던 1988년 7월이 처음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은 변변한 여행 한번 다녀오지 못했다. 그래서 1988년 제주도 여행은 내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가족 모두 함박웃음 짓게 한 ‘조랑말 체험’


우리는 각자 배낭 하나 짊어지고 제주도로 날아갔다. 넷이 집을 떠나서 함께 생활해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도, 아내도, 딸들도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설레었다. 제주도는 한국땅 이지만 이국적이어서 더 좋았다. 하와이 못지않게 아름다운 섬이 제주도 아니겠는가.


제주도


공항 문을 열고 제주도 땅을 밟으니 냄새부터 달랐다. 짭조름 한 바다 내음에 마음까지 상쾌해졌다. 서귀포에서 우리는 ‘조랑말 체험’을 즐겼다. 딸들은 난생 처음 보는 말을 무서워하면서도 신기해 했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을 보듬어 말에 태웠다. 말 등에 오른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우리 가족은 해거름에 지인이 운영하는 횟집에 들어갔다. 주인장은 제주도에서만 잡힌다는 다금바리회를 한 접시 가득 내왔다. 바다 위 노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소 주 한 잔 곁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잘하는 노래도 아니지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1949년생인 나는 올해 66세다. 4년 뒤면 칠순이다. 건강이 허락된다면 칠순 때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려 한다. 26년 전에는 네 명뿐이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많이 늘었다. 사위들도 얻었고 손주들도 생겼다. 얼마 전 딸들과 사위들에게 작은 ‘포부’를 공개했더니 다들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4년 뒤를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돈도 모으겠 다고 약속했다. 30년 만에 다시 가게 될 제주도 가족여행, 벌써부 터 많이 설렌다. 조랑말들은 잘 있는지, 저녁 노을은 여전히 아름 다운지, 횟집 주인장의 인심은 변치 않았는지…. 다금바리회 한 접시 놓고 제주도를 원없이 즐기고 싶다. 



지금까지 최불암 씨, 정여울 씨, 하일성 씨가 전하는 '내 마음 속 여름휴가'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위 세분 말씀을 들어보니, 사실 여행계획은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여행을 계획하던지 가서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는 자기 자신한테 달린 것 같으니까요. ^^  추억의 계절 여름, 떠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