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3년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방문할 만큼 한국사랑이 남다른 그는 입국하자마자 응한 인터뷰에서 심도있는 이야기와 함께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를 감추지 못했답니다.
외국인 최초의 판소리 연출자, 아힘 프라이어
독일 현대연극의 거장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수제자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인물인 아힘 프라이어는 1934년 베를린 태생으로 베를린 국립 미대를 졸업한 뒤 베르톨트 브레히트 밑에서 배우다가 직접 오페라 제작에 나서 무려 150편의 오페라와 연극을 연출했습니다. 2011년 우리나라 판소리 300년 역사상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수궁가>를 연출하며 한국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그 인연을 계기로 지난 3월 그는 독일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도 만났습니다.
판소리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연출가인 아힘 프라이어, 그가 판소리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힘은 "판소리는 단음에서 나는 그 쉰소리와 같은 원초적인 소리가 아주 매력적이다. 세계의 민속음악들이 갖는 특징 중 하나"라며 "판소리가 장터에서 관객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힘이 연출한 <수궁가>는 기존의 판소리와는 다르게 가면을 씌우고 독특한 의상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표현주의적 화풍을 담은 무대 한가운데 거대한 한복 치맛자락이 등장하고 신명나는 판소리가 가득합니다. 그는 <수궁가>에 대해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해학과 지혜가 녹아 있더라. 우화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토끼나 거북이 같은 상징이 지금 우리 시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작품을 보고 나서도 관객에게 여운이 남게 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수궁가>는 뮤지컬이 아닌 정통 오페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힘이 강조한 것은 '작품의 원형', 그는 "고전 전통으로 전해 내려오는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에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대의 작품 속에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가 작품을 연출할 때 중점을 둔 것은 조화였습니다. "내가 생각한 무대는 연기자와 관객의 호흡이다. 판소리가 갖는 엄청난 힘이었다. 그런 단절을 가졌던 오페라의 성격을 없애는 것이 큰 과제였고 나는 더 노력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후 <수궁가>는 그 해 독일 무대에도 올라갔습니다. 독일 부퍼탈 극장에 올린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는데요. "한국의 것을 그대로 유럽으로 가져가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처럼 작품에 손을 대지 않고 서양 악기와 음악은 모두 없앴습니다. 소리꾼이 움직이는 모습이 좋아 무대도 수묵화로 한국 것을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아힘 프라이어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건 그림입니다. 본업이 화가였던 그는 50년 이상 그림을 모으고 그려왔습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남겼습니다. 2천여 점의 그림이 벽에 걸린 집은 자그마치 6층에 달합니다. 그는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연출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 연출은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내 머릿속의 이미지를 그림을 통해 먼저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의 것도 모방하지 않는 예술, '창조'. 예술에 대해서 아힘은 "한국 예술인들이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을 더 두었으면 좋겠다. 현대화와 글로벌화는 자기 것이 없으면 안된다. 그 원형에서 모든 창조의 힘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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