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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보

전통시장이 부활한다!

어릴 적 엄마손을 꼭 잡고 걷던 시장 길을 기억하시나요? 커다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졌지만, 전통시장은 새롭게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봄은 시장에서 제일 먼저 찾아옵니다. 예전부터 거기에 있어왔기에 재래시장으로 불리던 전통시장이 웃음과 젊음을 되찾고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아쉬워하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연봉 대신 더 큰 꿈을 택한 청년 장사꾼들이 속속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개성 넘치는 전통시장

모처럼 되살아나는 경기회복의 불씨에 정부도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소공인의 기를 살려주고, 소상공인의 골목 상권을 지켜주는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긴 동면의 시간이 끝나고 경기회복의 봄날도 시장에서 제일 먼저 찾아옵니다.

    개성살린 전통시장 375개 키운다

전통시장이 대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은 올해부터 전통시장 입지와 잠재 역량 등을 고려해 ‘도심골목형시장’(200개)‘, 문화관광형시장’(165개)‘, 글로벌명품시장’(10개) 등 3개 유형으로 나눠 맞춤형 지원에 나섭니다.


개성살린 전통시장


금천교시장이나 통인시장처럼 도심골목형시장에 대한 지원은 시장 대표 상품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유명 요리사, 요리연구소와 협력해 새로운 음식 개발을 지원합니다. 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공동 브랜드를 선보인 서울 중곡제일시장의 사례처럼 시장 특화상품의 공동 브랜드화도 돕습니다.

외국인을 겨냥한 글로벌 명품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부산 부평깡통야시장처럼 특색 있는 시장을 늘리는 한편 의류, 액세서리, 지역 특산품을 손쉽게 살 수 있는 면세거리를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안내센터, 환전소 등도 시장 내에 설치됩니다.

    문화관광형시장 2017년까지 165곳으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은 중소기업청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전국 94곳인 문화관광형시장을 더욱 체계화해 2017년 165곳으로 늘리기 위해 ‘팔도장터 관광열차’의 운행 횟수와 방문 시장을 확대할 방침인데요.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주차장, 비가림막 등 획일적인 시설 개선과 1회성 행사 지원만으로는 전통시장을 살릴 수 없다고 보고 될성부른 전통시장을 발굴해 개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시장 특성화를 통해 약 3000명의 청년 상인이 전통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합니다.

    도심골목형시장의 성공 사례, 서울 금천교시장


금천교시장 터줏대감 김정연 할머니


서울 종로구 체부동 금천교시장 입구의 높게 세운 간판에는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라고 쓰여 있습니다. 끝까지 걸어도300미터가 안 될 만큼 작은 시장의 초입. 한 평짜리 가게에서 떡볶이만 팔아온 이 시장의 터줏대감 김정연 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양념한 떡을 무쇠철판에 볶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몇년 전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습니다. 북한 개성이 고향이라는 김 할머니의가족 사랑과 그리움이 선행으로 이어졌나 봅니다.

‘도심골목형시장’인 금천교시장은 직장인 사이에서 '제2의 피맛골'로 통합니다. 청진동이 재개발되면서 피맛골 대신 빌딩 숲이 생기자 골목 맛을 잊지 못한 직장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금천교 시장은 사람의 발길이 드문 작은 전통시장이었습니다.


서울 금천교시장


허름한 국숫집에서 단돈 3000원으로 뜨듯한 국수 한그릇 먹을 수 있고, 막걸리 한잔 걸칠 수 있는 곳. 금천교시장은 서울의 사라져버린 수많은 뒷골목의 추억을 되살려주었습니다. 요즘은 젊음의 거리에서나 볼 법한 하우스 맥주와 커피를 파는 세련된 가게들이 하나 둘 늘어 밤이면 직장인들과 연인들로 북적입니다.

"호기심에 친구와 왔어요. 가격도 싸고 맛집도 많고, 동네를 둘러보니 정감이 있어 좋아요."(강상화·여·김포시) 시장 상인들은 어느 순간부터 시장통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인근 한 부동산 중개인은 "5,6년 전부터 시장 점포들이 음식점으로 변하더니 세련된 가게들도 늘었다"며 "음식점이 70~80퍼센트, 나머지가 상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천교시장 청년들의 열정감자


어디선가 유쾌한 청년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골목을 울립니다. '청년 장사꾼 감자집(구 열정감자)'에서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감자튀김의 고소한 냄새와 직원들의 신나는 기운을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자본금이 부족한 청년들이 금천교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2012년 이곳에 감자집을 열자마자 대 성공을 거둬 지금은 여기저기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어요.

    '도시락 카페' 인기몰이 통인시장

금천교시장을 빠져나와 자하문 방면 옥인동 길로 향합니다. 서촌의 속살길인데요. 고택부터 오래된 가게들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통인시장입니다. 유명한 문인들이 많이 살았다던 그 명성답게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도 골목을 지키고 있습니다.


서울 통인시장


"두 개 천 원이요." "네, 두 개 주세요." 엽전을 내고 빈 도시락 통에 반찬을 담습니다. 서촌 중간쯤에 자리 잡은 통인시장의 한 풍경입니다. 단돈 몇천 원이면 나만의 푸짐한 도시락이 만들어집니다. 한 닢에 500원인 엽전을 가지고 시장에서 소문난 음식들을 종류별로 맛볼 수 있습니다. 먹고 싶은 반찬 가게에 엽전을 지불하면 빈 도시락 통에 인심 좋게 가득 담아주는 일명 '도시락 카페'입니다.

"옆전 2개를 남기면 1000원인데 밥으로 교환할 수 있어요. 충분히 먹어도 5000원밖에 안 해요."(박선희·여·서울은평구) 엽전은 시장 가운데에 있는 고객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엽전과 함께 받은 도시락 통을 들고 시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입맛대로 반찬을 고릅니다.

이렇게 가득 담은 도시락을 가지고 고객센터에 마련된 식탁에서 먹습니다. 공깃밥과 국은 별도로 판매하며 김치는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시장 안 반찬가게를 활용한 도시락 카페 덕분에 통인시장은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


심계순 통인시장 관리부장은 "남녀노소 그리고 외국인도 많이 오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시장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서촌 길을 찾는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통인시장의 정겨운 맛 때문이라고 합니다. 튀김에서부터 떡갈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장표'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통인시장에는 두곳의 기름떡볶이집이 있는데 최근 재미있는 일화가 생겼습니다. 지난 해 초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통인시장을 방문한 때 였습니다. 원래는 한 원조할머니의 떡볶이를 먹고 가는 일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누가 오는지 몰랐던 주인할머니는 이날 준비한 떡 60킬로그램을 모두 팔아버렸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케리 국무장관은 다른 떡볶이집에서 기름 떡볶이를 맛봤고, 결국 통인시장의 두 기름떡볶이집은 '존 케리가 먹고 간 효자동 떡볶이'와 '존 케리도 못 먹고 간 원조할머니 떡볶이'가 됐습니다.

    예술인과 상인의 상생 공간, 광주 대인시장

시장 입구를 서성이는 외지인에게 좌판에서 채소를 팔던 할머니가 한마디 던집니다. “여가 역전 자리여. 요 앞으론 선로가 있었당게. 버스터미널도 있었고. 그때는 사람 엄청 다녔제.”

입구에서 보기엔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게 없습니다. 쌀쌀한 평일 오후라 그런지 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시장 골목은 차가운 바람만큼이나 한산했습니다. 하지만 대인시장에는 분명 새로운 기운이 살아 있었습니다. 2008년 비린내 나는 전통시장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면서 부터입니다.

지역의 작가와 기획자들이 대인시장에 자발적으로 입주해 예술가와 시장 상인이 어우러진 시장으로 새롭게 출발한 것인데요. 매달 한 차례씩 작가들이 전시하는 '한 평 갤러리'와 곳곳의 벽화도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인시장은 '예술시장'으로 불립니다. 덕분에 지역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대인시장을 찾으면서 시장 경기도 점차 살아나고 있습니다.

대인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대표적인 행사는 상인과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해 2011년부터 열고 있는 야(夜)시장 ‘별장’ 입니다. 6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둘째 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대인시장에 상주하는 예술가와 상인 등이 참여합니다.


대인시장 상점 그림


10년째 이곳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경숙(56·여)씨는 "야시장이 열릴 때면 발 디딜 틈이 없다"면서 "먹거리 가게들이 장사가 잘 되는 편인데 내 물건이 많이 팔리지 않아도 시장이 북적대니 기분이 좋다"고 전했습니다.

대인시장 상점은 요즘의 주상복합상가나 다름없습니다. 1층에서는 장사를, 2층은 살림집을 차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상가 2층은 상인들의 보금자리이자 작가들의 거처가 됐습니다.

1959년 광주 한복판에 자리 잡은 대인시장은 광주의 '관문시장'이었습니다. 시장 맞은편에 버스터미널이 있어 광주를 오가는 사람들 상당수가 대인시장을 들렀습니다. 그러나 터미널이 이전하고 도청이 무안으로 옮겨가면서 시장규모가 줄고 상권도 눈에 띄게 시들해졌습니다. 대인시장 점포 절반 이상이 비었지요.

그러나 예술시장으로 변신한 요즘 광주 대인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아 이제는 빈 점포가 없습니다. 대학원생 최보광(25·여)씨는 "대인시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홍보 마케팅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광주 시민은 물론 타지 사람들에게도 시장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예술로 차별화한 대인시장. 이제 옛 전남도 청 일대에 조성 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미래형 광주 대표 문화관광시장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습니다.

광주 전남 중소기업청 공공판로지원과 김마성 주무관은 "문화관광형시장의 성공사례인 대인시장에서 터득한 아이디어를 지역 내 다른 시장 활성화에 적극 활용하며, 예술인과 상인들이 공생하고 청년 상인이 성장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산 관광객 필수코스, 부평깡통야시장

"따끈한 어묵 있습니더~."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깔끔하게 정리된 어묵 카페와 만났습니다. 부평깡통야시장은 어묵의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오후 6시를 조금 넘기자 형광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시장 내 공영주차장에서 노점 판매대를 차례로 밀고 나왔습니다. 부평깡통야시장 상인들입니다.

"인자 오나?" 내는 짜요가 젤로 이쁘더라. 허허." 한 판매대의 여성에게 60대 식육점 아주머니가 연방 "짜요"를 외치며 반깁니다. 알고 보니 베트남 여성 우엔 이트(28)씨를 그가 만드는 베트남 튀김만두 '짜요'에 빗대 부르는 말이랍니다.


부산 부평깡통야시장


상점 사이에 설치된 판매데에서는 유부전골을 비롯한 부산의 유명 먹거리는 물론, 인도네시아 볶음국수인 미고랭, 터키의 케밥 등 각국의 길거리 음식도 만날 수 있습니다. 케냐산 장식품은 덤입니다.

부평깡통야시장은 2013년 10월 29일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설치한 아케이드 110미터 구간에서 국내 최초로 개장했습니다. 노점 30곳이 매일 오후 6시 문을 열어 자정까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중무휴로 노점 18곳은 먹거리(향토11, 다문화7)를, 나머지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합니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3000~5000명, 주말에는 7000~1만 명이 찾는다고 합니다. 특히 관광업계를 통해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코스가 됐습니다.

짧은 기간에 관광명소로 부상한 것은 인근 관광지와의 시너지 효과 덕분입니다. 용두산공원과 영도다리,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전통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이 야시장을 찾게 된 것입니다.

기존 점포들의 매출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어묵 가게를 운영하는 이강식(52)씨는 "예전보다 매출이 15퍼센트 정도 올랐다"며 "야시장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들이 부산의 전통음식에도 눈길을 두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진아웃제로 철저한 청결·위생 관리

당초 기존 점포 상인들은 매출에 영향을 받을까봐 야시장 도입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상인연합회는 상인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한 편 공모를 통해 야시장 상인들을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로 모집했습니다. 또한 야시장 도입에 앞서 부산시와 협의해 강력한 상거래 질서를 확립했습니다.

상인회는 청결, 위생 관리 등을 점수로 매겨 야시장 상인들과의 재계약에 반영하고, 계약은 1년마다 합니다. 상인회와 중구청, 야시장 상인들은 3자 협약을 통해 판매대를 제 3자에게 양도·교환·매매할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여기에다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청결, 위생 등의 관리를 미흡하게할 경우 먼저 경고를 주고 경고를 3번 받은 야시장 상인은 영구 퇴출되도록 했습니다. 야시장에는 관광객 외에 전국 지자체와 전통시장 상인 등이 찾고있습니다.

이에 부산시와 중구청, 상인회 등은 야시장 구간을 추가로 늘리고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문화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1890년 문을 연 전통의 부평깡통시장이 이제 전통시장과 야시장의 상생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전통시장 나들이를 떠나보는건 어떨까요? 손 꼭잡고 시장 길을 걸으며 볼거리, 먹거리를 한껏 즐기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