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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끝에서 시작되는 길, 땅끝 해남 해안누리길

사람들은 길이 끝나는 곳에 가서야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끝을 만나야 시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해남 땅끝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땅끝이 주는 잠잠한 의미를 느끼고 싶은 마음과 전국에서 손꼽히는 이곳의 해안누리길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선택된 여행지입니다.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 전국의 해안누리길 중 전 연령대에서 높은 만족도를 기록한 곳이라 들었는데, 과연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극찬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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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땅끝마을 땅끝조각공원에서는 다도해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한국해양재단 제공)


땅끝마을의 행정구역은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입니다. 서울에서 가는 길은 꽤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조금 번거롭습니다. 강남 센트럴시티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해남종합버스터미널까지 넉넉하게 5시간, 이곳에서 또 자동차를 갈아타고 1시간 정도 더 이동해야만 해안누리길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5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해양수산부에서 제공하는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1박 2일 코스로 꾸려진 이 여행상품은 KTX를 이용해서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해남 땅끝마을 해안누리길과 함께 완도의 보길도·청산도 여행까지 겸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습니다.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 해남 땅끝 해안누리길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에서 통호리로 이어지는 8km 거리의 해안도로를 말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시원하게 달려도 좋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천천히 걸어도 좋은 길인데, 볕이 뜨거운 한낮이 아니라면 천천히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조성되어 있고 주변 경관도 좋아 간단한 간식을 챙겨 들고 걷기에 좋습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3시간 정도 소요되니, 발이 편한 운동화를 챙기는 것은 필수입니다. 

 






▶끝에서 시작되는 길, 해남 땅끝 해안누리길





1. 땅끝마을 버스정류장

(사진=해남 땅끝 해안누리길, 한국해양재단 제공)


해안누리길의 시작은 땅끝마을 버스정류장입니다. 땅끝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되는데,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해안도로가 시작됩니다. 해안선을 따라 크게 휘어져 있는 하나의 도로입니다. 





2. 송호삼거리, 헬기장

땅끝 삼거리를 지나서 가장 먼저 걸음을 멈추게 되는 스폿은 헬기장입니다. 해안 쪽 너른 공터에 위치해 있는 헬기장은 푸른 바다와 함께 시원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8km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전체 구간 중 땅끝 전망대와 땅끝마을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곳이지요. 단, 군용 시설 지역이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니 늦은 시각에 방문 계획을 갖고 있다면 참고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3. 땅 끝에 아침

다시 1km 남짓 걸으면 ‘땅 끝에 아침’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커다란 나무기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담한 벤치와 솟대가 있어서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으로, 단아한 한옥 민박집입니다. 팔작지붕과 툇마루 등 한옥의 멋을 잘 살린 건축이 바다와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에게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 있는 곳입니다. 


민박집에는 정원이 있는데, 이곳 정원은 해안과 이어집니다. 갯바위와 백사장이 어우러진 소박한 풍경이 편안함과 정겨움을 주는 공간입니다. 





4. 전망 좋은 곳

땅끝 해안누리길을 걷다 보면 별다른 안내 없이 벤치나 정자를 툭툭 만나게 되는데, 이 중 두 곳에는 ‘전망 좋은 곳’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습니다. 땅끝 삼거리에서 4.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땅끝 쉼터’는 작은 공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주변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사진=해안누리길 곳곳에 벤치나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서 조용하게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다, 한국해양재단 제공)


쉼터에는 정자가 있는데, 백일도와 흑일도를 품은 남해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정자의 규모가 작지 않아서 편안하게 누워 낮잠을 즐기는 사람도 꽤 많은데요. 기분 좋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두 눈을 감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으니 쉬었다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5. 작은 어촌 마을, 통호마을과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사진=땅끝마을의 바다는 잔잔하고 소박하다. 바다를 닮은 작은 낚싯배들이 평화로운 풍경을 선물한다, 한국해양재단 제공)


쉼터를 벗어나면 작은 어촌 마을인 통호마을이 나옵니다. 여기서 사구미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2.2km 구간은 땅끝 해안도로 중 해안과 가장 멀리 떨어져 걷게 되는 코스인데요. 바다 풍경이 보이지 않아서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대신 이곳에는 해양자연사박물관이 있습니다. 2002년 개관한 해남 땅끝 해양자연사박물관은 임양수 관장이 20여 년간 수집한 2만 5000여 점의 다양한 해양 관련 전시물을 모아놓은 곳으로 대왕고래의 척추뼈와 고래상어 박제 같은 희귀한 전시물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6. 사구미해수욕장

박물관을 나오면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사구미해수욕장이 나옵니다. 갈라졌던 해안과 도로가 다시 만나는 곳으로, 반가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고운 백사장과 드넓은 갯벌에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7. 남도의 금강산 '달마산'

해안누리길 산책이 끝났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달마산을 추천합니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려질 만큼 산세가 수려해서 기암괴봉의 풍경만 쳐다봐도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이 드는데요. 이곳 중턱에 위치한 미황사도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입니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과 응진당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인데, 이왕이면 일몰시간에 맞춰서 가는 게 좋습니다. 매월당 김시습이 해남 땅끝마을을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을 정도로 이곳의 일몰은 매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