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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추석 연휴에도 열일하는 열차 기관사, 교통방송 기자


서울교통공사 동작승무사업소 민용기 수석기관사

“시민들의 편한 귀향길을 돕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사진=민용기 기관사, c영상미디어 제공)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귀성객들은 한시라도 빨리 가족을 만나기 위해 걸음을 서두르며 지하철을 탑니다. 그들을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해주기 위해 기관사는 전동차 맨 앞자리를 묵묵히 지킵니다.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에서 기사 원문 자세히 보기 


수도권 시민의 발이 돼주는 지하철은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약속된 운행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명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34년 경력의 베테랑 민용기 수석기관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연휴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근무 스케줄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추석 당일인 10월 4일 야간 근무를 하게 되었어요. 열차 운행, 취침시간 등을 다 포함해서 10~12시간 정도 일을 하니까 추석 다음 날에 퇴근하겠네요. 그래도 이번에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추석 전날 내려가서 충북 옥천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낸 후 서울로 와서 일을 하면 되니까요. 


민 기관사의 말대로 이번 추석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명절 연휴 마지막 이틀간 지하철의 막차 시간을 2시간가량 늦추는 막차 연장운행을 서울시가 이번 추석에는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임시공휴일 지정과 한글날 덕분에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만큼 귀경객이 분산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입니다. 남들 보기엔 고작 ‘2시간’이겠지만, 늘어나는 시간만큼 휴일을 반납하고 일해야 하는 기관사도 늘어납니다. 연장운행을 하지 않는 덕분에 예년보다 좀 더 많은 기관사가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0년 추석 연휴 첫날 근무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고향을 내려가려고 기차표를 예매했다. 그날따라 서울에는 가을비답지 않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끝내 신용산역이 침수돼 지하철 4호선 서울역~사당역 구간이 3시간 정도 전면 운행 중단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민 기관사는 비상근무에 들어갔고 가족들만 기차에 올랐다. 이때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가족들과 함께 귀성길에 올랐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시민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연휴가 시작되면 역과 열차에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요. 한복을 곱게 입고 다니거나 선물 꾸러미를 손에 가득 들고 다니는 분들이 많아요. 표정도 다들 밝고 행복해 보여요. 그런 모습을 보면 명절이 실감나면서도 가족들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죠.


오랜만에 한곳에 모인 형제, 부모님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거나 예쁜 한복을 입고 온 손자의 재롱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고 싶은 게 솔직한 속마음일 터. 하지만 민용기 수석기관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관사로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습니다.

 

남들처럼 명절에 쉬지도 못하고 일하지만 우리 기관사들은 직업적 자부심이 있어요. 시민의 귀향길을 돕기 위해선 누군가는 열차가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고 출발하도록 일을 해야 하잖아요. 편한 귀성·귀경길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죠. 이번 추석에도 승객들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안전하게 운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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