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하뉴, 천 은반 위 꽃미남 대결
‘포스트 김연아’ 차세대 은반 요정 가린다
경기장에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고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이 은반 위에서 춤을 춥니다.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스포츠 다른 종목에서 볼 수 없는 기술과 예술을 겸비한 스포츠입니다. 선수들의 화려한 코스튬, 점프와 우아한 연기로 관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는 ‘동계스포츠의 꽃’ 피겨스케이팅에서 평창의 별로 기억될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스포츠 종목에서 유일하게 예술적인 요소와 기술적인 요소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아름다움이 강조되는 종목이라 선수들은 음악, 코스튬, 연기 등 기술적인 요소 외에도 심사위원과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요소를 곳곳에 포진해놓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이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08 런던동계올림픽입니다. 그 당시 피겨스케이팅은 컴펄서리 스케이팅과 프리스케이팅으로 구분해 진행되었지요. 컴펄서리 스케이팅은 선수들이 얼음 위에 일정한 형태의 도형을 스케이트 날로 그리면 심사위원이 도형의 정확도를 판단해 점수를 매기는 종목입니다. 컴펄서리 스케이팅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재미도 없다는 의견이 많아 점점 줄어들다가 1990년에 폐지되었습니다. 그 후 우리가 알고 있는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으로 피겨스케이팅의 경기 형태가 자리 잡았습니다. 쇼트 프로그램은 음악에 맞춰 일정 시간 동안 정해진 연기 해야 하는 규정종목입니다. 프리스케이팅은 남자는 5분, 여자는 4분 이내의 음악에 맞춰 선수가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연기를 위주로 구성해 표현하면 됩니다. 남녀 싱글 종목에서는 규정종목과 자유종목 양쪽의 점수를 합해 선수의 실력을 판가름합니다. 심사위원은 홀수로 편성되며 동작의 정확성, 유연성, 우아함, 자연미 등에 따라 0에서 6점을 0.1점 단위로 채점하지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은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팀 이벤트 등 총 다섯 가지 세부 종목의 경기가 치러집니다. 최근 피겨스케이팅에 참가하는 국가별로 선수권대회가 치러지면서 각 종목에 참가할 선수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피겨스케이팅 다섯 가지 종목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남녀 싱글입니다. 먼저 피겨 여제 김연아가 떠난 여자 싱글 부문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오르는 선수는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다. 메드베데바는 현재 피겨계에 따라올 만한 적수가 없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요. 그는 2016년,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2연패 석권하고 그랑프리 파이널, 유럽선수권대회 등을 석권해 절대강자로 떠올랐습니다.
하뉴, 메드베데바 남녀 싱글 강자 모두 평창행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메드베데바에게 시련이 닥쳤습니다. 러시아가 지난 몇 년간 조직적으로 선수들의 도핑을 조작하고 은폐했다는 혐의가 발각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국가 차원의 올림픽 참가 금지로 강력한 제재를 결정했습니다. 올림픽 참가가 불투명해진 메드베데바는 최근 러시아 선수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을 결심했지만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은 것이지요. 지난 2017년 10월 오른쪽 발등뼈에 미세 골절 진단을 받은 후 11월 일본에서 열린 4차 그랑프리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이후 열린 대회는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메드베데바의 부상이 길어지면서 평창올림픽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지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출전이 결정되었습니다. 금메달의 주인은 이미 결정된 거나 다름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 속에서 말입니다. 메드베데바가 모두의 예상대로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쥘지 아니면 또 다른 선수가 메드베데바의 아성을 무너뜨릴 것인지 여자 싱글 종목의 경기 결과가 궁금합니다.
남자 싱글의 하뉴 유즈루(24)도 부상 때문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하뉴는 현역 최강자로 꼽히는 선수인데요. 2014 소치올림픽에서 당시 1인자였던 캐나다의 패트릭 챈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며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올림픽 피겨 종목 남자 싱글에서 아시아 선수가 정상에 선 것은 하뉴가 처음입니다. 소치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에서 101.45를 받아 새로운 채점 방식 이후 최초로 100점을 넘은 선수로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하뉴의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2015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프리 200점, 총점 300점을 처음 돌파한 선수가 됐다. 현재 남자 싱글 쇼트 112.72점과 프리 228.20점, 총점 330.43점 모두 하뉴가 쓴 기록입니다. 하지만 부상 때문인지 이번 시즌 내내 주춤거리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2017년 9월 캐나다에서 열린 어텀 클래식 인터내셔널 쇼트에서 세계 기록을 세웠지만 프리에서 점프에 실패해 1위 자리를 수성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는 미국의 떠오르는 점핑 머신 네이선 천(19)에게 금메달을 내주기도 했지요. 천은 지난 1월 7일 열린 전미피겨선수권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 104.45점, 프리스케이팅에서 210.78점을 기록해 대회 2연패를 기록했습니다. 천은 쿼드러플 점프를 5차례나 뛰는 점핑 머신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평창올림픽에서 절대강자와 피겨 샛별의 라이벌 매치가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피겨 팬들은 남자 싱글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뉴와 천의 대결 외에 남자 싱글 경기를 보는 재미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귀여운 외모로 누나 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차준환(17)이 평창 출전을 확정지었기 때문인데요. 지난 1월 7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72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온 이준형(22)을 제치고 대역전극을 펼쳤습니다. 차준환이 평창에서 세운 목표는 톱10에 진입하는 것. 아직 나이가 어린 선수라 평창에서 정상급 기량을 경험하고 4년 뒤 베이징에서 포디움에 서는 것을 목표로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평창에서 올림픽 데뷔 무대를 치를 차준환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연아 뒤잇는 최다빈, 김하늘
여자 싱글 부문에서는 최다빈(18)과 김하늘(16)이 올림픽 데뷔전을 치릅니다. 최다빈은 ‘포스트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2017년 4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를 차지하며 김연아 없이도 올림픽 출전권 2장을 가져오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올림픽을 바라보며 훈련에 매진하던 최다빈은 지난해 6월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정신적 충격이 컸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해 스스로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는데요. 선발전에서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은 후 “정말 힘들었지만 올림픽에 나가게 돼 어머니도 좋아하실 것”이라며 눈물을 머금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시련을 딛고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로 향하는 최다빈이 어머니를 위해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치길 기대합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도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 섭니다. 지난 1월 7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평창행 티켓을 딴 김규은(19)-감강찬(23)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피겨 페어팀 선수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자 싱글, 남자 싱글, 아이스댄스 종목에서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페어는 평창행 티켓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개최국 쿼터로 페어 출전이 유력해지면서 김규은-감강찬도 올림픽 출전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페어팀에 아직 변수가 남아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페어 종목에서 단일팀을 꾸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인데요.
만약 북한이 피겨 페어 종목에 참가를 결정지으면 렴대옥(19)-김주식(26)이 평창올림픽 무대에 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피겨 단체전에서 우리 선수들과 북한 선수들이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함께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남북한 선수들이 평창에서 함께 ‘하나된 열정’으로 전 세계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