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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안녕?! 오케스트라'로 국제 에미상 결선에 진출한 이재준 대표

최근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가정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이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인식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도 많이 제작되고 있기도 하죠. 그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올해 11월 25일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 에미상의 예술 프로그램 부문 결선에 진출한 '안녕?! 오케스트라'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재준


국제 에미상은 국제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매년 9~11월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세계 3대 방송상으로 불리는 권위있는 시상식이죠. '안녕?! 오케스트라의 결선진출이 더욱 의미 있는 건 열악한 제작 환경에 있는 외주제작사가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인데요.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센미디어는 SBS와 경인방송 프로듀서를 하다 독립한 이재준 대표와 '세친구', '압구정 종가집' 등을 집필한 목연희 작가가 2005년 12월 설립한 외주제작사입니다. '안녕?! 오케스트라'를 만든 계기와 과정 그리고 의미에 대해서 센미디어 '이재준' 대표와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과 헌신이 만들어낸 '안녕?! 오케스트라'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4부작으로 MBC에서 방영된 '안녕?!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음악가 리처드 용재 오닐과 24명의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다문화 프로젝트입니다. 큰 호평을 받고 다시 80분 분량의 극장판으로 다듬어져 오는 11월 28일 국내 영화관에서 개봉될 예정인데요. 프로그램 제작을 맡은 센미디어 이재준 대표는 2011년 평소 알고 지내던 MBC 크리에이브팀의 이보영 CP와 다문화 아이들을 대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시 다문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완득이'도 한창 인기를 끌었었죠. 그러던 중 MBC에서 이보영 CP가 올린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안이 채택돼 시동을 걸게 됐고 센미디어가 제작을 맡아 MBC를 통해 전파를 타게 됐습니다


세계적인 음악가인 용재 오닐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했지만 흔쾌히 프로그램 참여를 승낙했다고 해요. 사실 용재 오닐도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미국인 조부모 밑에서 성장한 다문화가정 출신이라고 합니다. 2012년 3월 24일에 아이들의 오디션을 보고 3월 말 첫 합숙에 들어가게 됐다고 합니다. 제작비와 악기도 없고 연습장소와 선생님도 구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용재 오닐과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과 제작진이 고생한 덕에 좋은 결과물이 나오게 됐다고 해요.


  "용재 오닐과 안산 다문화 아이들과 함께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리차드 용재 오닐


이재준 대표는 제작을 하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뽑아 달라는 질문에 하자 첫 합숙을 하고 주 2회씩 모여서 연습한 지 3개월 만인 7월 1일, 용재 오닐이 무대에 오르는 '2012 디토 페스티벌'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아이들이 섰을 때라고 하셨어요. 태어나 악기를 한번도 안 만져본 아이들이 겨우 3개월을 연습해 그 큰 공연장의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합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죠. 또한 제작진의 욕심으로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나도 잘해 냈다고 합니다. 방송에는 안 나왔지만 공연이 끝나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 아이들과 용재 오닐, 제작진들이 다 함께 끌어안고 울었다고 해요. 그 순간이 '안녕?! 오케스트라'를 제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합심하는 모습 속에서 끌어낸 감동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이들이 엄청나게 변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매일 게임만하던 한 아이도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게 됐고 모든 아이들의 표정도 훨씬 밝아지면서 이재준 대표를 비롯한 제작진들도 배우는게 많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아이들 중 스타가 나오길 바랬지만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촬영하면서 깨달았다고 해요.


스타 한 사람이 오케스트라 전체의 분위기를 망칠 수 있었고 특별한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합심하는 모습 속에서 감동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한 대기업의 임원이 직접 전화해 프로그램을 감동적으로 봤다며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그 분이 지난해 말 아이들이 안산에서 단독 콘서트를 할 때 모든 비용을 대셨다고 해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 대상으로 선정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이는 제작진의 노력이 크게 기여한 부분이기도 해요. 이재준 대표는 아이들이 계속 음악을 하게 할 수 없을까 방법을 찾던 중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에 응모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했는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안산시를 찾아가 의도를 말했고 안산시도 흔쾌히 응해 선정이 됐다고 해요. 아이들은 현재 안산문화재단에서 안산식 소속 어린이 오케스트라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재준 대표는 이게 아이들에게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뿌듯해 하셨어요.



이재준 대표는 마지막으로 방송 제작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방송의 국내외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양의 좋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여러 길을 통해 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부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제작사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아마 더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양산될 거고 방송사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아량도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 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한 컷을 찍기 위해서는 방송사, 외주제작사 가릴 것 없이 함께 뛰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무리 했습니다.


이재준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외주제작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쉽고 빠르고 편안하게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방송과 영화와 같은 미디어 산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서 빨리 외주제작사들의 환경이 좋아지고 다양한 콘텐츠의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돼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하루 빠르게 달라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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