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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저작권기부운동으로 독서교육 펼치는 책따세 대표 허병두 교사 인터뷰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숭문고등학교에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2만여 권의 책이 비치된 ‘학교 도서관’입니다. 고등학교 2만여 권의 책이라니 정말 놀라운 규모인데요. 8개의 교실을 합친 널찍한 공간에는 다양한 분야의 장서들이 비치돼 있습니다. 많은 고등학교들이 도서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비교하면 숭문고 도서관은 굉장히 잘 운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숭문고 도서관은 ‘창고’에 불과했었습다. 하지만 25년여 동안 도서관에 애착을 갖고 이곳에 활기를 불어넣은 이가 있다. 바로 숭문고 허병두(52) 국어교사입니다. 그가 도서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허병두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게 하기 위해 마련한 숭문고 '도서관'


허병두 선생님은 학교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서관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후 많은 선후배들이 도와줘서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단지 도서관을 넓히는 일에만 관심을 갖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만의 책'을 쓰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학생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찾아 책을 쓰는 수업을 한 학기에 걸쳐서 하는 것이죠. 이 수업으로 '꿈'을 찾은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한 제자가 임진왜란 당시 공을 세운 장기룡 장군에 대해 책을 쓰겠다고 했었는데 공부에 흥미가 없던 그 제자는 책을 쓰면서 역사에 대한 흥미를 발견하고 결국 사학과에 진학하기도 했습니다.


독서 교육에 대한 그의 관심은 학교 밖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는 98년부터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독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현직 중, 고교 국어교사와 사서교사들이 만든 모임입니다. '책따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청소년들을 위해 추천 목록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책따세'회원들은 '카피 기프트(저작권기부운동)'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허 교사가 저작권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한 제자 때문입니다.



   "저작권을 공익에 맞게 잘 활용하는게 중요해요"


제자 중에 성실하고 똑똑한 아이가 있었는데 추천 목록 중 한 권만 사야한다면 뭐가 좋은지 물어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다 읽고 싶은데 집안 형편때문에 한 권만 살 수 밖에 없던거죠. 그 이야기를 듣고 추천 목록을 제자들이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저작권 기부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컴퓨터를 통해 무료로 책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허교사는 저적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용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작권을 공익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것도 보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거죠. 그리고 현재까지 90여 명의 작가들이 이 운동에 뜻을 같이해 줘 44권의 전자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허교사는 저작권 기부 운동이 저자의 책이 일정 부분은 우리 사회의 지적 전통과 사회 분위기 덕에 만들어진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책 중 한 권 이상은 우리 사회의 공적 재산으로 남겨두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2012년에는 허 교사와 제자들이 국내 최초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 집필한 책의 저작권을 기증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낙서열정(낙 없고 서럽고 열 받는 전국의 중ㆍ고딩을 위한 낙서책)> 1,2권입니다. 기증된 저작물은 비영리 목적의 이용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책따세'는 2012년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저작권 나눔 확산 및 공유저작물 이용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업무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은 저작권 기부 운동 활성화를 위해 저작권 자문 등의 지원과 올바른 저작물 이용환경 조성을 위한 공동 대응에 필요한 업무 교류 및 협력에 합의했습니다. 현재 허 교사를 포함한 '책따세' 회원들은 '저작권 기부 카페'를 만드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북 카페'처럼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비치하고, 저작권을 기부한 작가들이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강연이나 모임 등을 마련하는 공간입니다. 허병두 선생님은 책을 접하는 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지식 나눔 활동이 늘어나길 희망하고 계십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나누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거라는 믿음과 함께...


저작권과 지적 창작물에 대한 보호를 위해 저작권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허병두 선생님의 말처럼 저작권은 잘 이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책을 정말 읽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현재 허병두 선생님을 포함한 책따세 회원들은 copygift라는 "저작권기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과 이 사회를 위해 저작권기부운동에 동참해보는거 어떨까요? 당신이 기부한 책 한 권으로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 질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