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족은 2013년 기준으로 75만명 내외이며, 2020년까지 1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다문화 가정은 그러나 알게모르게 다양한 편견으로 힘든 생활을 해온 것이 사실이에요. 다문화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무지개다리 사업이랍니다.
무지개다리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주민 · 탈북민 ·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문화적 표출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 간의 소통과 교류를 잇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에요. 한국의 문화다양성을 증진하고자 2012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12개 지역에서 실시되었어요.
올해는 성북, 구로, 인천, 부천, 경기, 안양, 오산, 대전, 충북, 전북, 광주, 전남, 경남, 부산, 김해 및 제주를 포함한 17개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활용한 특색있는 100여개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이중 대표적인 3곳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다문화 음악다방 등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해요
‘다문화 음악다방’은 ‘무지개다리’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문화재단이 맡아 진행 중인 인터넷 방송입니다. 이주민들이 모국 문화, 특히 음악을 직접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죠. 이 팟캐스트 방송은 블로그와 스마트폰,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시 들을 수 있어 최근까지 3천회 넘게 재생됐습니다.
다문화 음악다방은 음악을 매개로 인천에 거주 중인 이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겪은 한국, 한국인에 대한 색다른 시각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며 이주민과 선주민들간의 소통의 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필리핀, 네팔, 미얀마(버마), 일본 출신 이주민들이 직접 출연해 10회에 걸쳐 각국 음악을 소개했어요. 이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끼리의 교감과 공감대도 이루어졌답니다.
인천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지개다리 사업 참여 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정 기관 중 최대 규모인 2억원의 국비를 지원받게 되는데요. 이는 이주민 외에도 새터민,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 다양한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돋보이는 기획으로 다른 주관기관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 덕분이었어요.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 진행한 문화다양성 자원조사 결과와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발굴·기획한 맞춤형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인천에 있는 또 하나의 중국 차이나타운과 화교 커뮤니티가 함께하는 ‘화교, 함께 사는 우리 이웃’, 새터민과 함께하는 ‘새터민수다터’ 등은 물론이고 문화다양성의 영역을 확대한 성소수자 관련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에요.
특히 인천의 지역별 특성을 살려 인천 시민들이 각자의 삶터와 일터에서 자연스럽게 소수자와 만나고 서로 다른 부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에요.
부산문화재단, 쌍방향 문화소개로 서로의 편견을 없애요
부산문화재단이 2012년부터 운영해 온 ‘아시아 여행자 학교’는 이주민이 한국문화를 받아들이고 배워야 한다는 기존의 발상에서 벗어나 서로에 대해 배우고 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문화 다양성 사업입니다. 강연 형식으로 결혼·출생·축제 관련 풍습을 소개하기도 하고 사진전시회, 전통의상 입어보기, 전통음식 먹어보기 같은 문화체험 행사도 함께 열려요.
지난해 ‘아시아 여행자 학교’는 9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사상여성인력개발센터 내 강당에서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캄보디아, 베트남, 몽골, 인도, 미얀마, 인도네시아를 주제로 운영됐어요. 인구 350만명의 국제항구도시 부산에는 2013년 1월 기준으로 거주 외국인이 5만1,617명에 이릅니다.
부산 인구 70명당 한 명 꼴이에요. 과거 초량동·중앙동 중심이었던 외국인 거주지역도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밀집한 사상구·강서구, 유학생·영미권 이주민이 많은 해운대와 대학가, 결혼이주 여성이 몰린 저소득층 밀집지역으로 다양해졌요. 그만큼 문화적 수요도 다양해졌습니다.
부산문화재단에서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2012년부터 이주민 대상 문화복지사업 ‘다섯 손가락’ 프로젝트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아시아 문화 학교’ 도 ‘다섯 손가락’ 프로젝트의 일환이에요. 차별 없는 사랑으로 이주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의미를 가진 ‘다섯 손가락’ 프로젝트는 기존 다문화 사업의 한국 동화주의를 벗어나 쌍방향 문화소통을 도모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2014년 무지개다리 지원사업’ 공모에서 3년 연속 선정됐지요.
부산문화재단은 올해 ‘무지개다리 지원사업’ 선정으로 더욱 힘을 얻은 ‘다섯 손가락’ 프로젝트의 주안점을 두 가지로 잡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역 내 이주민 문화공간에 예산과 프로그램을 지원해 자발적 문화모임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주민 모임과 지역 문화예술단체 간 교류협력을 증진시켜 활동의 지속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에요.
이주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아시아 여행자 학교’도 ‘지구촌 여행자 학교’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됩니다. 또 매월 특정 국가를 테마로 진행해 사업 성격을 분명히 하고 홍보가 쉽도록 할 계획이에요.
성북문화재단, 장애·국적을 넘어 문화로 하나되었어요
‘에이블 아트’를 지원하는 ‘경계 없는 프로젝트 : 결합’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성북문화재단이 함께하는 ‘무지개다리 사업’ 중 하나입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성북문화재단이 로사이드를 후원하고 공동 주관하는 방식으로 처음 진행돼 올해도 이어나갈 계획이에요.
로사이드는 ‘에이블 아트’가 끊임없이 진화해 나간다는 의미로 이를 ‘어떤 아트’라 이름 짓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성북문화재단의 ‘경계 없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폐성 장애를 가진 다수의 예술가들이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장애’가 아닌 ‘다름’으로 여기고 지켜봐 준 덕분이에요.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아트 서포터로 함께하며 이들과 함께 창작작업을 진행했어요.
‘경계 없는 프로젝트’ 이외에도 성북문화재단은 다양한 ‘무지개다리 사업’을 추진 중이에요. 장애인, 다문화가정 여성과 자녀, 유학생 등이 주된 대상이에요. 이들과 함께 언어, 노래, 요리, 몸짓 등 문화를 통해 소통해요. 평소 교류할 기회가 적었던 이들과 문화활동으로 어우러지는 새로운 관계를 맺고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답니다.
성북문화재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무지개다리 사업’을 새롭게 추진해요. 소리여행 워크숍 ‘여기 들리나요?’는 장애인들이 재활용품으로 사물 특유의 소리를 내며 함께 문제의식을 나누는 자리로 진행되요. 한국과 일본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영화감상회, 소모임 등 축제를 여는 ‘청춘의 재시도’도 올해 처음 도입됐어요. 그밖에 청소년 공유축제, 문화다양성 공감영화제, 시를 매개로 소통하는 ‘리얼 다이얼로그’ 등이 추진될 예정이에요.
하반기에는 도입된 다양한 프로그램의 성과를 나누는 ‘심연·향연’ 축제가 함께 열려요. 한 해 만들어진 다양한 문화의 결과물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지역주민과 함께 나눌 계획이에요.
이렇게 무지개다리 사업은 장애, 국적을 넘어서 소외받는 국민이 없도록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새롭게 형성하는 사업이에요.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나라의 문화는 더욱 풍성해 질 것이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지개다리 사업으로 그 싹을 튼튼히 박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