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달 5월입니다. 소중한 사람의 빈자리는 멀어졌을 때에서 비로소 느끼게 되는 법이죠. 항상 너무나 가까운 자리에 있어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뜨겁게 가슴을 파고드는 때인데요. 오늘은 고난극복 가족, 대가족, 입양가족, 한부모가족과 같이 다양한 인연의 가족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이들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는 5월이 되길 바랍니다.
아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듯, 가족 또한 아픔을 함께 나누는거라 생각해요
서울 동작구에 사는 주부 윤모(58) 씨는 20대인 외동딸을 어린아이 대하듯 합니다. 딸이 출근할 때면 두 팔로 힘껏 껴안 아주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엉덩이를 토닥거립니다. 딸은 "엄마, 그만해"라며 연신 손사래를 치지만 그럴 때마다 윤 씨는 딸의 볼에 입을 맞춥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 '가족애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2001년 9·11사태 직후 미국에서 그랬던 것과 비슷한데요. 전문가들은 힘들 때일수록 가족끼리 서로 보듬어주고 어루만져줘야 상처를 빨리 치유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는 "엄청난 비극 앞에서 대중이 '내 아이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집단 대리외상증후군을 보이고 있다"며 "그로 인해 내 가족을 되돌아보고 소중히 여기는 현상, 즉 '외상후 성장과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 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천하보다 귀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있습니다. 4년 전인 2010년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 때 수많은 부모들이 피눈물을 흘렸죠. 이인옥(50·고 이용상 하사의 부친) 천안함 유족협의회장도 4년 전 아들을 잃었습니다. 자신의 목숨보다 사랑했던 아들을 먼저 보낸 슬픔을 겪은 그였기에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건넵니다.
이인옥 씨를 비롯한 천안함 유족협의회는 봉사활동으로 슬픔을 달랬습니다. 그동안 협의회는 틈나는 대로 노인요양원 청소 봉사와 기부활동을 해왔습니다. 얼마 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는 배식 봉사를 했습니다.
이 씨는 참사를 겪은 가족들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지나친 간 섭은 금물이라고 당부한다. 본인이 실종자 가족의 입장이 될 수 없기에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의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같은 슬픔을 겪은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힘을 모으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족은 든든한 울타리, 대가족의 울타리가 있어서 행복하고 기쁩니다
경기 안성시 고삼면 쌍지 1리에는 '풀무골'이라는 마을이 있는데요. 이곳은 17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 마을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족이 있습니다. 바로 '쌍지목장'을 운영하는 윤홍선씨의 가족입니다. 이번에 만나볼 가족은 바로 4대가 함께 사는 윤홍선 씨의 가족입니다.
1대 윤세옥(79) 할아버지와 한동주(78) 할머니 부부, 2대 윤홍 선(51) 씨와 이옥기(52) 씨 부부, 3대 윤태광(29) 씨와 임덕순(28) 씨 손자 부부와 태광 씨의 남동생 윤태석(14) 군, 4대 증손주 정희(8), 윤상(6), 그리고 정원(1) 양 등 10명의 가족들이 모여 삽니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생활이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윤홍선 씨 가족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이옥기 씨 는 "식구들이 위계질서를 내세우기보다는 친구처럼 지내다 보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시어머니 를 어머니가 아닌 엄마라고 부릅니다. 덕순 씨 역시 시아버지, 시어머니라는 호칭 대신 아빠, 엄마라고 부릅니다. 윤홍선 씨는 서로가 불편하면 함께 살기가 어렵다며 부드러운 가족 분위기가 대가족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4대가 함께 모여사는 윤홍선 씨에게 가족은 든든한 울타리라고 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그리고 기쁠 때 가장 가까이에 있어주는게 가족이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어 행복하고 기쁘다고 이 가족은 말합니다.
우리 아이는 잠시 남의 배를 빌려 태어났어요
지난해 3월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이성호(47) 씨 집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들어온 이성호 씨와 아내 최미경 (47) 씨의 품에는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를 가진 갓난아이가 안겨 있었고, 장성한 두 아들은 아기를 신기하게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막내 한아(3)가 입양돼 이 씨네 집 식구가 된 날입니다.
차남인 한규 군은 "한아가 처음 온 날 보니 우리 가족하고 얼굴이 너무 닮은 거예요. 식성이나 성격마저도 너무 닮아서 신기했 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익숙할 수는 없었습니다. 최미경씨는 한아를 너무 자주 업다가 디스크가 재발해 수술을 감행해야 하기도 했죠. 아빠와 오빠 둘은 열심히 안아주고 업어주며 서툰 육아로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집안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버지 이 씨는 주말 내내 거의 딸과 떨어지질 않고, 두 아들도 학교에 갔다오면 아이 옆에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최미경 씨는 '약간의 질투'도 느낀다고 했습니다. "아니, 세 남자가 한 아에게 푹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니까요. 서운하죠. 호호."
배로 낳은 자식과 가슴으로 낳은 자식은 최미경 씨에게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한테 한아는 잠시 남의 배를 빌린 제 아이인 것 같아요. 가끔 이 아이가 우리 가족이 됐다는 감사함 때문에 목이 메어요." 최씨는 입양을 망설이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입양 가족의 조언을 들으면서 결정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입양한 후에는 상상한 것 이상의 행복이 찾아올 거예요."
이웃의 힘으로, 가족의 힘으로 위로받고 살아갑니다
강원 홍천군 동면의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하얀집. 동그란 눈매를 가진 남매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방문한 이들 조손가족의 집에는 담장이 없었는데요. 흰색 외벽, 반짝이는 알루미늄 문틀이 한눈에 보아도 새집입니다. 방 하나와 방보다 작은 거실, 주 방으로 이뤄진 이 작은 집은 유경(15), 성진(10) 남매와 이들의 외할머니 김길자(72) 씨의 보금자리입니다.
이 보금자리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온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5년 전 홍천군으로 이사를 온 이들은 지난해 살던 곳에서 빈손으로 나왔고, 이들을 딱하게 여긴 이웃주민과 지역봉사단체인 홍천로터리클럽의 도움으로 리모델링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웃들의 따뜻한 정을 듬뿍 받아서인지 남매 모두 밝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부모의 건강이상, 손자녀 양육에 따르는 경제난으로 사정이 어렵습니다. 김 할머니는 두 달 전부터 인근 어린이집에서 월·수·금요일 도우미로 일하며 월 20만원을 받고 있지만, 노령연금까지 합해도 고정적인 월수입은 30만원이 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양육비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조손가정과 한부모가정의 사정을 돕기위해 내년 3월 양육비 이행 지원기관이 출범하게 됩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를 대상으로 최장 9개월까지 양육비를 지원하며 비양육부(모)가 부양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일 경우 그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28일 국회를 통과,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됩니다.
경제적 지원과 함께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정서적 지원도 강화되는데요. 여성가족부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전국의 30개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조부모 양육 스트레스를 줄이고 손자녀의 발달 증진과 올바른 생활습관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조손가족통합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한부모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녀들에게 폭넓은 교류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부모가정·조손가정 지원 건강가정지원센터 1577-9337 www.familynet.or.kr
한부모가정 지원 인터넷 홈페이지 위드맘 withmom.mogef.go.kr
가족은 아픔을 함께 나누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옆에서 항상 있어주는 존재입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가족의 품을 어루만져주고, 힘껏 안아줄 수 있는 5월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