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배워온 일제강점기와 위안부에 대한 슬픈 역사들. 하지만 우리가 위안부 할머님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나눔의 집, 보라색 스카프, 뉴스에 보도되는 수요 집회, 벤치에 앉은 소녀상 등 몇 가지의 어렴풋한 이미지로 대체되어오던 위안부 할머님들의 이야기와 역사들은 무지한 이들로 인해 능멸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악플러들에 대한 처벌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다소 위안이 되는 것은 이제 그분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스크린으로 감싸주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것이죠. <낮은 목소리> 연작(변영주, 1995·1996·2000)과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안해룡, 2009) 등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루던 위안부 관련 영화들이 최근 들어서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 한 편, 영화 <소리굽쇠>(추상록, 2014)는 한국 최초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극영화의 형채로 다루었다고 일컬어지죠.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생 조명
조선족으로 중국 땅에서 손녀와 단둘이 외롭게 살아온 할머니. 몇 년간의 한국생활 끝에 중국으로 돌아온 손녀의 고통에 찬 모습에 자신의 젊은 시절을 비추어보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요. <소리굽쇠>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통 일제강점기 전후시대에 초점을 맞추어 그려지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현재 시점에까지 확장시켜서 그들의 인생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죠. 해방 후 할머니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귀국한 할머니들, 일본에 남은 할머니들, 중국 혹은 제 3국에 남은 할머니들.
영화는 이 중에서 조선족으로 중국에 남은 한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택해 그분의 인생을 조각조각 맞추어 나갑니다. 하지만 몇 장 되지않는 사진자료를 통해 가옥을 고증하고 당시 동북 3성(만주)쪽의 위안부 거주지를 재현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당시의 고통과 군인들의 만행은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어려웠습니다.
일제강점기의 만행은 지금까지도 고통스럽게 이어져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스토리
해방 후 동북 3성(만주)에 남은 할머니는 손녀와 평화로운 늘그막을 잠시 보낼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손녀의 한국생활과 그 속에 그려진 조선족이 한국에서 겪는 구체적 어려움들을 하나씩 이야기에 끼워넣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만행이 실은 오늘날까지도 움직일 수 없는 실체와 고통의 뿌리로 이어져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할머니가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손녀의 넋 나간 모습에 가슴 아파하고 당신의 젊은날 고통이 중첩되어 괴로워하면서도 절대 죽어서는 안된다고 믿는 삶의 강인함과 그 이상의 비극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룬 영화 몇 편이 연달아 개봉할 예정입니다. 12월에는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만든 극영화 <마지막 위안부>(임선, 2013)가 개봉될 예정이고, <수요일>(원풍연, 2015)이 제작 준비 중이며, <귀향>(조정래, 2015)은 첫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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