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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활성화되면서 이제 청소년들의 인간관계는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 내 또래집단 사이에서 사용하던 은어가 실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어의 축약, 함축, 비약, 합성 등이 혼재된 온갖 신조어가 난무하는 그들의 대화는 언 듯 들으면 한국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세대 간 소통 또한 어렵게 되는 현재 청소년의 언어문화,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청소년 언어실태


“삼촌, 생선으로 구두 사줘.”

“생선이 구두, 뭐 어쨌다고?”


40대 삼촌과 10대 조카와의 대화입니다. 대체 무슨 말일까요. 의아해 한다면 요즘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분명 한글에다 어려운 단어도 없는데 왜 이해가 안 가는 이유는 바로 ‘생선’이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생선’은 고등어나 꽁치 같은 어류를 지칭합니다. 그런데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여기서 말하는 ‘생선’이 ‘생일 선물’의 줄임말입니다. 그러니까 생일 선물로 구두를 사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정도면 애교에 가깝습니다. 그럼 이렇게 줄인다면 어떨까요.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엄빠주의(엄마 아빠 모르게 주의)’,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열폭(열등감 폭발)….’


‘노(No)잼(재미없다)’처럼 외국어까지 섞여 들어가면 통역이 필요합니다. 낫닝겐은? 이는 영어 ‘Not’에 일본어로 인간을 뜻하는 ‘닝겐(にんげん)’을 합해 ‘인간이 아니다’를 일컫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간결하면서도 의미가 함축된 신조어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마당에 자녀의 채팅방을 훔쳐보고 이해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웹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 13만 2244건을 분석한 ‘청소년의 언어 실태 조사’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32.3%가 욕설이나 상처 주는 말, 또래끼리 사용하는 은어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청소년 언어실태


욕설이나 은어는 주로 긴 말을 짧게 줄여서 사용하거나 온라인상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ㅁㅊ(미친)’, ‘ㅂㅅ(병신)’ 등 단어의 초성만 쓰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욕설의 대상은 친구(48%)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서 불특정 여성(15%)과 남성(10%)이었습니다. 가족 중에선 엄마(5%)를 향한 욕이 가장 많았습니다. 학생들은 또한 직접적인 표현을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상처와 관련한 글은 전체의 1.3%로 낮았지만 슬픔을 표현하는 ‘ㅠㅠ’, ‘ㅠㅠㅠ’ 등의 이모티콘보다 ‘자살’이라는 직접적이고 극단적인 단어가 더 많이 나왔습니다. 이 밖에 폄하나 비하 관련 글(1%)은 ‘뚱뚱하다’는 식의 외모에 대한 표현이 많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세대 간 ‘언어 장벽’이 큽니다. 만 13세 이상 국민 1000명에게 전화로 설문했더니 성인(만 20세 이상)의 경우 절반 가까운 46.2%가 10대(13~19세) 청소년의 은어 사용으로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3명 중 1명은 세대 간 ‘언어 장벽’까지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소통이 잘된다는 의견은 10대 청소년(92.3%)과 청소년의 부모세대인 40대(66.1%)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의견은 50대(42.3%), 60대 이상(50.3%) 등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많이 나왔습니다.


■ 청소년 언어문화의 개선 필요성 '상생의 말하기'


왜 청소년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유독 욕설이나 은어, 비속어를 자주 사용하게 된 걸까요? 국민대통합위원회 최철규 소통공감부장은 “또래 간의 동질감 때문에 자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에서는 그야말로 습관적,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인터넷 공간 자체가 익명성을 보장하는 곳이다 보니 여과 없이 자기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어떤 주체들이 가장 노력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국민들이 언론이나 방송에서 바른말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24.4%). 그리고 학교에서 인성교육(23.5%)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어 가정교육(20.1%)이 필요하고 청소년 본인의 노력(18.8%)도 필요하다 등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언어도 문화이다 보니 청소년들의 은어·비속어 사용은 쉽게 해결될 문제는 분명 아닙니다. 또한 청소년 탓만 할 일도 못 됩니다.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보면 ‘윰차(유모차)’, ‘얼집(어린이집)’, ‘셤니(시어머니)’ 등 눈치만으론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이 젊은 엄마들의 보통 용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을 강제로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올해 중점적으로 ‘상생의 말하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청소년 언어문화 개선운동을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올 5월부터 전국 4대 권역(중부권,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을 순회하며 펼치는 청소년 원탁토론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청소년 말 문화 개선 공모전을 통해 교육부나 일선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 관련 자료들을 보내 교육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번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조사는 올바른 언어문화와 습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향해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언어는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언어실태


다행스러운 것은 대다수 청소년들이 은어가 인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만큼 청소년 스스로 해법을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시급해 보입니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청소년의 언어 사용에 대한 실태 결과를 바탕으로 가정과 학교, 언론 등의 관심과 함께 청소년 스스로가 해법을 고민하는 자세와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소년 말 문화 개선 공모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8월 16일까지 청소년 말 문화 개선 공모전을 연다. 대한민국 청소년이면 누구나(개인 또는 2인 이상의 팀) 응모할 수 있고, 청소년들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위한 말 문화 개선 작품이라면 어떤 주제라도 가능하다.


공모전 대상은 장르별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동영상, 시·소설·생활글(산문·수기·일기·편지 등), 사진·일러스트·카툰·포스터 등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 홈페이지의 ‘공모전’ 게시판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하며, 9월 중 시상할 예정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또한 7월 23일 영남권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청소년 100인 원탁토론회와 청소년 언어 실태 조사, 말 문화 개선 공모전 등의 결과를 토대로 9월 5일 전국의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 언어 개선 실천 보고대회를 열 예정이다.


트렌드 및 그 시대와 세대만의 언어도 좋지만 한글 파괴 현상이 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며, 모국어를 보다 아름답게 쓸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