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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닮은 한국의 꽃과 나무 이야기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가을. 길을 걷고 산을 오르다보면 우리나라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우리나라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 바로 한국의 꽃과 나무입니다. 익숙한 꽃부터 처음 만나는 나무까지....서로 양보하고 작은 것을 배려하는 우리나라 꽃과 나무들의 성품은 우리 민족과 참 닮아있습니다. 지금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닮은 한국의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꽃_나무


  우리 민족과 닮은 우리 야생화


한국야생화연구소장 김태정씨는 우리 야생화를 찾아 국토를 떠돈 지 40여 년이 지났습니다. 한반도의 산과 들, 동해ㆍ남해ㆍ서해 바다에 떠 있는 수백개의 섬 지방을 망라해 계절따라 갔던 곳도 여러 차례 다시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4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국토에서 나는 처음 만나는 꽃들을 만나면 설레고 우리 꽃을 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하다고 합니다.


각시원추리


우리 땅에 자라는, '우리 식물'이라 일컫는 종은 남북한 합쳐 약 4,500여 종이 됩니다. 외국에서 반입되거나 날아들어온 것 등도 2천여 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요. 풀과 나무 모두 합쳐 약 6천여 종이 자라고 있으며 이중 70%는 남쪽에서 자라고 있고 나머지 약 30%는 북한지방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긴 세월이 지나면서 종 간의 변이종 등이 생겨났고, 또 일본인들이 발견하지 못한 꽃이 제법 많습니다. 또한 종이 너무 귀해서 보기 어려운 것들도 있어서 아직 찾아 볼 꽃이 무수히도 많죠.


금강초록꽃


야생화들도 이 땅에 다는 우리 민족과 같이 살면서 민족의 성향을 닮아가는 듯 합니다. 봄이면 길가에 오순도순 모여 피는 제비꽃, 구슬봉이, 민들레 등 작은 꽃들이 먼저 햇볕을 받아 꽃이 필 때까지 주변의 큰 풀이나 나무들은 이들 작은 풀들이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다려줍니다. 그리고 작은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면 큰 나무들은 이제 나도 꽃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겠다는 듯 일제히 꽃을 피웁니다. 서로 양보하고 작은 것을 배려하는 성품이 우리 민족과 많이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지역의 사람이나 전설과 얽힌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야생화들


우리 꽃들은 대개 작으며 색깔이 연분홍, 연한 자주색, 연노랑 등 중간 색깔이 많은데요. 작은 우리의 야생화들은 그 지역의 사람이나 전설 등과 얽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요즘 외국 원예종 꽃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서구 쪽의 식물들은 원래 색깔이 뚜렷하고 커 우리 꽃처럼 귀여운 맛이 없죠. 늘 꽃을 찾아다닐 때마다 우리 꽃이 우리 민족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래 들어 전국 각 지방마다 많은 공원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화의 입장에서 보면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있습니다. 


구절초


야생식물들은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야생화도 그 지역의 기후 또는 특성을 가려야 합니다. 남부지방 야생화를 중부지방 약간 높은 곳으로 옮기면 가꾸기가 어렵고 반대로 남부지방 따스한 곳에 자라는 식물을 중부지방으로 옮겨 심으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원래 살던 그 자리를 더 잘 보전해 주는 방법이 좋은거죠.


  들국화는 들국화가 아니다?


서울 청계천을 걷다 보면 국화처럼 생긴 흰색·연보라색·노란색 꽃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사람들은 이 꽃들을 흔히 들국화라 부릅니다. 들국화라고 불러도 틀린 건 아니지만, 들국화는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들국화’라는 종은 따로 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럼 사람들이 들국화라 부르는 꽃들의 실제 이름은 무엇일까요? 들국화라 부르는 꽃은 보라색 계열인 벌개미취·쑥부쟁이·구절초, 노란색인 산국과 감국 등 다섯 가지가 대표적인데요. 이들 다섯 가지 들국화만 구분할 수 있어도 올 가을 산과 들을 다닐 때의 느낌이 전과 다를 것 같아요.


요즘 등산하다 보면 산기슭에 작고 노란 꽃이 다닥다닥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수도권일 경우 이 꽃은 산국일 가능성이 높아요. 북한산 구기동 입구에도, 우면산 곳곳에도 피어 있죠. 산국보다 조금 큰 노란 꽃이 감국입니다. 산국과 감국을 구분하는 기준은 꽃의 크기입니다. 작은 노란 꽃이면 산국, 좀 큰 노란 꽃이면 감국인데 기준점은 지름 2cm입니다. 꽃이 2cm보다 작으면 산국, 크면 감국이다. 산국은 50원짜리, 감국은 100원짜리동전 크기 정도로 기억하면 좋은데요. 산국(山菊)은 산에 피는 국화라는 뜻이고, 감국(甘菊)은 꽃잎에 단맛이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특히 감국은 꽃을 따서 말리면 국화의 맛과 향을 맛볼 수 있는 국화차로 만들 수 있다.


들국화

- 위쪽 작은 꽃이 산국, 아래 큰 꽃이 감국 -


벌개미취·쑥부쟁이·구절초는 비슷하게 생겨 처음 꽃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세 가지를 잘 구분하면 야생화 초보 딱지를 뗀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서울 도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연보라색 계열 들국화는 벌개미취입니다. 벌개미취는 이르면 7월 말부터 초가을까지 피기 때문에 요즘은 대부분 졌고, 어쩌다 한두 송이만 남아 있는데요. 햇빛이 드는 벌판에서 잘 자란다고 벌개미취라 부른다고 하네요. 야산에 흔한 쑥부쟁이도 꽃이 연보라색이라 벌개미취와 비슷하다. 줄기가 쓰러지면서 어지럽게 꽃이 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쑥부쟁이라는 꽃 이름은 ‘쑥을 캐러 다니는 대장장이(불쟁이)의 딸’에 관한 꽃 이야기에서 유래했는데요. 구절초는 9월9일(음력)이면 줄기가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구절초(九節草)라 부릅니다. 흰색이 많지만 연분홍색을 띠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구절초는 색깔이 달라 벌개미취·쑥부쟁이와는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 구절초는 잎이 벌개미취·쑥부쟁이와 달리 쑥처럼 갈라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구별하기가 쉽기도 하고요.


벌개미취와 쑥부쟁이는 꽃만 보고는 구분하기 힘들고 잎을 봐야 알 수 있는데 벌개미취는 잎이 길고 잎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어 매끄럽게 보이지만, 쑥부쟁이는 대체로 작은 잎에 굵은 톱니를 갖고 있습니다다. 들국화 구분법 잘 이해하셨나요? 이제 들국화를 만나면 가까이 다가가 이름 맞히기를 시도하면서 늦가을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싶네요^^


  추운 겨울 더 빛나는 푸르름을 가진 상록수


늦가을을 지나 겨우내 늘 우리를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뭘까요? 바로 나무입니다. 특히 추운 겨울에 유난히 돋보이는 한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늘푸른나무, 상록수입니다. 이러한 상록수에는 소나무, 전나무, 주목 같은 나무처럼 침엽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따뜻한 남쪽지방에 가면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동백나무들처럼 넓은 잎을 가진 상록수도 있습니다다. 그 가운데 추운 날씨 속에 우뚝 선 소나무는 ‘한국의 나무’로 유명하죠.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가진 나무를 생각해보면 소나무부터 떠오르게 마련인데요. 모진 추위에 더 이상의 생장과 함께 초록을 포기해 버린 나무들 틈에서 독야청청 푸르기때문인 것도 그 이유입니다. 소나무는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삶 속에 그대로 담겨 살아왔습니다다. 사람이 태어나면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매달아 나쁜 기운을 막았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다가 솔가지로 불을 지피고, 나무껍질에서 꽃가루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먹거리를 줬죠.


죽어서 들어가는 관도 소나무 관을 최고로 치며, 소나무가 있는 산에 묻히게 되고요. 한국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나무의 신세를 진다는 말은 과히 틀린 말이 아니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이 소나무를 사랑하여 가슴에 담은 이유는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을 견디며 살아남았음에도 여전히 푸르고 올곧은 그 풍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멋진 소나무가 언제 어디서나 그 자리 그대로 변함없이 살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록수


숲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이 아니어서 변화하는데요. 이를 생태적 용어로 ‘천이’라고 합니다. 소나무는 자라는 데 햇볕이 꼭 필요한 양수여서 천이 과정의 초기에 있는 나무입니다. 소나무 중에서도 특별히 아름답고 올곧게 올라가서 늠름한 금강송은 바람이 많은 강원도, 울진, 삼척과 같은 지역에서 자라는 특별한 생태형 소나무입니다.


이 소나무의 씨앗을 안온한 남쪽의 바닷가에 심으면 춘양목이라고 불리는 소나무가 되고 금강송 소나무의 그 장대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소나무들의 천이가 한창 진행되는 자연적인 숲의 흐름을 거슬러 소나무들의 세상을 다시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그 아래에서 견디며 자라고 있는 다른 나무들을 제거해 주어야 하고 또 도시 내에서 소나무를 보고자 한다면 그 어느산에서 잘 자라고 있던 나무들을 옮겨와야 합니다.


또 매년 죽은 가지들을 골라내는 등 꾸준한 관리를 해 줘야하며 제 살 곳이 아닌 곳에서 사는 소나무는 더 이상 돋보이지 않습니다. 소나무는 그 자리 그 숲에서 그 모습으로, 그렇게 도도히 변화하는 환경과 시대적인 흐름을 느끼며 살아갈 때 진정 그 속기없는 아름다움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꽃과 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꽃과 나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게 사실이죠. 이 글을 보신 분이라면 이 기회에 우리나라의 꽃과 나무에 대해 관심을 갖는건 어떠신가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꽃과 나무는 장미도 백합도 아닌 바로 우리 민족을 닮은 우리의 야생화와 나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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