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우리 사회의 일자리와 복지제도가 자꾸 변합니다. 이런 변화를대하는 세대간의 관심도 점차 뜨거워졌습니다. 일자리에 대한 의견은 자신의 자리에서 먼저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정년퇴직을 한 분들에 대한 예우와 배려도 있어야 할 것이고, 새롭게 피어나는 청년층의 꿈과 희망이 사라지면 안 되야 할 것입니다. 이에 청년위원회 박신영 위원과 대한 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 등이 참석한 청년세대와 장년세대들이 모여 일자리, 복지 등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60세 정년연장법 국회 통과 계기로 ‘세대간 일자리 경합’ 오해 풀 자리 마련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60세 정년연장법을 계기로 세대간 일자리 경합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일자리 공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세대간 상생을 위한 일자리 토론회’가 열렸었는데요. 12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상생토론회에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노사·학계 대표 등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토론자 가운데에는 청년위원회 박신영 위원이 청년대표로,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이 장년대표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대환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과거 기업 중심 정규직-연공급-평생직장 모델은 무너지고 있다”며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진단하고, “세대간 일자리 경합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필연적이거나 당연한 것이 아니다. 실제 일정한 경합이 발생할 영역이 있다 해도 그러한 수익과 비용이 어떻게 재조정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안주엽 선임연구위원은 ‘함께 마음껏 일하는 사회 : 현안과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지난 28년간의 고령자와 청년층 고용률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각 세대 고용률 변화의 주된 요인은 경제상황이며, 청년층과 장년층의 고용은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안 위원은 “2020년이면 고령층 인구 비중이 21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늘어나는 반면 청년층은 같은 기간 20.9퍼센트에서 18.1퍼센트로 줄어들어 고령화가 가속화된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장년 노동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발제자인 한국기술교육대 어수봉 교수는 ‘60세 정년시대 : 세대간 일자리 상생방안’이라는 발제에서 정년연장제 시행을 위해서는 “기업은 정년연장 근로자의 생애임금과 생애생산성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청년고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어 교수는 정년 연장으로 인해 일정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다음과 같이 계산했다. 즉, 주요 직장에서의 평균 퇴직연령이 입법 이전에 평균 53세였고, 향후 2016년 이후 3년 동안 1년에 1세 정도 증가해 2018년 평균 56세가 된다고 볼 때 2조8천억원의 부담이 발생한다고 추정했습니다.
어 교수는 “고용연장 비용 문제 해결을 위해 세대간 나은 솔루션을 찾아보아야 한다”면서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부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정년연장 대상이 될 사람들을 미리 해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업은 고성장 시대에 형성된 사다리형 인사관리, 승진제도를 60세 정년에 맞춰 조정할 것 ▶노동조합은 기업의 임금체계 개선에 동참하고 능력개발에 나설 것 ▶정부는 기업의 인금·인사 제도 조정을 도울 인프라를 지원할 것 등을 주문했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의 이정식 원장은 “저출산·고령화사회, 생산가능인구 및 노동력의 부족, 베이비부머 대책, 연금재정 확보 등을 고려할 때 정년 연장은 선택이 아닌 필 수”라며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성장이다. 내수와 수출의 균형 및 고용창출형 성장이 될 수 있도록 중소중견기업의 발전이 가능한 소득주도형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청년 일자리와 중·고령자 일자리는 일부 특정 업종과 직종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이라기보다 보완적”이라며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정년제 및 연공형 임금체계와 맞물린 종신고용, 또는 고용안전을 보장한 사용자측의 암묵적 계약의 성실한 이행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경영자협회 이호성 상무는 “세대간 일자리 갈등의 초점은 청년층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일자리인 공공부문, 대기업에 대한 쏠림현상”이라며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활성화, 정년 연장 대신 일정기간 60세 고용 허용 등 사업장 여건에 맞는 임금체계와 인사관리체계 개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조 또한 기업 현실에 맞는 임금, 인사관리체계로의 이행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 일자리는 부족이 아니라 미스매치가 문제입니다
서울대 경영대학 박희준 교수는 “우리나라 일자리는 부족이 아니라 미스매치가 문제다. 다들 좋은 일자리에 가고 싶어하지만 모든 대졸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사회는 없다고 본다"면서 “제도도 중요하지만 국민태도 변화도 중요하다”며 인식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유경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에서 연령간 일자리 충돌문제는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나 정년연장법은 생산성 향상이나 임금체계 개선을 동반하지 않으면 세대간 일자리 충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어요. 그는 유럽의 경우 고령층 은퇴 증가가 청년층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는데도, “네덜란드·프랑스·독일·스페인 등을 보면 청년층 일자리를 위해 고령층이 조기 퇴직해야 한다는 편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정년연장법을 계기로 생산성 향상이나 임금체계 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외국의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것처럼 일자리 충돌 문제에 대한 편견이 일부 직종에서 실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지금의 아버지 세대와 딸 혹은 아들 세대는 다른 세대처럼 보이지만 결코 다르지 않다. 청년이 곧 장년이 된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복지, 연금, 유권자 권리 등 전체적인 분야에서 대화와 교류를 통해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런 대화와 교류의 자리를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
'세대간 상생을 위한 일자리 토론회’ 자리를 만들어주신 것도 좋지만, 일자리뿐 아니라 모든 문제를 청·장년이 주인공이 되어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교감이 이뤄지면 일자리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 문제가 되기 이전에 아버지로서, 딸 혹은 아들로서 먼저 생각할 테니까. 고령화사회에서 세대가 함께 살아 가기 위해서는 논쟁적인 태도보다 세대간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청년대표로 참석한 박신영 위원은 “정년연장법 통과로 인해 노동시장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청년취업자 근무여건 악화가 우려되므로 아빠와 딸의 상생을 위한 지혜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 대체관계에 있지 않고 보완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나에게 조금 불리한 정책이 미래의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정책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무관심하기보다는 미래에는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많은 이들에게 충족이 될만한 정책으로 거듭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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