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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보

엔저시대를 이겨내는 중소기업 3인의 노하우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997.44원까지 하락하며 5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어요.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0엔당 950원 안팎을 기록했던 이래 최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본과 수출품목이 여러 면에서 겹치는 우리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너무나 큽니다. 하지만 엔저 환경에서도 꿋꿋이 수출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엔저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함께 들어볼까요? 

엔저시대



  "세계는 넓고 시장은 많다" 신규 시장 개척 


경기도 평택 포승공단 맞은편에 위치한 진성냉기산업 제조공장.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축냉식 냉동탑(Cold Top)을 생산해 수출하는 업체입니다. 축냉식 냉동탑은 차량의 엔진을 가동해 작동하는 기존 냉동탑과 달리 시동을 걸지 않고 전기배터리를 충전해 24시간 이상 냉동 상태를 유지하는 친환경 냉동고인데요. 전 세계의 무역 중심이 ‘친환경’ 추세로 바뀌자 이 업체는 해외수출에 눈을 돌렸습니다. 내수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성장 확대를 위해서라도 해외 시장 개척은 큰 과제였기 때문이에요. 


신규시장 개척


2012년부터 본격 시작된 해외 시장 개척의 첫 국가는 일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어긋났는데요. 바로 환율이 문제가 되어서에요. 이 회사 인문진(57) 대표는 일본으로 수출을 준비하던 중 엔화가치가 폭락하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마이너스 수익'을 부담하고 일본으로 수출을 계속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국내 시장에 머물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는데요. 인문진 대표는 과감히 일본 시장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시장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출경험이 전무한 데다 각 나라의 수요 파악 등 시장 개척이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1년 여간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결과 이 회사는 2013년부터 유럽 시장 등 해외 수출 물량이 증가하며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매출을 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생산라인의 확대를 통해 각국 바이어들이 원하는 맞춤제품을 공급했다. 설치·운용 및 보수에 대한 일부 기술 이전도 허용하며 유럽 냉동탑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러시아·카자흐스탄을 비롯해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판매처를 확보하며 6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인문진 대표가 말하는 엔저 극복 노하우

1. 마이너스 수출은 안하는 게 낫다.

2.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라.

3. 설치·운용 및 보수에 대한 기술을 공유해라.


▶ FTA콜센터 적극 활용해 '새로운 판로 확보'

엔저 현상이 심화되자 일본이 아닌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스스로 판매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FTA콜센터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전화상담 ‘1380’과 홈페이지(okfta.kita.net)를 통해 상담이 가능한 ‘FTA콜센터’는 신규 시장 확대가 필요한 중소기업을 위해 상설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FTA체결 국가와의 교류 시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한 정보 알리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정기적인 해외진출 전략 세미나를 열어 공공기관, 금융기관 간 협력을 활용한 유럽연합(EU) 및 제3국 진출 지원 방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쟁을 피하라" 신기술로 일본 내 틈새시장 노려


엔저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일본 기업 제품과의 경쟁을 줄이는 것입니다. 지난해 수출계약을 성사시켜 일본시장에 진출한 바이오닉스가 그런 기업인데요. 바이오닉스는 소변분석기를 만드는 U-헬스케어 기업입니다. 이 기업은 제품 차별화를 위해 일반 소변분석기의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소변을 통해 활성산소 수치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활성산소는 우리 몸의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암, 면역력 저하 등 주요 질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몸에 유해한 활성산소에 대해 우려가 큰 상태였기 때문에 활성산소를 측정해 준다는 바이오닉스의 새로운 소변분석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틈새시장


바이오닉스는 활성산소에 관심이 많은 새로운 일본 고객층을 확보해 엔저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56억원 규모의 일본 시장 수출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지난해 4월 열린 도쿄한국상품전에서 일본 바이어들을 상대로 이틀 만에 이뤄낸 놀라운 성과입니다. 이처럼 바이오닉스는 엔저로 떨어진 가격경쟁력 대신 상품경쟁력을 높여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환율로 인한 가격 약세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력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것입니다. 


바이오닉스의 임정빈 상무는 “일반적인 소변분석기를 만들었다면 기존 일본 제품과의 경쟁 때문에 성과를 얻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바이오닉스의 '활성산소’라는 아이템은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바이오닉스는 일본 시장 진출 전 현지 협력자 등을 통해 사전조사를 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하고, 일본 기업들의 소변분석기와 차별화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산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일본의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기존 제품과의 경쟁을 던 점이 일본 시장의 가능성을 연 원동력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영기 대표가 말하는 엔저 극복 노하우

1.일본시장 진출 전 철저한 현지 조사는 필수다.

2.차별화된 제품을 들고 새로운 시장 만들자.

3.꾸준히 연구개발 집중해 자체 기술력을 키워라.


이와 비슷한 사례와 일본 기업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시장을 개척해 엔저를 이겨내는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한국 음식으로 일본 시장에 승부수를 띄운 영풍물산입니다. 영풍물산은 떡볶이, 부침개, 호떡 등 한국 식품의 맛을 연구하고 디자인 포장을 새롭게 해 브랜드 ‘맛다믄’을 출시했습니다. 한국 음식이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지난해 10월 일본 오사카의 현지 기업과 총 540만 달러(57억 5,600만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시장의 트렌드를 미리 파악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거나 품질과 같은 비가격적인 경쟁력을 높여 엔저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를 보며 경쟁을 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자세라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굿 아이디어로 승부" 첨단제품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다


보이지 않는 먼지를 쑥쑥 빨아들이는 침구 살균청소기로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강샘스 이성진 대표는 요즘 엔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일본을 자주 오가고 있습니다. 


일반 청소기와는 다른 ‘침구류 전용 살균청소기 레이캅’은 2007년 세계 최초로 특허를 냈습니다. 침대보나 베개의 보이지 않는 진드기와 세균 등 유해물질을 99퍼센트 이상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침구 살균청소기는 의사 출신인 이 대표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아토피 환자를 진료하다가 제품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해요. “일반 알레르기 원인의 80퍼센트가 집먼지로부터 나왔습니다. 아토피와 같은 피부염도 마찬가지고요. 더 의미 있는 일은 환자를 ‘예방’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제품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자신감을 얻고 2012년 진출한 일본 시장에서는 더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2013년 매출이 2012년 대비 100%나 늘고 20개의 매장 입점으로 시작한 지 1년 만에 입점이 1,200개 점포로 확대된 것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의자매 월간지 닛케이트렌디가 발표한 ‘2013 히트상품 베스트 30’에서 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도쿄무역관 왕재웅 과장은 “일본처럼 바다에 둘러싸인 지역에서는 살균청소기 수요가 많다. 이에 더해 1인가구가 많은 일본 소비자문화를 고려해 시장에 잘 파고든 사례”라며 “소득 수준이 높고 위생과 청결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에게 침구 청소기는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이디어


그러나 일본 수출에 성공을 거둔 기업도 엔저 위기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엔저 위기로 ‘레이캅’은 가격경쟁력에서 점점 밀리게 되며, 거의 30퍼센트 정도 순이익이 줄었다고 하는데요. 일본 시장에서 2만엔 가까운 고가로 판매되던 제품의 매출 순이익이 엔저로 인해 하락할 수밖에 없는 데다 주변의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저렴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엔저 역풍을 거스를 수 없다면 반대로 프리미엄 전략을 이용해 엔저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엔저위기의 흐름과 무관하게 상품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인데요. 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떨어진 가격경쟁력을 보상하겠다고 말합니다. 이 대표는 연매출의 7퍼센트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제품의 질을 높이고 성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원·엔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 지난해 10월 과감하게 신제품을 일본에 출시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새로운 모델은 특히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깨끗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게 기계가 빨아들이는 통 안의 미세먼지들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코트라 도쿄무역관 김일경 차장은 “엔저로 대일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넘을 수 없는 장벽은 아니다”며 “품질과 기술, 아이디어가 좋은 제품이면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조건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엔저시대에도 꿋꿋이 수출을 이어가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소기업3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모든 산업을 위기를 겪고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마음을 갖고 재도약과 내수시장 확대 와 같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는건 어떨까요. 


이성진 대표가 말하는 엔저 극복 노하우

1. 더 좋은 품질의 상품으로 프리미엄(상품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라.

2. 차별화된 고객만족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더 높여라.

3. 연구개발 투자확대로 자체 기술력을 향상시켜 가격 경쟁력을 높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