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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조선 오백년 역사를 느끼는 한양도성 역사여행


서울 한양도성길은 조선왕조 오백년 역사와 굴곡 많은 한국 근·현 대사를 마주할 수 있는 길입니다. 특히 4코스 인왕산 구간은 한양도 성길 중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거리는 5.3km 밖에 안 되지만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의 흔적 때문에 4시간 30분이 재미나게 훌쩍 지나갑니다. 

서울 한양도성길 4코스 인왕산 구간은 숭례문에서 시작하는데요. 종로구에서 운영하는 '서울 한양도성 스탬프투어' 프로그램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한양도성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어요. 해설사는 '서울 KYC 도성길라잡이'소속의 순수 자원활동가들입니다. 해설사는 한양도성 옛지도 '수선전도(首善全圖)' 자료 사진을 보여주며 참가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한양도성' 과거와 현재를 잇다


숭례문은 태조 7년에 완성됐습니다. 이 숭례문이 완성되면서 태조 이성계(1335~1408)가 조선을 세우고 도읍을 한양으로 정한 뒤에 궁궐과 종묘사직 자리를 잡고 쌓기 시작한 한양도성이 마무리됩니다. 

한양도성은 조선 수도인 한양을 둘러싼 도시 성곽인데요. 전국에서 동원된 백성이 무려 19만 9,260명에 달한 한양도성은 태조 5년(1396) 1월 9일부터 2월 28일까지, 8월 13일부터 9월 30일까지 2회에 걸쳐 쌓았습니다. 이후에 도성은 세종 때에 이르러 전국에서 백성 32만2,400명과 기술자 2,211명, 수령과 인솔자 115명을 불러들여 흙으로 쌓았던 성곽을 전 구간 석상으로 고쳐 쌓으며 새롭게 단장하게 됩니다. 


"1900년에 숭례문 홍예로 전차가 다닙니다. 그러다가 1907년 일본 왕세자 요시히토의 방문을 빌미로 숭례문 좌우성벽이 헐립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숭례문 초소로 향하며, 해설사가 나눠준 지도에 스탬프를 찍습니다. 



한양도성은 북악산(백악), 낙산(낙타), 남산(목멱), 인왕산, 내사 산 능선을 따라 축조된 성입니다. 현재 18.6km 중 70%인 12.8km가 남아 있거나 중건되었으며, 평균 높이는 약 5~8미터입니다. 


한양도성에는 4대문과 4소문 도합 8문이 있는데요. 문 이름은 흥미롭게도 유교에서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따서 동서남북 문에 적용했다. 동대문은 흥인지문, 서대문은 돈의문, 남대문은 숭례문, 북대문만 별도로 숙청문으로 지었습니다. 4소문은 각 각 홍화문, 광희문, 소덕문, 창의문으로 불렀죠. 





숭례문을 나와서 YTN 건물 앞 서울역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숭례문이 보이는 삼거리 인도에 남지터 표석이 있습니다. 남지는 연못으로, 풍수지리상 관악산은 화기가 매우 강하다고 해요. 그래서 관악산 화기를 막기 위해 숭례문 앞에 인공 못을 만들었지만, 도성 안에는 크고 작은 불이 일어났고 제 역할을 못한 남지는 메웠다가 다시 복원하기를 몇 차례 반복되었어요. 이것 외에 남지가 복원되고 메워지는 데 따른 다양한 속설이 전해집니다. 남지를 복원하면 남인이 성한다고 하여 복원한 적도 있고, 반대로 역적의 집터라고 연못으로 만든 적도 있답니다. 

해설사의 시선이 남지터에서 염천교 가는 길인 칠패로 향합니다. 칠패는 조선 후기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이 한성부 지역을 8패로 나눠 순찰하던 것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이 칠패는 서울 3대 시장의 하나인 칠패시장으로 유명한데요. 지금은 차가 다니는 거리지만 당시에는 숭례문 밖이 시끌시끌한 어시장이었습니다. 이 칠패시장이 도성 안으로 들어가서 남대문시장이 된 것이죠. 



도성은 남았지만 그 주변에 있는 문화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곳에 무엇이 있었다는 짤막한 소개가 적힌 표석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죠. 그래서 무심코 지났을 곳들이 해설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연못이 되고 왁자지껄한 난전이 서는 칠패시장이 됩니다. 


외국 공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손탁호텔이 생겨나고, 건물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프랑스 공사관이 턱하니 서 있습니다. 마치 도성을 중심에 놓고 가지가지 색상의 조각보를 이어 붙인 것처럼 역사의 조각들이 맞춰집니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한양도성길 4코스 인왕산 구간'

4코스 인왕산 구간은 남지터, 칠패로, 소의문터, 독립신문사터, 러시아 대사관, 정동, 정동제일교회, 손탁호텔터, 일제 강요로 신사참배를 하던 곳, 프랑스 공사관터, 서대문 성벽 옛터, 돈의문터, 경교장, 월암근린공원 성곽, 홍난파가옥과 베델집터, 국사당, 선 바위와 부처바위, 인왕산 정상,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이어집니다. 거리는 5.3km밖에 안되지만 근·현대사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거리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안에 있는 경교장을 나와서 월암근린공원으로 오르면, 성곽터가 아닌 성곽을 만납니다. 숭례문부터 월암근린공원 입구까지는 성곽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에 그 흔적을 따라 걷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에서 한양도성을 쌓은 석성 축조법을 볼 수 있습니다. 


월암근린공원에서 다리쉼을 하며 홍난파가옥을 둘러보면, 홍난파가옥 뒤편으로 커다란 나무 하나가 보입니다. 권율 장군이 직접 심은 은행나무라고 합니다. 은행나무 옆으로는 오래된 서양 가옥이 보입니다. '희망의 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딜큐샤’라는 가옥으로 당시 한양 최대의 벽돌 저택입니다.


딜쿠샤는 일제 강점기 UPI 서울특파원으로 활약했던 앨버트 테일러가 지은 것으로 테일러는 1919년 3·1운동과 독립선언서를 해외에 알린 인물입니다. 테일러는 이 일로 일본인의 눈에 나서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고 결국 미국으로 추방당하게 되는데요. 이후 오랫동안 무연고 건물로 방치되고 ‘귀신 나오는 집’으로 불렸던 딜쿠샤는 테일러의 아들이 2006년 한국을 방문, 관련 자료를 서울시에 기증하면서 원래 이름을 되찾고 사연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성곽 끝 소실점에는 남산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기차바위 뒤로는 삼각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북악산·낙산·남산이 한눈에 잡힙니다. 인왕산에 올라서야 촘촘하게 살아가는 서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양도성을 한 바퀴 돌다보면 서울의 역사가 한 손에 잡힐 듯 합니다. 


가는 길
지하철 서울역 1호선 4번 출구, 도보 9분 / 시청역 1호선 7번 출구, 걸어서 15분

이런 분들이 걸으면 좋아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을 동반한 가족, 대화가 적은 부부나 연인, 역사에 관심 많은 젊은이들

예약 
종로구청 '서울 한양도성 스탬프투어 해설프로그램'

스탬프투어 해설프로그램 자세히 살펴보기 http://tour.jongno.go.kr/tourMain.do


알아두세요
-한양도성 스탬프투어에 참여하지 않는 분들은 숭례문 초소에서 스탬프 찍는 지도를 받을 수 있어요
-월요일에는 숭례문, 인왕산은 개방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