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칼럼

피규어전문기업 '사이드쇼'의 한국인 1호 아티스트, 이종완 씨의 이야기


이종완


'키덜트'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키즈(Kids)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어른이 된 후에도 아이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신조어입니다. 대표적인 키덜트 문화로는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등을 모으는 것이 있는데요. 영화, 만화, 게임 등의 등장인물을 그대로 구현해 낸 피규어들은 키덜트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 중 하나로 전문적으로 피규어를 만드는 피규어아티스트들의 입지 역시 키덜트 시장의 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피규어 제작 전문업체로는 미국의 '사이드쇼'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업계로 말하자면 애플이나 삼성과 같이 피규어 업계에서는 가장 유명한 기업인데요. 올해 초 처음으로 한국인으로는 처음, 사이드쇼의 정규직원이 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피규어 아티스트 이종완(41)씨입니다. 


   '사이드쇼'에서 제작한 피규어를 보고 피규어제작자의 꿈을 갖게 된 이종완 씨


사이드쇼


이 씨가 피규어에 빠지게 된 건 2003년 카이스트 교직원으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당시 참관했던 '옵티컬 파이버 컨퍼런스'에서 <반지의 제왕> '나즈굴'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것이죠. 방금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생생한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하는 이 씨는 '반지의 제왕 나즈굴'을 30만원에 구매해 집으로 들고 오며 언젠가 피규어 제작을 직업으로 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씨가 반한 이 피규어의 제작사 역시 사이드쇼였죠.

"사이드쇼에서 만든 피규어를 사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부족한 부분이 보였습니다." 이 씨는 양산품을 사서 직접 색을 입히는 작업을 했습니다. 피규어 제작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사진을 보고 똑같이 그리는 것부터 시작했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무작정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그들도 어렵게 알게된 제작 테크닉을 쉽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씨는 그들을 뛰어넘기 위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를 뛰어넘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로 승부


아이언맨 피규어


이 씨의 피규어제작 노하우는 바로 '머리카락 심기'였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털을 가장 잘 심는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털에 대해 많이 공부했는데요. 인터넷을 뒤져 털이란 털은 모두 사 피규어에 심어봤습니다. 그 중 가장 자연스러운 머리털을 연출할 수 있는 게 양모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죠. 


"머리카락을 심는 방법은 피규어의 두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람도 머리 형태가 다 다르듯이 피규어도 마찬가지죠" 일반적으로 성인남자의 엄지손가락만한 두상에 머리카락을 심는 데 걸리는 시간은 8시간, 일하고 밥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을 피규어 만드는 데 할애했습니다. 이 씨는 이렇게 만든 피규어 사진을 개인 블로그와 홍콩 토이월드, 미국 OSW 등 해외 유명 피규어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이 씨를 먼저 알아본 것은 슈퍼맨과 배트맨으로 유명한 DC코믹스, 이 씨는 2007년에 그곳에서 제품 한 개에 60만원을 받으며 전업 피규어 아티스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2년 2월, 드디어 그동안 꿈꿔오던 사이드쇼에서 연락이 왔죠. 비록 DC코믹스에 대해 대우가 좋지 않았지만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에게 보수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본사에 제안, 프로젝트 매니저의 자리에까지 올라


피규어 아티스트


이 씨는 이후 단순히 피규어를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규어를 잘 만들기 위한 제안서를 작성해 본사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동양은 눈으로, 서양은 입으로 하죠. 그래서 본사에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피규어의 눈을 제대로 그려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처음부터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지만, 이에 포기하지 않고 본사가 있는 미국으로 직접 건너가 아트디렉터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한 결과 본사에서는 이 씨에게 직접 아시아를 공략할 제품을 만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씨는 한국인 5명으로 이루어진 팀을 책임지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었죠.


   피규어아티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난감을 좋아하는 마음


그는 장난감을 좋아하면 누구나 피규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남다른 미적감각이나 뛰어난 미술 실력보다도 피규어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죠. 다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걸 하더라도 언젠간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그 한계를 뛰어넘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이 씨의 다음 목표는 미술을 전공한 학생들과 함께 피규어를 만드는 일입니다. "제 주변에는 조소과를 졸업하고 취업이 어려워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들의 실력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들에게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꿈같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움도 많이 따른다고들 하죠. 꿈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기도 하고 도중에 포기하거나 좌절하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하기 때문인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꿈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게 되겠죠? 바로 이종완씨처럼 말이에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노력과 실천하는 마음. 지금 목표를 가지고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두 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