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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홍대 인디밴드, 자보아일랜드의 세계무대 도전기

"자자, 다시 한번 가자! 이번에는 두 마디 먼저 들어가줘." 3월 19일 오후 2시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 기계 앞에서 연주 소리에 귀 기울이던 박상현(35)씨가 손짓하자 비트 있는 전주와 함께 강렬한 드럼 소리가 녹음실에 울려 퍼집니다. 그 옆에는 헤드셋을 낀 채 베이스 연주에 열중하는 한 남성과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며 리듬을 타는 여성이 자리하고 있어요. ‘쿵쿵’ 귓전을 울리는 드럼 소리와 자유로운 몸짓이 보는 이의 흥을 돋웁니다. 


흥겨운 연주의 주인공은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자보아일랜드'입니다. 2집 정규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오늘만은 홍대 연습실을 떠나 이곳 녹음실을 찾았는데요.


인디밴드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그룹이나 밴드를 말합니다.


보컬 박상현(35)씨, 건반 안혜진(28)씨, 베이스 곽석규(25)씨, 드럼 이예송(25)씨로 구성된 자보아일랜드는 햇수로 벌써 10년 차인 장수 밴드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멤버로 활동한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보컬 박상현씨가 2004년 처음 팀을 꾸린 이후 2006년 건반 안혜진씨가 들어왔고, 지난해 드럼 이예송씨와 베이스 곽석규씨가 차례로 합류했습니다.


자보아일랜드


자보아일랜드의 주무대는 홍대의 라이브클럽입니다. FF, 프리버드 등 다양한 클럽에서 라이브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죠. 보컬 박상현씨는 음악활동에 영감을 준 '홍대'라는 공간에 애정이 많습니다. 


"홍대라는 문화적 공간이 형성되면서 음악인들이 자유롭게, 빠른 시간 안에 자신들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그 덕에 홍대가 인디음악의 상징이 됐죠." 


건반 안혜진씨는 "홍대가 지닌 상징성이 좋다."면서 "다른 예술인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것도 홍대만의 강점" 이라고 말했습니다.



  홍대 토양 위에 자란 인디음악 해외수출 희망


이 팀은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록(Rock)'보다는 '팝(Pop)'을 지향합니다. 2010년 첫 정규앨범을 내고, 2011년 가을에 싱글앨범을 발매한 이들은 현재 한 인디레이블(녹음·제작·유통·홍보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에게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고 작업하는 시스템을 추구하는 음반사)에 속해 있습니다. 이번 2집 정규앨범도 늘 그랬듯 멤버 각자가 작사·작곡은 물론 연주와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고 있어요.


현재 이들과 같이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및 뮤지션은 어림잡아 500~600팀 가량 됩니다. 대부분이 라이브클럽 등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이들의 음반 제작을 돕는 인디레이블은 1인레이블까지 포함해 약 100곳에 이릅니다. 음반을 내는 인디밴드 및 뮤지션은 전체의 50~60퍼센트에 달하는데요. 음반 제작과정은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메이저 가수들의 제작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인디(Indi: independence의 준말로 '독립'을 뜻함)'라는 말에서 묻어나듯 자본과 상업음악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합니다. 즉, 저예산으로 제작하고 아티스트가 전 공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체생산 방식을 표방하는 셈이죠.


하지만 상업음악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한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이 마이너 시장에서만 사랑받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홍대라는 문화적 공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인디음악은 홍대만의 자유로움과 독특한 감성에 끌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더 나아가서 해외시장의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고래야'의 경우 삼바를 기반으로 브라질 곡인 '아사블랑카'를 리메이크해 브라질 언론에 소개되고 현지 무대에 초청되기도 했어요. 3월 10~12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도 우리의 인디밴드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지 관객들은 '로다운30', '노브레인', '3호선 버터플라이' 등 6팀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에 크게 환호했습니다.


홍대 근처 인디레이블 모임인 서교음악자치회의 김은석 부회장은 "K-팝뿐 아니라 인디밴드들의 음악이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메이저 음악에만 집중돼 있는 지원정책의 폭을 넓혀 장차 새로운 한류를 주도할 인디뮤지션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더 많이 노출됐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자보아일랜드의 건반 안혜진씨도 자신들의 음악을 해외에 알리고 싶은 꿈을 드러어요. "홍대라는 토양 위에 자란 인디음악을 해외에 수출하고 싶어요. 전국 어느 곳에도 없는 독특한 문화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