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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동해안 따라 속초&경주 바다 여행 떠나볼까?

춥다고 실내에만 있다보니 어느 덧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왔습니다. 눈이 다 녹아 내리는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기 전에, 움츠러든 어깨를 펴고 낭만적인 겨울 바다와 설경을 보러 겨울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파도에 세상 시름다 쓸어가고, 감동은 밀려오는 동해안 따라 떠나는 겨울 바다 여행지를 추천합니다. 

 

 

겨울 바다를 만끽하기 위해 먼저 떠나볼 곳은 속초입니다. 속초에 도착하면 만날 수 있는 넓고 푸른 동해, 그 바다와 맞닿은 영랑호와 청초호, 이 두 호수 사이에 들어선 속초 시가지의 전경은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깁니다.


질풍노도의 겨울 바다, 속초 영금정해안


속초시 동명동의 영금정해안에는 넓고 큰 갯바위가 즐비합니다. '영금정(靈琴亭)'은 큰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거문고 켜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죠.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인 파도가 쉼 없이 밀려들기 때문에, 질풍노도의 겨울 바다를 보고 싶은 분들께는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갯바위 끝에 있는 정자에서 감상하는 해돋이는 혹한도 잊게할 만큼 뜨거운 감동을 줍니다. 속초 8경 중 하나인 속초등대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동명항과 속초항, 속초 시가지와 청초호, 설악산 준봉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금정 근처에 있는 동명항에서 싱싱한 활어회를 맛보는 것도 추천해드립니다.


속초에서 동명항과 영금정 못지않게 인기 있는 관광 명소 중 하나는 아바이마을입니다. 청초호 동쪽 바닷가의 길쭉한 모래톱에 자리 잡은 아바이마을은, 6·25전쟁 와중의 1·4후퇴 때 함경도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에 의해 처음 생겨났습니다. 


그로부터 벌써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마을 풍경은 1960~70년대에서 멈춘 듯 합니다. 여전히 빼곡한 낮은 슬래브 건물들도, '갯배'에 몸을 실은 사람들이 줄을 당겨 청초호 하구의 조롱목을 건너는 광경도 모두 그대로입니다.


 극락보전 처마 아래에서 보는 눈 덮인 설악산


속초를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설악산'을 빼놓으면 섭섭하겠죠? 눈 내린 겨울날의 설악산은 세계 어느 산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설경을 뽐냅니다. 속초의 설악동 소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만 올라가도 설악산의 진경(眞境)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신흥사에서도 눈 내린 겨울날에는 산사다운 적요함이 느껴집니다. 긴 활주가 떠받치는 극락보전의 처마 아래에서 설악산 준봉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속초의 겨울 바다를 다 구경했다면, 이제 경주로 떠나볼까요? 경주에는 경주 시내에서 추령터널을 넘어 감포 바닷가에 이르는 길이 있습니다. 흔히 '감포가도'라고 불리는 이 길은 산을 넘고 내를 따라가다 바닷가에 닿을 수 있는 낭만적인 길입니다. 


추령터널을 벗어나자마자 만날 수 있는 대종천은 양북면 일대의 넓은 들녘을 가로질러 흐르다가 동해에 합류됩니다. '대종천'은 고려를 침입한 몽골군이 경주 황룡사의 대종을 배로 옮기다가 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지어진 이름이랍니다.  

 

 


 신라 문무왕의 흔적을 경주에서 찾다


대종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하구 근처에는 감은사지가 있습니다. 삼국통일을 이뤘던 신라 문무왕은 부처님의 법력으로써 나라를 지키고자 직접 명당을 골라 지은 절입니다.


안타깝게도 문무왕은 절이 완공되기도 전에 세상을 뜨게 되어 아들인 신문왕이 부왕의 뜻을 이어받아 즉위 이듬해 절을 완공시켰습니다. 그리고 부왕의 큰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에서 '감은사(感恩寺)'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고려 말까지 존속해온 감은사는 언제부턴가 급격히 쇠락하다가 결국 폐찰이 되어, 우람한 삼층석탑 2기와 느티나무 고목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감은사지를 지키는 삼층석탑 2기는 신라의 석탑 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할뿐 아니라, 안정감과 상승감, 조형미가 두루 갖춘 국보입니다.


감은사지 입구에서 바다까지 거리는 1km도 안 됩니다. 대종천이 바다와 만나는 '동해구(東海口)'는 신라시대 서라벌로 통하는 관문이자 전략적 요충지였지만, 동시에 왜구들이 수시로 출몰해 약탈과 살육, 방화를 일삼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문무왕이 죽어서도 동해의 용이 되어 왜구의 침략을 막겠다는 유언을 남겼을까요.


동해구의 작은 바위섬인 대왕암은 문무대왕의 수중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수중릉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동해구 언덕에 자리 잡은 이견대입니다. 신문왕은 부왕이 동해 호국룡으로 변한 모습을 이곳에서 직접 지켜보고, 용으로부터 세상을 태평하게 만드는 피리인 만파식적을 건네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옵니다.  


 봉길해변의 해무에 휩싸여 떠오르는 태양


문무대왕의 수중릉과 가장 가까운 땅은 봉길해변입니다. 대부분의 해변은 피서철만 지나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만, 이 해변에는 한겨울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유난히 아릅답고도 장엄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해구와 대왕암 주변 바다에는 종종 해무가 짙게 깔리는데, 이 해무에 휩싸인 대왕암 위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노라면 신비감과 경외감마저 느껴집니다. 무속인들이 밤새도록 기도하거나 굿하는 광경도, 해변 곳곳에 붉은 부리갈매기가 떼 지어 내려앉은 모습도 이곳 해변만의 색다른 볼거리입니다.


 용암과 바다의 합작품, 읍천항 주상절리


봉길해변에서 남쪽으로 약 7km 떨어진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에는 읍천항이 있습니다. 이곳 벽화마을에서 아마추어 화가들의 작품과 마을의 특성을 잘 살린 벽화들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입니다. 


벽화마을 외에도 읍천항에는 또다른 볼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상절리입니다. 주상절리는 용암과 바다가 합작해서 만든 자연의 걸작으로,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부채꼴 주상절리도 있습니다.


읍천항에서 남쪽 하서항 사이의 1.7km쯤 되는 바닷가에 있는 '파도소리길'을 따라가면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 데크 전망대, 흔들다리 등을 두루 거쳐 갈 수 있습니다. 워낙 거리가 짧은 데다 힘든 구간도 전혀 없어서 어린아이도 쉽게 걸을만 하니, 파도소리길을 걸으며 겨울 바다 구경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