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구조는 그 자체로 온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온돌은 복사와 전도, 대류의 열전달 3요소를 모두 고려한 독특하면서도 친환경적, 과학적인 난방법입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한옥 수요가 증가하고, 한류 영향으로 한옥과 전통 온돌인 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은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일본의 전통 주택과 한옥의 가장 큰 차이는 바닥 난방시설인 온돌(구들)에 있습니다. 구들 아래의 흙은 장마철 습기를 흡수했다가 날이 건조해지면 이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방 안의 습도를 조절합니다. 이 같은 기능을 하는 방고래(구들장 밑으로 불기운과 연기가 들어와 빠져나가는 길)가 여름철에는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차단하고 겨울철에는 지열을 저장해줍니다.
서양에서 발달한 공기조화(空氣調和)나 라디에이터를 이용한 공기난방법은 더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대류현상 때문에 바닥을 따뜻하게 하기가 어렵지만, 온돌은 바닥을 먼저 데우므로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두한족열·頭寒足熱) 하여 인체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또한 따뜻한 바닥은 실내에서 신발을 벗도록 유도해 먼지 등 외부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합니다.
구들은 불을 지피지 않을 때도 방바닥에 축적된 열이 방 안을 데우는 방식(고체축열식)이어서 에너지 효율적입니다. 또한 실내 온도를 공기 난방에 비해 낮게 유지해도 바닥이 따뜻하기 때문에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구들의 재료는 열손실계수가 낮아 대부분의 가정에서 쓰고 있는 온수 파이프 난방 시스템보다도 훨씬 적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게다가 물리·화학적으로 안전한 자연 광물질 재질은 마모되어 못 쓰게 되는 법이 거의 없어 영구적입니다.
전통 한옥의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열기는 아궁이 → 아궁이 후렁이 → 부넘기 → 구들개자리 → 방고래 → 고래개자리를 거쳐 구새(굴뚝)로 빠져나갑니다. 부넘기는 방고래가 시작되는 어귀에 조금 높게 쌓아 불길이 아궁이로부터 골고루 방고래로 넘어가게 만든 작은 언덕으로 구들장을 빨리 데우고 재를 가라앉히는 턱이 됩니다. 구들개자리는 부넘기 너머에 파놓은 골이며, 고래개자리는 굴뚝과 구들 사이에 있는 벽 바로 안쪽에 깊게 파인 고랑입니다.
하지만 아파트 문화의 유입에 따른 주택의 현대화, 서구화로 말미암아 수천 년간 발전해오던 온돌 문화는 점차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온돌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전수 기술자 부족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점들 때문에 국가의 지원 없이는 전승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한편 2007년 온돌 파이프와 관련한 4건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됐고, 2008년 3월에는 한국이 제안한 7건의 온돌 관련 신규 국제표준안이 국제표준기구 기술위원회(ISO/TC) 회원국 투표에서 과반수 찬 성을 얻어 국제표준안으로 채택됐습니다. 그 표준안은 ▶온돌 시스템 설계 기준 ▶온돌 바닥 두께와 넓이 등에 따른 난방 용량 ▶온돌의 설치 운용 등 유지관리지침 등이다.
이는 해외에서 한국식 온돌 시스템이 국제표준안으로 채택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으나, 온돌의 난방 방식을 규정하는 데 있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부 접촉을 통한 전통온돌 난방 방식이 아닌 서구식 공기난방법에 근거하는 등 한계도 드러냈습니다.
이제는 온돌의 지속 가능한 전통적 특성을 계승하는 동시에 고객의 요구조건을 만족하는 현대적 고품질의 온돌 시스템을 창조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품질보증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내용은 온돌을 사용할 때 느끼는 쾌적함, 온돌에 사용되는 에너지 성능, 바닥 난방 시스템 구성부품의 제품 적합성 등입니다.
더불어 전통온돌수리기능자 자격 제도 시행의 후속 조치로 일반건축물 부문의 현대온돌기술자와 기능자의 기준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하며, 전통 건축물 설립에 관한 시방서와 도면의 표준화도 시급합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전통 온돌과 그에 파생된 기술과 문화를 세계무형유산에 등재하는 작업에도 착수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독일, 핀란드, 일본 등에 비해 국제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한국의 보일러 제품을 비롯한 토종 온돌 제품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온돌 난방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합니다. 방고래의 원리에서 착안해 외부 공기를 뜬 바닥을 통해 유입시키는 현대식 열교환 온수온돌 시스템은 좋은 개발 사례입니다. 서양의 벽난로 기능을 차용한 벽난로형 구들방은 현대식 거실에 한옥의 마루를 적용해 겨울철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오토캠핑장에 노천 구들 캠프장을 만들거나 펜션에 황토 구들 건강 찜질방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온돌 박물관, 온돌 전시장, 온돌 체험장 등을 마련해 국민들이 전통문화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장(場)도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온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현대에 맞게 발전시켜 세계적인 문화로 꽃피우려면 전통문화의 유구한 역사만큼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