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짧은 올스타 휴식기를 마친 2017 시즌 KBO 리그가 7월 18일부터 후반기 레이스에 돌입했습니다. 전반기에 전체 일정(720경기)의 59%인 425경기를 치러 사실상 이미 후반부에 돌입한 10개 구단은 5위까지 주어지는 가을잔치 티켓을 얻기 위해 매 경기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요. 성환희 한국일보 기자의 기사를 통해 가을잔치 경기를 미리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흘간의 짧은 올스타 휴식기를 마친 2017 시즌 KBO 리그가 7월 18일부터 후반기 레이스에 돌입했습니다. 전반기에 전체 일정(720경기)의 59%인 425경기를 치러 사실상 이미 후반부에 돌입한 10개 구단은 5위까지 주어지는 가을잔치 티켓을 얻기 위해 매 경기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몸값 총액 700억 원을 돌파한 ‘전(錢)의 전쟁’ 승자는 KIA였다. KBO 리그 역사상 첫 자유계약 선수(FA) 100억 원 시대를 연 최형우에게 호랑이 유니폼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삼성에서 KIA로 이적한 최형우는 전반기 타율 0.374(2위), 81타점(1위), 홈런 22개(3위), 안타 114개(공동 2위), 72득점(2위), 장타율 0.689(1위), 출루율 0.481(1위)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점령했다.
반면 150억 원이라는 거액의 FA 계약으로 친정팀 롯데에 복귀한 이대호는 타율 0.339(8위), 63타점(공동 8위), 홈런 17개(공동 7위), 안타 109개(5위), 장타율 0.525(15위), 출루율 0.402(13위) 등 그의 이름값에는 다소 못 미쳤다. 투수 최고액인 95억 원에 LG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도 16경기에 등판해 7승 5패, 평균 자책점 3.07(5위), 탈삼진 102개(2위),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15(3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과연 몸값에 걸맞은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LG에서 삼성으로 간 우규민(4년 65억 원)도 16경기에 등판해 3승 5패, 평균 자책점 4.96으로 부진했다.
■ 전반기 달궜던 KIA 최형우, 몸값 최고 선수
전반기를 뜨겁게 달군 기록의 주인공 역시 KIA였다. KIA는 지난 6월 27일 삼성전부터 7월 5일 SK전까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동안 KIA는 팀 타율 0.420에 홈런 18개를 몰아 쳤다. 8경기에서 총 111득점을 뽑아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 2015년 롯데(5월 22~26일)와 NC(9월 13~18일)가 세운 4경기다. KIA는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단숨에 2배로 늘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기록은 없었다.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가 1929년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세운 6경기가 최다 기록이다.
특히 7월 5일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문학 혈투’는 두고두고 회자될 명승부였다. 이날 KIA는 SK를 상대로 11타자 연속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KIA는 4회까지 1 대 12로 밀리다가 5회 초에 대역전극을 펼쳤다. KIA는 11타자 연속 안타로 종전 최고 기록(8타자 연속)을 넘어섰다. 만화 같은 경기는 SK가 18 대 17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출루의 신’ 김태균(한화)은 2016년 8월 7일 창원 NC전에서 대장정을 시작해 지난 4월 22일 수원 kt전에서 64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 종전 펠릭스 호세(전 롯데)가 보유하고 있던 63경기 출루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의 출루 행진은 86경기(6월 3일 대전 SK전)까지 이어졌다. 일본 프로야구 최다 기록인 69경기(스즈키 이치로), 미국 메이저리그 기록인 84경기(테드 윌리엄스)를 모두 넘어섰다.
■ 두산 정진호는 6월 7일 잠실 삼성전에서
1회 2루타, 2회 3루타, 4회 안타, 5회 홈런까지 5이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해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 신기록 및 최소 타석(4타석)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한화 윌린 로사리오는 6월 16일 수원 kt전에서 역대 두 번째로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넥센 앤디 밴헤켄은 6월 23일 고척 LG전에서 경기 개시 후 7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 이 부문 신기록을 달성했다.
■ 6개 팀 대혼전, 가을잔치 향한 안갯속 행보
전반기를 57승 28패로 마친 선두 KIA는 2위 NC(48승 1무 35패)와 격차를 8경기까지 벌려 2009년 이후 8년 만의 정규 시즌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전반기를 1위로 끝낸 것은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4월 12일 선두에 오른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고, 10~50승까지 모두 선착했다. 50승을 선점한 팀의 정규 시즌 우승 확률은 73.1%(26번 중 19번)에 이른다. 최근 5시즌 연속 50승을 선점한 팀이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다. 60승까지 선착하면 정규 시즌 우승 확률은 76.9%(26번 중 20번)로 높아진다.
NC를 비롯한 6개 팀이 중위권 혼전 중인데 이종열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현재로선 3위 팀 밑으로는 어느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과 탈락을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약(한화·삼성·kt)’의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꼴찌 kt(28승 56패)는 시범경기 1위에 오르고 개막 후 첫 8경기에서 7승 1패의 돌풍을 일으킬 때만 해도 ‘올해는 달라지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레이스를 거듭할수록 취약한 선수 저변의 한계를 드러내며 창단 후 3년 연속 최하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기록 잔치’의 피날레도 기대된다. KIA 양현종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시즌 13승(3패)을 수확하며 개인 통산 100승(역대 28번째) 고지에 올랐다. 타이거즈 구단 사상 왼손 투수가 100승에 이름을 새긴 것은 양현종이 처음이다. 다승 전체 1위 헥터 노에시(15승)와 함께 동반 20승에 도전하는데 KBO 리그 마지막 ‘동일 구단 20승’은 1985년 김시진-김일융(이상 25승)이었다. 전반기 14승 무패. 지난해 포함 15연승을 달린 헥터는 선발투수 최다 연승(정민태 21연승), 투수 최다 연승(박철순 22연승)을 넘본다. KIA는 타격에서도 김선빈(0.380)이 1994년 이종범(0.393) 이후 첫 유격수 타격왕, 사상 최초 9번 타자 타격왕을 동시에 노린다.
SK는 88경기를 치르는 동안 153홈런을 가동했다. 현재 홈런 페이스(경기당 1.74개)를 감안할 때 시즌 종료 후 산술적으로 250개까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2003년 삼성이 세운 한 시즌 팀 최다 홈런 기록(213개)도 가뿐히 넘긴다. 선봉장 최정은 전반기 82경기에서 31개를 때려 홈런왕 2연패 및 역대 4번째 50홈런 고지에 다가서고 있다. 신인왕 0순위인 ‘바람의 손자’ 이정후(0.327,넥센)가 후반기에도 체력을 지켜 사상 첫 고졸 신인 3할을 달성할지도 주목된다. 이정후는 전반기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최연소 올스타(18세 10개월 7일)에도 뽑히는 등 아버지(이종범)의 후광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평이다.
성환희 |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