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
국민에게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와 효율적 복지를 제공하고, 전국의 균형적 성장을 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주민밀착형 행정’입니다. 이런 주민밀착형 행정의 바탕에는 지방행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지방행정과 함께 ‘균형 잡힌 자치분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지난 10월 26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차 전국시도지사간담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자치와 분권이 대한민국의 새 성장동력”임을 밝히며 “지방분권이 국정운영의 기본 방침”이라는 말로 자치분권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주민이 직접 생활 문제에 참여하고 해결하는 자치분권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국민의 삶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며 “정부는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출처: 셔터톡스
한국 사회는 왜 지금 자치분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은 압축적 경제성장을 위해 중앙정부가 각종 정책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등 국가운영을 중앙정부가 주도해왔습니다. 반면 지방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을 전달받아 단순히 집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던 게 사실이지요. 그런데 빠르게 다변화된 사회와 현실화된 인구 감소, 또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효과적 조정과 조율의 필요성도 커지면서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운영 모델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고도의 중앙집권적 국정운영 방식으로는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사회적 갈등 격화, 청년실업 증가, 성장동력 약화 등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에 적절히 대응해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성장을 위한 요인으로 자치분권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당장 2006년 국민총소득(GNI) 2만 795달러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연 이후 사회적 갈등 확대와 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실업 확대 등 각종 문제에 직면하며 현재까지 11년째 국민소득 3만 달러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요. 또 인구와 자본 등 성장을 위한 요소들의 수도권 집중화 또한 가속화되며 국가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우리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하지요. 그런데 2015년 기준 전체 인구의 49.5%, 2525만 명이 수도권에 모여 산다. 더욱 문제인 것은 지금 이대로라면 수도권의 인구 집중화와 과밀화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2017년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5년에는 한국 전체 인구의 49.9%인 약 2551만 명이 수도권에 밀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와 과밀화는 필연적으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요소의 수도권 집중화를 불러옵니다. 지역내총생산(GRDP), 투자, 일자리, 산업시설 같은 생산능력은 물론 문화시설 등 각종 주민 정주 여건들 역시 인구가 밀집해 있는 수도권에 집중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64.3%이던 R&D투자의 수도권 집중도가 2015년에는 67.3%로, 5년 만에 3%p 올라갔다. 2010년 48.7%이던 지역내총생산의 수도권 집중도 역시 2015년에는 49.4%로 증가했는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문화시설의 수도권 집중도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를 공고히 하며 지방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균형 성장이라는 면에서 꾸준히 변화가 요구됐던 부분입니다.
정책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는 공공서비스 면에서 자치분권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주도해온 공공서비스는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기준과 지침에 따라 국민에게 제공되고 있지요. 이처럼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화된 공공서비스는 주민의 수요에 둔감합니다. 지역별 여건에 맞는 차별화된 치안과 복지, 문화 등의 공공서비스 제공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지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며 지역 주민의 차별화된 공공서비스 강화 요구가 커지고,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편으로 자치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실주권자로서 국민의 참여 욕구도 자치분권 논의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자치분권의 여건은 어떨까.
냉정히 말해 자치분권을 촉진하는 요인과 저해하는 요인이 공존하는 게 현실입니다. 자치분권 촉진 요인을 한번 살펴보면, 역사적인 공동체 전통과 함께 1995년 민선자치가 시작된 이후 22년간 축적된 경험은 중요한 자산입니다. 높은 교육열과 교육 수준, 국민의 참여 욕구 증가, 학계와 시민단체 등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운영 체계의 근본적 개선 요구 확대 역시 중요한 요인이지요. 여기에 정보기술 강국으로서 안정적 인프라를 갖췄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능정보 기반의 창의적 융합·혁신에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 역시 자치분권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다섯 가지 핵심 전략 제시한 자치분권 로드맵
하지만 일부 자치단체의 방만한 운영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저조한 주민 만족도는 자치분권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입니다. 지방행정연구원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 만족도는 23.5%에 불과했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공무원에 대한 만족도 역시 각각 31%와 32.2%에 그쳤습니다. 또 자치사무, 자주재정권 등 지방자치를 위한 핵심 내용이 헌법에 반영되지 않은 채 대부분 법률에 위임을 받아 형식적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받고 있는 상황도 자치분권을 저해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는 자치분권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행정안전부는 자치분권 비전과 핵심 전략을 담은 ‘자치분권 로드맵(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자치분권 로드맵은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중앙 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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