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반려동물 CCTV, 스마트 화장실, 놀이기구까지 등장하면서 반려동물도 기술의 특혜를 입게 됐습니다. 지금 반려동물 가구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펫ICT 제품을 개발한 스타트업 대표 3인을 만나봅니다.
반려동물 스마트 펫 케어 서비스 ‘볼레디’ 만든 - 박승곤 대표
강아지는 반려인과 헤어져 있는 동안 큰 상실감과 불안감을 겪습니다. 실제로 많은 강아지가 분리불안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분리불안을 겪은 강아지는 증세가 심화되면 작은 소리만 들려도 짖고 물건을 파손하거나 심한 경우 자학을 하는 등 통제가 어려워집니다. 박승곤 대표는 분리불안에 시달리는 반려동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사진=박승곤 대표│ⓒC영상미디어)
볼레디는 충전만 하면 자동으로 공을 쏘아주고 먹이도 챙겨주는 스마트 펫 케어 제품이에요. 단순히 놀아주고 먹이를 주는 게 아니라 일종의 보상심리를 이용해 만들었어요. 볼레디가 쏜 공을 강아지가 물어다 제자리에 놓으면 10초 안에 먹이가 나와요. 그러면 강아지는 ‘공을 넣으면 맛있는 게 나오는구나’ 하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반려인이 없어도 강아지가 혼자서 놀이도 하고 밥도 먹게 돼요. 주인이 없어도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매개체가 생기니까 반려견의 분리불안 증세를 완화할 수 있어요.”
엔지니어 출신인 박 대표는 볼레디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기간만 3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제품 볼레디는 완성한 후에 박 대표가 집에서 기르는 두 강아지 ‘체리’, ‘베리’뿐 아니라 서른 마리가 넘는 반려견에게 1년간 테스트를 하고 난 뒤인 2016년에야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박 대표를 비롯한 볼레디 직원들의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반려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고양이 스마트 화장실 ‘라비봇’ 만든 골골송 작곡가 - 노태구 대표
노태구 골골송 작곡가 대표는 ‘집사(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잘 지내던 고양이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병원에 가니 ‘전염성 복막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2주 뒤 고양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노 대표는 고양이는 다른 언어로 아프다는 말을 계속했을 텐데 알아차리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떠나간 뒤에도 마음이 쓰였습니다. 고양이들이 병으로 고생하지 않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찾아보다 고양이들이 비뇨기 계통 질병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고양이 화장실을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라비봇’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사진=노태구 대표│ⓒ조선뉴스프레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화장실이에요. 고양이는 화장실을 잘 가리는 동물이지만 한 번 변을 볼 때마다 치우고 모래도 보충해줘야 해서 번거로움이 많았어요. 이런 번거로움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고양이의 비뇨기 질환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라비봇을 만들게 된 거죠.”
(사진=노태구 대표가 만든 고양이 스마트 화장실 ‘라비봇’│ⓒ조선뉴스프레스)
라비봇은 자동화장실이기 때문에 배설물을 자동으로 치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양이의 만족감도 생각했습니다. 고양이가 소음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제품이 작동할 때 내는 소리를 줄였다. 또 모래 저장고를 따로 만들어서 필요할 때마다 바로 모래를 채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관리 주기가 길어져 반려인이 장시간 집을 비워도 고양이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게끔 설계됐습니다.
반려동물 전용 소변검사 키트 만든 ‘핏펫’ - 고정욱 대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건강’입니다. 아픈 것도 속상하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반려동물이라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정욱 핏펫 대표도 반려견 ‘제롬’이가 요로결석에 걸리면서 문제를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소변검사입니다. 소변검사는 기본적인 건강검진 방법 중 하나입니다. 비용이 저렴하고 질병을 세세하게 분류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고 대표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수의사에게 자문을 구했고, 그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제품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반려동물 헬스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핏펫’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사진=고정욱 대표│ⓒC영상미디어)
핏펫 어헤드는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사용할 수 있어요. 소변검사를 똑같이 한 다음 애플리케이션에서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선택을 하면 종에 따라 알고리즘을 다르게 사용해 건강상태를 분석하죠. 어헤드 시약막대에 소변을 묻혀 이를 통해 단백질, 아질산염, PH, 케톤 등 10가지 항목을 검출할 수 있어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당뇨병, 요로감염증, 신장결석, 탈수, 세균감염, 간질환, 단백뇨, 케톤뇨증, 빈혈 등 9가지 질병에 대한 이상 징후를 바로 확인할 수 있죠.”
(사진=핏펫에서 만든 반려동물 소변검사 키트 ‘핏펫 어헤드’│ⓒC영상미디어)
전체 가구의 67.2%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반려동물 시장이 가장 큰 나라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펫ICT와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가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이지만,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헬스 케어 등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펫ICT가 앞으로 다양해지기를 기대하며, 반려동물과 오래도록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사는 꿈에 희망을 품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