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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초상화


10초만에 완성되는 초상화, 들어보셨나요? 본명보다 '10초 초상화'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장재민(30)씨를 유명하게 만든 아이템입니다. 젊은 예술가들과 소호 상인들이 빈티지 제품과 핸드메이드 제품 등을 들고 나와 판매하는 이태원 우사단로의 '계단장'은 독특한 자유로움으로 젊은이들은 물론 외국인관광객들도 찾아오는 명소인데요. 이 계단장의 수많은 매대 중에서 유독 행렬이 늘어서 있는 곳이 바로 장재민씨가 초상화를 그려주는 자리랍니다.

공원이나 유원지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초상화 서비스지만 장재민씨의 초상화는 다릅니다. 기법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으며 전용 종이에 별다른 재료도 없이 매직으로 슥슥, 10초만에 완성되는 속성 초상화는 가격도 단돈 10원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쓸모없는 동전처럼 여겨지며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 10원으로 무언가를 살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더군다나 살 수 있는 것은 젊은 신진 예술가가 그려내는 예술 작품입니다. 이쯤되면 한번쯤 찾아가 보고 싶은 유혹이 느껴지지 않나요?


   장난으로 시작한 내기가 의미있는 '예술'로 변모한지 벌써 10년

장재민


"처음엔 장난이었어요.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10초만에 초상화를 그리면 10원을 내라'는 얘기가 나와서 별 생각없이 그렸어요. 그때부터 10초 초상화가 시작된거죠."

'10초 초상화'의 시작은 매우 약소했습니다. 홍대 앞 벼룩시장에 함께 참여한 친구와의 장난스러운 내기가 제 1호 초상화가 된 것인데요. 그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 엄청났습니다. "평소에 제가 지향하는 예술적 방향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고가의 작품이 아니었어요. 여러 사람들이 손쉽게 소유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재산으로서의 가치는 없어도 소장하고 있는 사람 본인에겐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대중적인 예술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10초 초상화라면 제가 원하는 예술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10초 초상화는 장난이 아닌 의미있는 '작업'이 되어버렸습니다. 장난처럼 매겨진 10원이라는 가격에 새로운 의미가 주어지게 된 것이죠. 노숙자든 재벌이든 10원은 그 사람의 주머니 사정에 관계없이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동시에 부담없이 '질러버릴 수'있는 금액이고, 그 가격에 초상화를 그려 판매한다는 것은 곧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그의 예술관과도 일치하기 때문이죠.

처음 홍대 앞에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올해로 햇수로만 10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그가 그려온 사람들은 인터뷰를 마친 8월 26일 오후 3시 30분 현재 4만 3,966명, 8월 1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성동구 보부상회 디자인협동조합에서 '10초 완성 10원 초상화 벌써 10년이라니'라는 기념전을 통해 초상화 100여 점을 전시하기도 했답니다.


   최소한의 돈,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소한의 선만을 사용해 완성되는 10초 초상화

그가 그린 초상화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만을 품은 이들도 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반응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자신은 '딱 10원어치만, 10초 동안 그려드릴 뿐이다' 라고 말합니다.

이'10초 동안 10원어치만 그린다'는 그의 고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최소한의 선으로, 최소한의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려면 그 사람의 특징적인 면만 부각시켜야 하니 얼굴의 가장 개성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정말 똑같다'며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평소의 콤플렉스를 자극받아 불쾌해하는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부로라도 예쁘게 그리면 좋을텐데, 장 씨는 자신의 화풍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원래 예쁜 그림을 그리는 편은 아닌 데다가 초상화를 그릴 때는 더욱더 시니컬하게 그려요. 자기 얼굴을 객관적으로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예요. 외적인 미보다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만족하고 자신감을 갖는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가 10초 초상화를 그리는 의미


10초 초상화



장 씨는 10초 초상화 외에도 다양한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작업실이 위치한 우사단로 인근의 풍경을 기록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사라질 수 있는 풍경들'의 자취를 작업하고 있답니다. 지나치게 관념화되어 어렵게만 여겨지거나 하찮고 천한 것으로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노동'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려는 작업도 진행중입니다. 10초 초상화와 함께 사람에 대한, 사람의 생활에 대한 관심에서 찾은 주제들입니다. 물론 이 같은 다양한 작업 중에서도 10초 초상화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죠.

"처음엔 하루에 4~5시간도 그려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서 1주일에 2시간 그리는 것이 고작이에요. 앞으로 그리는 횟수는 계속 줄어들겠지만 그렇다고 이 작업을 그만둘 생각은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손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장재민 씨는 계속해서 10초 초상화를 그려갈 계획입니다. 9월에는 한 달 가량 유럽의 도시들을 돌며 10초 초상화에 도전하는 기회도 가졌답니다.

낯선 유럽 사람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욕심에서인데요. 10초라는 짧은 시간안에 평소에는 하찮게 여겨지던 동전 10원으로 예술을 만들어내는 예술가 장재민 씨. 앞으로의 성장과 함께 유럽에서도 계속될 젊은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 좋은 결과를 얻고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10초 초상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진출처: jangjaemin.com





Posted by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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